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신대 김병철 이사장이 이사들에게 고가의 명품 화장품 선물을 돌려 논란이 되고 있다. 김 이사장은 명절 선물이라고 했지만, 이사장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어서 청탁성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김 이사장이 돌린 화장품 세트.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침신대 김병철 이사장이 이사들에게 고가의 명품 화장품 선물을 돌려 논란이 되고 있다. 김 이사장은 명절 선물이라고 했지만, 이사장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어서 청탁성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김 이사장이 돌린 화장품 세트.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한국침례신학대학교(침신대) 현직 이사장 김병철 목사(온양침례교회)가 이사장 선거를 앞두고 몇몇 이사에게 고가의 화장품 세트를 돌린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침신대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김병철 이사장은 올해 2월 이사들을 직접 찾아가 70만 원 상당의 화장품 세트를 전달했다. 김 이사장에게 선물을 받은 이사는 두 명으로, 모두 여성이다. 김 이사장은 명절이 되면 의례적으로 이사들에게 선물을 제공해 왔다고 한다. 이번에도 설날 인사라는 취지와 함께 선물을 건넸는데, 이사 전원에게 지급한 건 아니었다.

침신대 이사회는 설날이 지난 2월 17일 이사장 선거를 진행했다. 당시 이사회는 이사장 후보를 놓고 5 대 5 정도로 팽팽하게 나뉘어 있는 상태였다. 2차 투표까지 진행된 선거 결과, 전체 11표 중 6표를 얻은 김 이사장이 당선돼 가까스로 연임에 성공했다.

선물 받은 이사 뒤늦게 '양심 고백'
"선물 주고 난 뒤, '이사장 선거 도와 달라' 요구"
임시이사 체제 끝난 지 1년 반 만에 또 논란

김병철 이사장이 고가의 선물을 돌렸다는 폭로는 넉 달 정도 지나 나왔다. 김 이사장에게 선물을 받은 이사 A 목사가 6월 초 법인 감사에게 양심 고백을 했다. 그는 받은 화장품 세트를 사용하지 않고 보관해 왔다.

A 목사는 7월 22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김병철) 이사장이 선물을 줄 당시에는 아무 말이 없었는데, 그 이후로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이사장 선거를 도와 달라'는 요청을 계속해 왔다"고 했다. 이어 "나중에 백화점 가서 직접 알아보니 (화장품) 가격이 70만 원에 달하더라. 이사한테 이렇게 할 정도면 앞으로 교수를 뽑거나 총장 투표를 할 때도 (대가성 선물을 주는 게) 관행처럼 굳어질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뒤늦게 사실을 밝힌 이유는 '목회자로서의 양심' 때문이라고 했다. A 목사는 "처음에는 선물이라서 받긴 했는데 이후로 계속 괴로웠다. 내 자녀들도 침신대에 다니는데, 아이들을 볼 때마다 괴롭고 자책하게 되더라. 그래서 신고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선물을 받은 또 다른 여성 이사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그는 응하지 않았다.

이사회 감사들은 내부적으로 김병철 이사장을 조사하려 했지만, 김 이사장이 이를 거부했다고 한다. B 이사는 22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7월 5일 이사회가 열렸는데, 여기에서 이사장 선물 제공에 관한 성토가 있었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100만 원이 되지 않아 문제가 없다'며 오히려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고 했다. 일부 이사가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 등 법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하자, 김 이사장은 "법대로 하라"며 큰소리를 쳤다고 한다.

C 감사도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이사장에게 자체적으로 해결하면 좋겠다고 얘기했지만, 이사장은 변호사 자문을 받았다며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 '명절 선물로 드린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심지어 몇몇 이사도 '그 정도는 괜찮은 것 아니냐'는 인식을 갖고 있어서 굉장히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병철 이사장이 언급한 "100만 원까지 가능하다"는 주장은 청탁금지법 8조 1항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8조 1항은 "공직자 등은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후원·증여 등 그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 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1회에 100만 원 미만의 선물을 했으니 문제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청탁금지법 8조 2항은 "공직자 등은 직무와 관련하여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제1항에서 정한 금액 이하의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3항 2호에서는 선물의 경우 "원활한 직무 수행 또는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일 경우 대통령령에서 정한 금액 이내로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청탁금지법 시행령은 '선물'의 가액 범위를 '5만 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농수산물은 10만 원, 설·추석 명절에는 농수산물에 한해 20만 원까지 가능하다. 김 이사장이 여성 이사들에게 선물한 화장품 가격은 이 규정을 훨씬 웃돈다.

현재 국민권익위원회가 김병철 이사장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인데, 만일 선물을 제공한 목적이 이사장 선거와 연관 있다면 형사처벌로 이어질 소지도 있다. <뉴스앤조이>는 김병철 이사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남겼으나, 그는 "회의 중"이라는 메시지만 보낼 뿐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침신대는 오랜 기간 이사회 파벌 싸움으로 내홍을 겪었다. 2018년 교육부 임시이사 파송 후에는 안정을 되찾았지만, 임시이사가 돌아간 후 교단 목회자로 이사회가 재구성되자 다시 논란이 발생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침신대는 기독교한국침례회 교단 권력 싸움의 상징과도 같은 학교였다. 지난 2004년 허긴 총장 재임 시절 학내 사태가 발발한 이후 15년간 분규에 휩싸여 왔다. 이사회는 두 패로 나뉘어,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사람이 이사장 또는 총장이 되면 가처분 신청을 반복했고, 수차례 직무 정지 사태가 벌어졌다. 법원이 변호사를 임시 대표자로 파송하는 굴욕도 겪었다.

이사회 목사들은 민형사 소송도 서슴지 않았고, 교단도 이들을 제어하기는커녕 두 패로 갈라져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분규가 지속되자, 교단 총회장을 비롯한 학교 내·외부 구성원들이 교육부에 임시이사를 파송해 달라고 요청할 정도였다.

결국 교육부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2018년 7월 침신대에 임시이사를 파송했다. 11명 전원 교단 외부 인사로 구성된 임시이사들이 총장을 새로 선출하고 학교 정상화에 들어갔다. 그 결과 침신대는 2020년 3월 임시이사 체제를 끝내고 1년 반 만에 이를 종식했다. 현재 재임 중인 이사들은 이때 선출된 이들이다.

그러나 임시이사 체제 종식 후 첫 임기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 또다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면서, 학교 측은 허탈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침신대 한 관계자는 "임시이사들이 학교를 떠나면서 '우리가 그리울 것'이라고 우스갯소리처럼 말했는데 진짜 그런 상황이다.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학교를 운영할 때는 뒷말이 나올 여지가 없었는데, 지금은 유력 목사들과의 관계 등 정치적인 이해관계 속에서 학교를 운영하니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차라리 임시이사 때가 일하는 게 훨씬 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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