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노래 - 세상의 모든 라헬을 위한 시편> / 앤 윔즈 지음 / 장준식 옮김 / 바람이불어오는곳 펴냄 / 164쪽 / 1만 2000원
<슬픔의 노래 - 세상의 모든 라헬을 위한 시편> / 앤 윔즈 지음 / 장준식 옮김 / 바람이불어오는곳 펴냄 / 164쪽 / 1만 2000원

"라마에서 슬퍼하며 통곡하는 소리가 들리니, 라헬이 그 자식 때문에 애곡하는 것이라. 그가 자식이 없어져서 위로받기를 거절하는 도다."(렘 31:15)

[뉴스앤조이-김은석 간사] 예레미야를 연구하던 구약학자 월터 브루그만은 어느 날 친구에게 전화해 질문을 던진다. "라헬이 위로받게 될까요?" 친구가 답한다. "아니요. 라헬은 위로받지 못할 겁니다. 지금 여기에서는 위로받지 못할 거예요. (중략) 그러나 오직 하나님이 그녀의 눈에서 눈물을 닦아 주실 때에만 라헬은 위로받을 수 있을 겁니다."(22쪽) 이 대답을 한 친구는 미국장로교회(PCUSA)가 '계관시인'이라는 칭호를 부여한 시인으로, 21살 생때 같던 아들의 죽음으로 비탄에 잠겨 있던 이 책의 저자 앤 윔즈다. 브루그만은 저자에게 탄식 시편을 써 보라고 제안하고, 저자는 그에 응해 "말해지지 않은 아픔을 입 밖으로 내놓는 작업"(12쪽)을 시도한다. 그렇게 써 나간 시들은 또 다른 라헬들로부터 공명을 일으켰고, 50편이 엮여 "우는 자들과 그 우는 자들과 함께 우는 자들에게"(7쪽) 쓴 이 책이 탄생했다. 서문에서 브루그만은 구약성경 시편의 거의 절반을 자치하는 탄식 시들이 지닌 특징을 해설한다. 그는 이스라엘의 시편 기자들이 "담대한 탄식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표현했던 것처럼" 윔즈 역시 "담대한 믿음을 갖고 있고, 담대하고 말하고, 담대하게 저항"(19쪽)한다고 평가한다. 나아가 "그녀의 상처 가득한 탄식의 언어들 덕분에 우리는 치유받게 될 것"(20쪽)이라고 말한다. 말미에 실린 옮긴이의 후기도 이 책과 탄식 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나의 생명보다 더 귀한 아들이 죽었나이다. / 주께서 나에게 주신 아들이 죽었나이다. / 정의나 자비를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 아들이 죽었나이다. / 나는 어둠 가운데 앉았고 / 호산나 찬양은 나의 목구멍에 걸려 있나이다. / 왜 내가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 부활의 아침을 기다려야만 하니까? / 하나님이여, / 왜 주께서는 나에게 라헬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셨나이까? / 라마에서 통곡하는 소리가 들리오니, / 그 통곡은 바로 나의 통곡이니이다. ('탄식 시편 1', 29쪽)

"성경에 탄식 시가 존재한다는 것은 다행이고 축복이다. 우리는 성경의 탄식 시를 통해서, 월터 브루그만이 간략히 설명한 것처럼, 이 땅에서 결코 해소될 수 없는 아픔을 하나님에게 탄식하는 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중략)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이스라엘의 시인들이 가르쳐 주고 있듯이, 이 세상에서 발생하는 불의한 일들에 대한 책임을 우리 자신에게 돌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그 책임을 전가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것은 불경한 행동이 아니라 하나님과 대면하여 이 땅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슬픔을 달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옮기고 나서', 1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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