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인간의 탐욕으로 시작된 기후 위기는 우리 일상 속 작고 소중한 것들부터 하나씩 앗아가며 세상을 완전히 바꿔 놓고 있다. 점차 빈도와 강도를 더해 가는 전 세계적 가뭄·폭우·폭염·폭설 등 기후 재난은 '기후 위기', '기후 붕괴'라는 말이 미래가 아닌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의 문제임을 실감케 한다. 과학자들이 내놓는 각종 지표와 빠른 속도로 멸종해 가는 지구 생물들을 보면, 벌써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지 모른다는 절망감마저 든다.

그래도 여전히 희망이 있다고, 특히 '교회'가 기후 위기 대응에 핵심적인 열쇠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기환연) 활동가들이다. 교계와 시민사회를 넘나들며 기후 위기 현실을 알리고 '생태 문명' 활동에 앞장서 온 기환연 활동가들은, 작년 8월부터 12월까지 <뉴스앤조이>에 '그린 엑소더스 프로젝트'라는 주제로 10회에 걸쳐 글을 연재하며, 교회의 각성과 대대적인 '전환'을 요청하고 생태 운동 동참을 촉구했다.

올해에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 가고 있는 기환연 이진형 사무총장, 임준형 사무국장, 이현아 책임연구원, 장동현 책임연구원, 임지희 간사를 2월 9일 서울 중구 필동 희년평화빌딩에서 만났다. 연재 후일담과 기후 위기에 대한 전망, 활동가로서 느끼는 어려움과 바람,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기환연의 향후 활동 계획 등을 들었다.

'그린 엑소더스 프로젝트' 연재에 참여한 기환연 활동가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이진형 사무총장, 이현아 책임연구원, 임지희 간사, 임준형 사무국장, 장동현 책임연구원. 뉴스앤조이 여운송
'그린 엑소더스 프로젝트' 연재에 참여한 기환연 활동가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이진형 사무총장, 이현아 책임연구원, 임지희 간사, 임준형 사무국장, 장동현 책임연구원. 뉴스앤조이 여운송

- 작년 12월 23일 연재가 마무리됐다. 개인적인 소감이 궁금하다.

이진형 / 연재가 끝나서 너무 허전하고, 이제 뭘하고 살아야 하나 약간 삶의 방향성도 상실하고 그런 것 같다.(웃음) 기환연이 활동해 온 내용들을 글로 쭉 정리한 건 이번 연재가 처음이었고, 내 생각뿐만 아니라 다른 활동가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이야기를 풀어내는지 지켜볼 수 있어서 재밌었다.

이현아 / 매도 먼저 맞는 게 나은데 뒷 순서에 글을 쓰다 보니 할 말이 없더라.(웃음) 앞서 말씀하신 대로, '그린 엑소더스 프로젝트' 활동 내용을 스스로 정리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다른 분들이 우리 생각과 활동 내용을 물어볼 때 내놓을 수 있는 자료가 생긴 것 같아서 감사하다.

임지희 / 기후 위기 관련 주제를 잘 몰랐는데 덕분에 잘 알게 됐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게재된 글을 가족 단체 카톡방에 올리기도 했는데, 부모님도 이런 게 있었냐고 하시면서 긍정적으로 봐 주셔서 좋았다.

- 연재 제목이 '그린 엑소더스 프로젝트'였다. 제목이 확 와닿는데, 무슨 뜻인지 자세히 설명해 달라.

임준형 / 정부·기업에 탄소 중립 요구를 하는 운동은 일반 시민사회에서도 다 하는 것이니, 교회가 함께할 수 있는 운동은 어떤 방식이어야 할지 고민했다. 그러던 중 출애굽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 '그린 엑소더스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주요 테마는 '전환'이다. 교회가 먼저 '회색에서 녹색으로' 전환하고, 우리 사회가 '탐욕에서 은총으로' 전환하는 데 힘쓰면, '절망에서 희망으로' 생태적 전환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봤다.

