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드리운 자리 - 회고록> / 필립 얀시 지음 / 홍종락 옮김 / 비아토르 펴냄 / 460쪽 / 2만 2000원
<빛이 드리운 자리 - 회고록> / 필립 얀시 지음 / 홍종락 옮김 / 비아토르 펴냄 / 460쪽 / 2만 2000원

[뉴스앤조이-김은석 간사] <내가 고통당할 때 하나님 어디 계십니까?>(생명의말씀사), <내가 알지 못했던 예수>·<하나님, 당신께 실망했습니다>·<놀라운 하나님의 은혜?>(IVP), <기도하면 뭐가 달라지나요?>(포이에마) 등을 쓴 복음주의 출판계 대표적인 저술가 필립 얀시의 회고록. 스스로 이 책을 "글로 쓴 셀카"(454쪽)라고 표현할 만큼, 자신의 성장기와 가족사에 드리운 그늘, 그리고 여전히 다 헤어나지 못한 삶의 고통과 혼란스러운 면면을 진솔하게 드러낸다. 어린나이에 아버지를 잃은 얀시는 미국 남부 근본주의 신앙에 사로잡힌 어머니 아래서 두 살 위인 형과 함께 자랐다. 왜곡된 신앙과 폭력적 양육 환경이 만들어 낸 고통과 상처가 성장기를 지난 후로도 형제의 삶에 어떤 혼란과 아픔으로 이어졌는지, 그 지난한 시간들 속에서 '은혜'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하나님의 사랑을 자신이 어떻게 발견하고 붙잡았는지 보여 준다. 자신이 쓴 모든 책에서 '고통'과 '은혜'라는 두 가지 주제가 드러난다고 밝힌 그는 "이 회고록에서 내가 쓴 다른 책들에 대한 일종의 프리퀄을 썼다"(449쪽)고 말한다.

"밤중에 우리의 2단 침대에서 어머니에 관해 말한다. 과거에 우리는 모두가 상기시키는 대로, 우리를 기르기 위해 인생을 희생한 여인에게 감히 의문을 품지 못했다. (중략) 우리의 어머니는 다른 모두가 보는 대로 천사 같은 사람이기도 하고 우리와 함께 사는 변덕스러운 사람이기도 하다. 우리는 어머니의 이 두 모습을 조화시킬 수가 없다. (중략) 
 

어머니는 지난 12년 동안 한 번도 죄를 짓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내가 살아온 나날보다 더 긴 세월이다. 어머니는 그리스도인이 더 높은 영적 상태, 도덕적 완전함의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하는 성결 전통의 한 분파를 따른다. (중략) 무죄의 상태는 어머니가 아들들인 우리와 벌이는 모든 언쟁에서 승리를 보장한다. 적어도 본인은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다 보니 본인의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사과할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 그런 일은 절대 없다. (중략)
 

우리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말로 표현할 길은 없지만 내 안에서 뭔가가 찢어지고 있다. 교회의 아는 사람 누군가에게 달려가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제발, 제발 우리를 도와주시겠어요? 우리 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누군가는 알아야 해요.' 그러다 어머니의 평판을 떠올리고 누구도 내 말을 믿지 않을 것임을 깨닫는다. 어머니는 성녀聖女, 애틀랜타에서 가장 거룩한 여인이다." (12장 '어머니', 197~198쪽)

"은혜가 나의 두 번째 테마인 이유는 은혜의 반대가 갖는 힘을 알기 때문이다. 비은혜는 형과 어머니 사이의 어두운 에너지에 연료를 공급한다. 한쪽에 있는 상처 입고 앙심을 품은 마음과 다른 쪽에 있는 의로운 심판을 내세우는 마음이 서로 대립한다. 어떤 힘이 그들을 반세기 동안 서로 대화하지 못하도록 막았을까? 너무나 자주 가족들, 이웃들, 정치인들, 인종들, 국가들을 갈라놓은 완고한 교만의 힘이다.
 

어린 시절 내가 다닌 교회들에서는 하나님의 은혜를 노래했지만 나는 그것을 좀처럼 느끼지 못했다. 나에게 하나님은 어떻게든 저주하고 처벌하려 드는 엄격한 감독관으로 보였다. 그러나 나는 우리의 온전함을 갈망하시는 사랑과 아름다움의 하나님을 알게 되었다. 하나님께 복종하면 쪼그라들게 될 거라고, 유혹을 피하고 내세를 준비하면서 '영적인' 것들에만 암울하게 초점을 맞추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정반대였다. 알고 보니 하나님의 선한 세상은 은혜로 치유된 눈으로 누릴 수 있는 선물이었다." (25장 '여파', 4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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