이 글은 김근주 교수(기독연구원느헤미야)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2022. 09. 22.)입니다. 필자의 허락을 받아 전문을 편집·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기독연구원느헤미야 김근주 교수. 뉴스앤조이 여운송
기독연구원느헤미야 김근주 교수. 뉴스앤조이 여운송

이번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이순창 총회장) 107회 총회는 나에 대한 건을 다루면서 "소위 '동성애신학'이나 '퀴어신학'처럼 동성애를 신학적·정치적으로 옹호하거나 선동하려는 목적을 지닌 것은 아니다.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관점에서 낯선 이웃으로서의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배제의 시각이 지닌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데 관심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학자로서의 해석과 주장이 이단성을 띠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이대위)의 보고를 받아들였다.

사실 저와 같은 평가를 보고 내심 놀랐다. 내가 해 왔던 공부들에 대해 객관적이면서도 어느 부분은 호의적이기까지 한 평가였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드는 생각은 '아니, 그렇다면 왜 그전에는 그토록 많은 사람을 함부로 정죄하고 힘들게 했는가'였다. 장로회신학대학교(장신대) 학생들이 무지개 깃발을 들었다는 이유로, 소수자를 향한 따뜻한 시선을 표현했다는 이유 하나로, 그렇게도 모질게 징계하고 쫓아내고 하는 짓은 대체 왜 했는가? 결국, '학자'의 주장은 용납하되, 그렇지 않은 이들의 주장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인가? 결과적으로, 예장통합 총회의 이번 결정은 이제까지 장신대가 취한 방식이 지극히 허망하며 제풀에 놀라 무고한 학생들을 징계한 것임을 보여 줬다.

여전히 "동성애신학이나 퀴어신학처럼 동성애를 신학적·정치적으로 옹호하거나 선동하려는 목적"으로 하는 주장이 나의 주장과 어떻게 다른지 잘 모르겠다. '동성애신학'이라는 표현은 잘 모르겠고, '퀴어신학'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책을 보며 충분히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퀴어'라는 표현 자체가 '낯섦'이나 '다름'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고, 내 수준에서는 퀴어신학으로부터 앞으로도 계속해서 배울 것이 많다.

예장통합 총회는 적어도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관점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배제의 시각이 지닌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것은 이단 시비와 무관하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이대위의 연구 보고서는 여전히 내 견해가 문제가 있다고 표현했다. 보고서 내용을 살펴봤지만, 내가 보기에 제대로 된 비판이 아니었고 사실상 '더 엄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그래, 계속 공부하고 배우고 연구하고 발언하겠다. 그러니 다시는 나에게든 누구에게든 시비 걸지 마라.

장신대와 예장통합에서 '반동성애 광풍'을 일으켰던 여수은파교회의 이전 담임목사는 기어이 자식에게 교회를 세습했고, 결국 교단을 탈퇴해 버리는 코미디를 보여 줬다. 그동안 그 목사는 '동성애 지지 목사·교수·학생'들을 얼마나 위협하고 을러댔던가. 세습에 관련된 교회일수록 얼마나 동성애 반대한다며 난리를 쳤던가. 그리고 예장통합과 장신대는 그 따위 교회와 목사들에 또 얼마나 휘둘렸던가. 이번에 새로 당선된 예장통합 부총회장은 다시금 "동성애·차별금지법·사립학교법 등 주변의 공격을 온몸으로 막고 죽도록 충성하겠다"는 무서운 당선 인사를 내놓았다. 말은 분명히 하자. '동성애'가 언제 교회를 공격했는가? 교회야말로 죽어라고 '동성애자'를 공격하고 몰아내고 핍박하고 쫓아내고 죄인으로 정죄하지 않았는가?

모쪼록 이번 상황을 계기로, 예장통합을 비롯한 개신교 교단들에서 이와 같은 "혐오와 배제의 시각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곳곳에서 일어나게 되기를 바란다. 몰지각한 마녀사냥과 생명을 짓밟는 반동성애 광풍이 걷히고, 누구라도 이 현실에 대해 진지하게 살피고 자유로이 의견을 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진심으로 제안하고 싶다. 장신대든 예장통합 총회든 '동성애'에 대해 교단 차원에서 제대로 된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위원회를 시작하라. 이제부터라도 교단 신학자들을 통해 충분히 논의하고,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가면서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연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교단 차원에서 제대로 된 연구나 논의도 없이 산발적으로 대응할 것인가.

'동성애는 죄가 아니다'라고 했다는 이유로 '이단'이라고 한다면, 미국장로교회(PCUSA)를 비롯해, 전 세계 무수한 교단이 이단이 돼 버린다. 내 건으로 총회에 헌의안을 낸 '강원동노회'를 포함해서 언제까지 이렇게 끔찍한 의견을 내게 만들 것인가? 우리 사회와 교회 안에 성소수자들은 이미 함께 존재하고 함께 살아간다. 그들을 전부 몰아내고 세상과 담을 쌓을 생각이 아니라면, 예장통합은 이제라도 제대로 된 위원회를 세우고 정식으로 연구하고 논의하라.

어디 이 사항뿐이랴. 임신 중지 문제에 대해서든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든, 예장통합은 부디 제대로 된 위원회를 구성해서 제대로 된 연구를 진행하고 대응하기 바란다. 적어도 기독교는 주후 1세기에 로마제국이 우려할 만큼 진취적이고 진보적인 공동체였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개신교회 대부분은 지극히 뒤처져, 온갖 진보적인 발걸음을 뒤에서 줄기차게 붙잡는 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러니 2022년에 부총회장이 됐다는 목사도 시대를 앞서가기는커녕, 여전히 한심하기 그지없는 소리를 거침없이 내뱉는 게 아닌가. 오늘날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측이 아직까지도 여성 안수 문제에서 한 걸음도 못 나가고 천년만년 저러고 있는 꼴은 그야말로 '타산지석'이다.

부디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기를, 이제라도 제대로 된 위원회를 구성하고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기를, 그래서 교회가 정말 누구라도 찾아와서 예배하고 찬양할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

김근주 / 기독연구원느헤미야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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