이진형 / 성서를 볼수록 출애굽 사건이 기후 위기 현실에 있는 우리 상황과 많이 유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실 출애굽이 지닌 '해방'의 이미지가 생태적 전환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점은 이미 여러 신학자가 관심을 갖고 연구해 온 바 있다. 특히 10가지 재앙은 '생태적 재앙'이라는 논의, '전환' 과정이 쉽지 않았음을 보여 주는 '40년 광야 이야기', 해방과 전환의 첫걸음엔 모세라는 지도자가 있었지만 결국 그를 따르는 많은 사람이 그 일을 함께 이뤘다는 점이 많이 다가왔다. 자연 착취적 인간 문명으로부터의 생태 해방과 전환이 필요한 오늘날 한국교회에 출애굽이 상당히 상징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현아 / 운동을 하다 보니 '네이밍'이 진짜 중요한 것 같다. 캠페인의 의미를 잘 담아내서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직관적으로 느끼게끔 만들어야 하는데, 이번 프로젝트의 경우엔 이름부터 잘 지은 것 같아서 뿌듯하다('그린 엑소더스 프로젝트'라는 명칭은 이현아 연구원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 기자 주). 후속작에 대한 부담감도 있다.(웃음)

이진형 / 실제로 '그린 엑소더스 프로젝트'라는 이름에서 다른 캠페인이 파생하기도 했다. 그린 엑소더스의 여정을 함께한다는 측면에서 탄소 중립 캠페인 '생명의 길, 초록 발자국'도 나왔고, 이제 '녹색 십계명'도 하나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앞으로도 상상력을 동원하면 출애굽기에 등장하는 여러 사건과 연관해서 기후 위기 대응 프로젝트를 이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이진형 사무총장은 출애굽 사건이 지닌 생태 해방·전환의 이미지가 기후 위기 앞에 선 오늘날 한국교회에 큰 의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이진형 사무총장은 출애굽 사건이 지닌 생태 해방·전환의 이미지가 기후 위기 앞에 선 오늘날 한국교회에 큰 의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 연재 주제의 다양성에서도 잘 드러났지만, 기후 위기는 워낙 복잡하고 광범위한 주제들이 얽혀 있는 문제다. 게다가 주로 국제기구·정부·기업을 주체로 논의되는 내용이 대부분이라 일반 시민이 느끼기에는 다소 어렵고 전문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임준형 / 우리도 어려워서 늘 공부의 필요성을 느낀다.(웃음) 근본적으로는 낯섦의 문제인 것 같다. 이제껏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가 닥쳐오고 있지 않나. 지금은 낯설고 어려울 수밖에 없는 주제지만, 기후 위기 문제는 짧은 시간 안에 아주 많은 걸 바꿔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고 얘기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 몇 년만 지나도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는 얘기가 될 것이다.

장동현 / 사실 기후변화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30년 전부터 계속돼 왔다. 교과서에도 실려 있고 어린아이들도 다 아는 사실이다. 전문 분야에 관한 용어들이 짧은 기간에 쏟아져 나와서 어려움을 느낄 뿐, 시민들 사이에 공감대는 이미 충분히 형성돼 있다. 문제는 핵심을 짚어 주지 않는 데 있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전문 지식보다는 결국 기후 위기 문제의 근본적인 이유, 즉 '인간의 탐욕 때문에 과도한 탄소 배출 등 문제가 발생했다', '현재 삶의 방식을 전환하는 긴급하고도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다.

- 전 세계적 기후 재앙을 뉴스로만 접하고, 한국은 아직 직접적·결정적 타격을 받은 적은 없다고 느껴서 그런지 남의 일처럼 생각하고 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진형 / 사실 기후 위기를 전문가들의 일, 다른 나라들의 일로만 받아들이게 하는 언론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우리나라에도 기후 재난 상황이 없지 않다. 하얗게 말라죽어 버린 한라산·지리산의 숲도 상당히 큰 문제고, 벌들이 다 죽어서 과수 생산량이 감소하는 등 농민들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제주도 해녀분들은 물질을 해도 더 이상 잡히는 게 없다. 쪽방촌에 사는 주거 취약 계층들도 더위와 추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렇게 기후 약자들의 고통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하나같이 굉장히 심각한 문제들인데 우리 사회가 예민하게 보지 않고 관심을 갖지 않는 것뿐이다.

