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모든 것을 남긴 의사 주보선 - 삶으로 선교를 보여 준 한 의료 선교사의 삶과 유산> / 김민철 지음 / IVP 펴냄 / 300쪽 / 1만 8000원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모든 것을 남긴 의사 주보선 - 삶으로 선교를 보여 준 한 의료 선교사의 삶과 유산> / 김민철 지음 / IVP 펴냄 / 300쪽 / 1만 8000원 

[뉴스앤조이-박요셉 간사] 성은 주, 이름은 보선. 영어 이름은 David. 1923년 3월 중국 상해에서 태어났다. 스물여섯 살이 되던 해 공산당이 지휘하는 신사군新四軍이 상해를 점령하자,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 베일러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이후 진로를 바꿔 의과대학에 진학했다. 뉴욕 브루클린감리교병원에서 의사로서 안정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었지만, 오랫동안 간직해 온 선교사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1967년 미국 남장로교 의료 선교사로 한국에 왔다. 전주 예수병원에서 정년인 65세까지 활동했다.

저자 김민철 의사(대자인병원 혈액종양내과, 인터서브코리아 이사장)는 그의 제자 중 하나다. 저자는 다른 제자들과 합심해 스승의 삶을 그린 책을 기획했고, 이전 기록과 가족·지인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출간 작업에 들어갔다. 1부에서는 스승이 자녀들을 대상으로 쓴 자서전을 번역해 담았고, 2~4부에서는 스승의 유산과 영향력 등을 제자의 시각으로 재구성했다.

주보선은 가시적인 성과와 대단한 업적을 이룬 선교사는 아니었다. "영웅적인" 인물이 아니었고, "영향력 있는 설교자"도 아니었다. 교회나 병원 같은 그럴 듯한 성과물을 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대신 "그는 사람을 남겼다."

제자들은 자신들의 삶에 깊이 영향을 준 스승을 늘 그리워하고 존경했다. '삶으로서의 선교'나 'Bussiness As Mission'이라는 개념조차 없던 때, 스승은 시대를 앞서 선교적 삶을 실천한 위인이었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동료와 환자, 후배들에게 늘 따뜻하고 겸손했던,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는 이였다. 그 향기에 젖은 여러 제자가 스승을 좇아 해외로 의료 선교를 떠났다.

"으레 그렇듯 힘들었던 전공의 시절을 공유한 의사들이 모이면 밤늦도록 그 당시의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그리고 그럴 때면 늘 스승 주보선에 대한 추억이 등장한다. 어떤 제자는 스승의 겸손한 삶을 흉내 내며 사는 이야기를 하고, 스승의 몸에 밴 근검절약 정신을 옆에서 보고 배운 제자 김인재는 '집 가구를 바꾸지 않고 아주 오랫동안 사용하는 이유가 스승 탓'이었다는 사실을 아내에게 들켰다고도 말한다." ('들어가는 이야기', 26쪽)

"그가 한국으로 선교지를 결정하는 과정에 어떤 극적 인도하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예수를 믿고 의사가 되어 선교사로 일하겠다는 하나님 앞에서의 소명을 항상 마음에 간직하고 있었을 뿐이다. 이 소명은 하나님의 때에 그분이 만나게 하신 사람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으로 인도하심을 받았다." (2부 '너무 평범해서 특별했던 그의 인생 이야기', 161쪽)

"돌이켜 보면 주보선에게는 성취 지향적으로 앞만 보고 달리던 우리 젊은 의사들을 잠시 멈춰 서게 하는 묘한 힘이 있었는데, 그 힘은 웅변적 설교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의 삶을 통해서였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왜 사는가?' 하는 근원적 질문들로 그는 우리를 이끌어 주었고, 우리 곁에 있으면서 우리가 삶의 본질을 놓치지 않도록 일깨워 주는 잔잔한 울림이 되었다." (5부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모든 것을 남긴', 2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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