- 플라스틱 줄이기, 텀블러 사용하기, 에너지 절약하기 등 개인적 실천이 기후 위기 개선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상 미미하다는 얘기도 있다. 산업 현장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강조되다 보니 '개인 실천 무용론'이 나오기도 하는데, 거대한 기후 위기 앞에서 개인·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임지희 / 개인의 실천은 별 효과가 없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기후 위기 문제는 워낙 심각해서 개인의 실천이든 기업의 실천이든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기후 활동을 해 온 짐 안탈 목사는 <기후교회 왜? 어떻게?>(생태문명연구소)라는 책에서, 하나님이 개인뿐만이 아니라 공동체를 부르셨다고 말한다. 기후 위기는 전 세계가 얽혀 있는 공동 의제다. 교회도 여기에 공동체로 참여할 수 있는 큰 역량을 갖고 있다. 개인의 실천도 중요하고, 이를 넘어서 기업과 정부에 정치적인 압력을 가하는 것도 중요하다.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고 다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임준형 / 기후 위기 얘기를 할 때마다 사람들이 '그래서 뭘 해야 하느냐' 하는 개인 실천의 문제로 돌아가 버린다는 것은 난점이다. 그렇게만 놓고 보면 할 수 있는 얘기가 한정적이지만,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많다고 본다. 일례로 유엔환경계획(UNEP)은 모임을 할 때마다 종교인들에게 한 섹션을 맡기고 함께 고민하는 자리를 만든다. 결국 사람들 마음을 움직이고 설득해서 궁극적으로 행동을 바꾸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힘은 종교 안에 있다는 점을 그들도 인정하는 것이다. 종교는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종교인들을 설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열쇠를 쥐고 있다. 교회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요구받고 있다.

임준형 사무국장은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힘은 종교에 있다며, 기후 위기 문제에 있어서도 교회의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임준형 사무국장은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힘은 종교에 있다며, 기후 위기 문제에 있어서도 교회의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이현아 / 실제로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하는 분들도 뾰족한 수가 없을 때마다 종교 단체에 더 많은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하곤 한다. 변화, 돌아섬, 회개, 인간성의 고양, 더 나은 삶, 이런 것은 모두 종교의 주제이지 않나. 우리 욕망대로 사는 삶에서 돌아서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기후 위기 문제에 있어서도 종교의 역할은 매우 크다. '우리는 지금과 다르게 살 수 있다, 다르게 살아야 한다'는 종교적 회심이 기후 위기 운동에도 근본적인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장동현 / 환경부는 최근 5대 종단 종교환경회의와 환경 교육 사업을 함께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세월 일반 시민·학교를 대상으로 환경 교육을 해 온 결과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종교가 교육을 통해 사람들을 변화시켜 온 방식을 환경 교육에 접목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10년 전과 비교해 보면, 예전에는 정부와 협력할 때 종교 색채를 최대한 빼 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최근에는 오히려 각 종교의 독특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방식으로 참여해 달라고 요청받는다. 이런 것만 봐도 오늘날 교회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진형 / 다른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기후 위기가 종교의 본질을 묻고 있기도 하다. 교회는 늘 생명과 구원을 얘기해 왔는데, 사실상 교회가 말해 온 생명과 구원은 소위 '영혼 구원', '죽어서 천국 가는 일'에만 국한하지 않았나. 기후 위기는 지구 생태계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것을 등한시하면서 내세의 삶만 바라보고 있었던 종교가 스스로의 모습을 근본부터 되돌아볼 수 있게 해 준다. 종교적 요청이 기후 위기를 타개하는 변화의 동력이 되는 것과 동시에, 기후 위기가 종교로 하여금 자기반성을 하며 더 본질적인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고 본다. 여기서 교회가 어떤 역할을 하지 못하면, 이후 한국교회는 사회에 더 이상 필요 없는 존재가 되고 말 것이다.

- 교회로부터 시작되는 기후 운동은 어떤 방식이어야 할까. 기후 위기 대처에 교회만이 갖고 있는 장점이 있을까.

임준형 / 기독교 신앙만이 갖고 있는 언어에 강점이 있다고 본다. 기독교인들은 깨어진 관계에서 시작해 다시 관계를 회복해 나가는 서사와 경험에 익숙하다. 하나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을 넘어 창조 세계와 인간의 관계 회복에 대한 언어를 많이 갖고 있다. 이러한 회심, 돌아섬, 방향 전환을 통한 관계 회복의 서사를 기후 위기 대응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유엔에서 내놓는 인권 내지 생태 관련 논의·선언의 배경에도 항상 기독교 정신이 있다. 거기서 사용하는 용어들이 다분히 종교적이기도 하다. 기환연의 '그린 엑소더스 프로젝트'도 종교적 언어를 차용해 직관적인 효과를 낸 것이지 않나.

장동현 / 실제로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의 이론적 토대에도 세계교회협의회(WCC)가 많은 영감을 제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에 관한 연구 자료들도 꽤 있을 정도다. 관련 기관들이 스위스 제네바에 모여 있는데, 다들 WCC 사무실은 철학을 담당하는 곳이라고 인식할 정도로 기후 위기 대처의 정신적인 부분에서 기독교가 큰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일반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구조를 바꾸는 일을 한다면, 교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그 구조를 바꿀 정신적·철학적 토대를 마련해 주는 일이라고 본다.

이진형 / 그래서 기환연처럼 시민사회와 교회에 걸쳐 있는 조직이 중요한 것 아닌가 싶다.(웃음)

- 최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와 생태 교회 매뉴얼 <생명과 더불어 녹색 희망으로>도 발표했다.

올해 1월 출간된 <생명과 더불어 녹색 희망으로 - 한국교회 2050 탄소 중립을 위한 생태 교회 매뉴얼>. 아래 '생태 교회 매뉴얼' 링크에서 PDF 파일을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올해 1월 출간된 <생명과 더불어 녹색 희망으로 - 한국교회 2050 탄소 중립을 위한 생태 교회 매뉴얼>. 아래 '생태 교회 매뉴얼' 링크에서 PDF 파일을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장동현 / 작년 5월 20일 '2050 한국교회 탄소 중립 선언' 이후에 교단들이 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논의하는 과정에서 생태 교회 매뉴얼이 기획됐다. 시민사회와 협력하며 사회구조를 바꾸기 위한 로드맵을 그리는 일에도 참여해야겠지만, 교회 내 생태 교육과 실천을 위한 매뉴얼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 기존에 나와 있는 시민사회 매뉴얼을 참고해 교회 문화에 맞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들을 정리했고, 일반 교회들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예장통합·감리회·기장 목회자들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했고, 신학자들도 참여해 예배·교육·선교로 파트를 나눠 반년 넘게 작업했다. 생각보다 호응이 좋은데, 이 책으로 교육도 진행할 예정이고 확장성 있게 더 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하고 있다.

- 활동가들의 노력과 활동에 비해 그 결과물이 교회 현장에 잘 전달되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외치는 활동 단체'와 '침묵하는 일선 교회'의 간극에 때로는 좌절감도 느낄 것 같은데.

이현아 / 힘들 때가 있다. 심지어 각 교단 총회에서 결의된 사안도 막상 소속 교회에 가면 담임목사 선에서 잘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매뉴얼을 내도 지역 교회 목사님이 관심 없으면 전달이 안 된다. 보수적인 곳에서는 너무 과격하다고 얘기를 안 듣고, 진보적인 곳에서는 너무 온건하다고 안 듣는다. 활동가들과 교회 현장 사이에 무슨 막이 하나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웃음)

임준형 / 오히려 목회자들보다 일반 교인분들과 만나면 훨씬 소통도 잘되고 이해도도 높다. 그런데 이게 교회라는 조직 안으로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지는 것 같다. 왜 교회 차원에서 생태 운동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부딪힌다. 교회 생활은 교회 생활이지 이게 생태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인식이 큰 것 같다. 교회와 일상이 완전히 구분되는 것처럼 여겨지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교회는 우리 일상을 얘기하는 공간이 돼야 하고, 그 안에서 기후 위기뿐만 아니라, 노동문제, 인권 문제, 페미니즘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와야 할 텐데, 예전보다는 낫지만 아직도 교회에서는 사회 얘기를 할 필요가 없고 해서도 안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 같다.

이현아 / 해야 한다는 당위만 갖고는 이 장벽을 뚫고 들어가기가 어렵다는 걸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보수적인 교회에는 그에 맞춘 부드러운 언어로 접근하고, 목사님들에게는 목회적 필요성을 어필하고 시대적 요청이라는 점도 강조하면서 설득해 나가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위해 교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주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이현아 책임연구원은 기후 위기에 대한 활동가들과 현장 교회의 온도차를 줄여 나가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이현아 책임연구원은 기후 위기에 대한 활동가들과 현장 교회의 온도차를 줄여 나가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이진형 / 그래도 최근에는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 기후 위기에 관심을 갖는 교회도 많아지고 있고, 각 교단 안에도 기후 위기나 환경문제를 고민하는 목회자들이 입체적으로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작년 '2050 한국교회 탄소 중립 선언'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 선언을 토대로 교단 차원의 선언문도 나오고 위원회도 생겼다. 이렇게 조금씩이지만 분명 변하고 있다. 교계에서 다른 운동을 하고 있는 단체들이 부러워할 정도다. 물론 늘 외롭고 쓸쓸할 수밖에 없는 위치이지만, 그런 예언자적 자리를 지키는 게 우리 몫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외칠 수 있을지, 운동의 폭과 깊이를 어떻게 더해 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 조금씩 변하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좀 더 파격적으로 전환해야 하는 긴급하고 절박한 사안이지 않은가. 우리에게 기후 위기를 막을 기회가 과연 남아 있는지 염려도 되는데.

장동현 / 사실 IPCC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전망이 암울하다. 앞으로 지금보다 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리라는 것은 과학적인 팩트다. 그게 어느 시점에 어떤 강도로 올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경제적·사회적 혼란도 분명 함께 올 것이다. 이런 현실을 모른 체하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겠나. 앞으로 희망이 있다 없다를 떠나서 현 상황을 전하고 대안을 마련해 나가기 위해 지금 여기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이현아 / 솔직하게 말해야 하나 희망적으로 말해야 하나(웃음). 우리는 이미 수많은 생물의 멸종을 목도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 양 낙관할 수는 없다. 누군가 말했듯이 동물에게 일어난 일은 사람에게도 일어난다. 최근 유튜브에서 청년들이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사는 모습을 봤는데, 인간 탐욕으로 동물들을 좁은 공간에 가두고 사육했던 일이 사람에게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기후 위기로 인한 재앙이 닥친다면 언제나 그랬듯이 약한 존재들부터 희생될 것이다. 결국 민감성의 문제인 것 같다. 아직은 괜찮다고, 약한 사람들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고 여기면서 계속 현실을 부정할 수도 있고, 벌써 많은 부분이 무너져 가고 있다고 심각하게 여길 수도 있고.

임지희 / 요즘 들어 그런 말을 많이 한다. 늙어서 죽는 게 우리의 바람이라고. 지금의 위기 상황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정말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는 심각한 상황이다. 최소한 인간으로서 존엄은 지키면서 다가올 종말을 맞이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암울한 생각도 든다. 그래도 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니지 않나. 만약 더 이상 기회가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면, 오히려 우리 신앙인들이 더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후 위기로 어려움에 처하는 사람들은 갈수록 많아질 것인데, 서로 가진 것을 나누며 돕는 일이 우리가 해야 할 역할 아닐까.

임지희 간사는 기후 위기 현실이 암울할수록 교회와 신앙인들이 더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임지희 간사는 기후 위기 현실이 암울할수록 교회와 신앙인들이 더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이진형 / 어차피 안 된다는 말 이면에는 그러니까 아무런 노력도 안 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비관적인 미래를 전망하는 과학자들 말에도 귀를 기울여야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데이터상의 언어라는 생각이 든다. 데이터가 담아내지 못하는, 우리가 가치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바뀌는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다.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된다. 한국교회 안에서 기후 위기에 대한 관심이 움트는 이 시점에서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지가 중요한 것 같다. 예를 들면, 이미 교회 안에는 핵 발전을 통해 기후 위기를 막아야 한다는, 오히려 기후 위기에 반하는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이 그린 엑소더스의 '전환' 정신에 부합하는지 성찰해야 한다.

이현아 / 기후 위기 이후의 삶에 대해 우리가 어떤 그림을 그릴 수 있는가도 중요한 부분이다. 갈수록 열악해지는 환경에서 우리가 어떻게 서로 돕고 의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체제 전환은 단지 기후 위기를 막아내는 것뿐만 아니라, 이기적인 탐욕을 중심으로 살아왔던 삶의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하는 문제다. 대응 이후의 삶에 대한 얘기도 활발히 논의돼야 한다.

- 세계 교회와 비교했을 때 한국교회의 기후 위기 감수성이나 대응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보나.

장동현 / 환경 운동은 아무래도 어느 정도의 경제적·사회문화적 토대가 마련돼 있어야 해서 주로 1세계 국가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한국은 그래도 수행할 만한 역량이 있는 나라다. 교회의 생태 환경 운동도 일부 국가들에 비해서는 활발한 편인 것 같다. WCC 중앙위원 배현주 교수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지금 기환연에서 하고 있는 활동 내용들은 세계 교회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 내용을 어떻게 더 잘 알릴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이진형 / WCC에서 나오는 문서들을 봐도 특별히 앞서 나간다기보다는, 국내 녹색 교회 안에서도 충분히 공유되고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해외 교회 사례에서 부러운 점이 있다면, 프랑스개혁교회나 뉴질랜드교회 같은 경우는 아예 총회 주제를 '기후 위기'로 정하고 토론한 뒤 나름의 결론을 만들어서 개교회에 적용한다는 점이다. 한국교회 상황은 그런 부분에서 아쉬운 것 같다.

임준형 / 한국교회는 총회·개교회를 막론하고 청년 내지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들의 진입 자체가 어려운 구조다. 대다수 의사 결정권자들의 관심사가 아닌 기후 위기를 의제로 올리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독일 에카데(개신교협의회) 같은 경우 기후 위기를 논하기 위해 20~30대 청년 총대를 받아들여서 1년 동안 총회를 가동한 후에 아예 청년 총대를 대표로 세우기도 했다. 이런 쇄신을 한국교회가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 기후 위기 대응 노력 사례 중 '삭개오 기금' 이야기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

임준형 / 삭개오 기금은 '빈민이 존재하는 이유는 부자들이 필요 이상으로 많이 가져가기 때문'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 미국성공회의 빈민 구제 헌금으로 알고 있다. 그걸 기후 위기에도 적용해 보자는 차원에서 만든 것이다.

이진형 / 자기가 배출한 탄소의 양만큼 지구 환경을 살리기 위한 환경 헌금을 하자는 취지다. 삭개오가 회심 후 불의하게 착복한 재물을 돌려주겠다고 결심한 것처럼, 우리도 인간의 탐욕 때문에 파괴된 지구 생태계를 복원하고 기후 재난을 겪는 분들을 돕자는 거다. 기환연이 삭개오 기금을 적용한 사례는 2009년부터 몽골 황무지에 조성해 온 '은총의 숲' 사업이다. 단지 숲만 복원하는 게 아니라 생태 회복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삶도 회복되고 기독교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하는 선교 효과도 있다. 현재 10만 평 정도 조성돼 있는데, 한국교회 정도 되는 사이즈면 1000만 평 정도는 조성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웃음)

- 앞으로 '기후 선교사'를 세우는 그림도 그리고 있다고 들었다. 영등포산업선교회가 진행하는 노동 훈련처럼 기환연이 기후 위기 선교사를 배출하는 훈련장이 되는 건가.

이진형 / 이제는 교회마다 기후 위기 운동을 전담하는 선교사를 배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는 교회마다 기후·환경 교육 센터가 세워져서 교회가 환경 의제를 가장 먼저 다루고 방향을 잡아 가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결국 사람을 양성해야 하는데, 교단이나 지역 교회별로 기환연에 기후 환경 담당 실무자를 한 명씩 파견해서 훈련받게 하면 어떨까. 그렇게 교육받은 선교사들이 교단과 전국 교회에서 배출된다면 기후 위기 운동을 확산하는 통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각자 맡은 분야에서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알려 달라.

장동현 / 연구·교육 분야로는 기환연이 연대해 있는 기후위기기독교신학포럼에서 여러 사업이 계획돼 있다. 올해 문체부와 함께 구체적인 탄소 중립 실천 캠페인, 교육, 국제 심포지엄 등을 열 예정이다. 생태정의아카데미도 작년에 이어 성서를 생태적으로 읽는 심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고, 경제학·사회학 전문가들을 초청해 경제 시스템이나 사회구조를 어떻게 생태적으로 바꿔 가야 하는지 강의를 듣고 토론하는 자리도 마련할 예정이다. 또 개인적으로 기장 교단 생태공동체운동본부 사무국장을 맡게 됐는데, 교단이 기후 위기 대응 사업을 잘 진행할 수 있도록 협력할 계획이다.

장동현 책임연구원은 기후위기기독교신학포럼·생태정의아카데미 등 기후·생태 관련 연구·교육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장동현 책임연구원은 기후위기기독교신학포럼·생태정의아카데미 등 기후·생태 관련 연구·교육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임준형 / 요청이 오는 곳에서 주로 현장 연대 활동을 할 예정이다. 사회 정의의 관점에서 기후 위기 시대에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정의가 뭘까 고민하며 강의도 듣고, 가깝게는 쪽방촌부터 제주 해녀분들까지 기후 위기를 몸소 겪고 있는 현장을 찾아가서 이야기 들으려 한다. 또 9월에 있을 '기후 정의 주일'에는 한국교회가 함께 동참할 수 있는 캠페인·퍼포먼스를 진행해 보려 한다.

임지희 / 현재 '지구를 위한 행동 52주'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매주 기환연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교회와 개인이 할 수 있는 기후 위기 대응 실천 사항을 성서 말씀, 한 줄 기도, 내용 설명과 함께 제안한다. 기후 위기를 위해 어떤 걸 할 수 있을까 막막한 분들은 매주 업데이트되는 캠페인 내용을 통해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을 것 같다.

이현아 / 올해 목표는 녹색 교회를 100개 이상으로 넓히는 것이다. 현재 '그린 엑소더스 릴레이 기도회'를 진행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교회 안에 가장 편하게 정착할 수 있는 방식이 기도회인 것 같다. 공동 기도문, 실천 다짐문 2개만 예배 시간에 잘 활용하시면 릴레이 기도회 주자로 뛰실 수 있을 만큼 문턱이 낮으니 많이 신청해 주시면 좋겠다.(웃음) 작년에 진행한 '생명의 길 초록 발자국' 캠페인도 계속된다. 4월 지구의 날부터 환경주일까지 7주에 걸친 집중 캠페인도 계획 중이고, 녹색 교회의 역사와 지향점, 실천 사례들을 담은 책도 출간할 예정이다.

- 기후 위기 대응에 관심 있는 교회, 그리스도인들이 기환연과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달라.

이진형 / 후원회원이 돼 주시면 좋다. 그러면 저희가 보내 드리는 뉴스레터를 통해 활동이나 결과물을 정기적으로 공유할 수 있게 된다. 또 기환연 홈페이지, 페이스북 페이지, 유튜브 채널에 자주 들어와 참여해 주시면 좋겠다. 또 연락을 주시면 지역 교회에 직접 찾아가서 교육이나 강의도 할 수 있다. 주저하지 말고 언제든지 연락 주시라.(웃음)

*기독교환경운동연대 회원으로 함께하기: https://bit.ly/3JCyqD1
후원 문의: 02-711-8905 / greenchurc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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