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이커 지혜의 책> / 로버트 로렌스 스미스 지음 / 사월의책 펴냄 / 268쪽 / 1만 6000원
<퀘이커 지혜의 책> / 로버트 로렌스 스미스 지음 / 사월의책 펴냄 / 268쪽 / 1만 6000원

[뉴스앤조이-박요셉 간사] 퀘이커 주요 사상을 담은 책. 존경받는 퀘이커 지도자이자 미국 대통령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로 유명한 워싱턴 D. C. 시드웰프렌즈스쿨 교장을 지낸 로버트 로렌스 스미스가 썼다.

퀘이커는 17세기 영국에서 시작한 개신교 교파 중 하나다. 원래는 '친우들(Freinds)'이라고 불렸는데, 이들의 종교 체험을 비웃는 사람들이 '퀘이커(Quaker·몸을 떠는 사람)'라는 별명을 붙였다.

퀘이커에서는 우리 주변 개신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요소들을 찾기 어렵다. 신학이 없고, 교리와 신조도 없다. 전례와 의식도 없으며, 목사도 선교사도 없다. 교회학교, 성경 공부도 없으며, 모임이나 가정에 십자가 혹은 다른 종교적 상징물을 두지도 않는다. 전도와 선교도 없다.

퀘이커가 이 모든 것을 제하고 강조하는 건 '침묵'과 '삶'이다. 이 책 머리말의 제목이기도 한, 퀘이커 설립자 영국 조지 폭스의 "당신의 삶으로 말하라"는 격언을 중요시한다. 스미스는 책에서 △침묵 △예배 △진리 △단순함 △양심 △비폭력 △봉사 △사업 △교육 △가족 등 퀘이커가 삶으로 보여 온 가치와 실천을 소개한다.

지금까지 '믿음'을 유독 강조해 온 개신교는, 삶을 돌보지 못해 결국 믿음마저 잃어 버릴 위기에 처해 있다. 스미스는 그런 우리에게 지난 300년간 온갖 박해와 탄압에도 신앙의 유산을 지켜 온 퀘이커로부터 배울 점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들 각자에게는 하느님의 속성이 있고, 옳은 길로 인도하는 빛을 품고 있으며, 조용한 침묵 속에서 진리로 가는 그 길이 열린다"며, "더 나은 삶을 위해 '사랑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시도하는' 것이 상상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251쪽)고 썼다.

"침묵은 우리가 숨 쉬는 공기처럼 보편적입니다. 침묵은 우리 자신을 새롭게 가다듬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게 하는, 혹은 잠깐 쉴 수 있게 하는, 항상 이용 가능한 커다란 연못과 같습니다. 침묵은 하느님이 우리 마음에 주시는 선물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현대 생활 속에서 이것을 잃어버린 듯하며 일부러 방기해 버린 듯도 합니다. 우리 삶 속에는 더 많은 침묵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우리 가정에도 더 많은 정숙함이 필요합니다. 점점 복잡해지고 번잡해지는 세계에서 우리 자신을 침묵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1장 '침묵', 40-41쪽)

"퀘이커 모임의 전제는 어떤 사람도 혼자서는 진리의 전체를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집단으로 진리를 찾는 것은 한 개인이 진리를 찾는 것보다 더 포괄적이고 총체적이며 더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2장 '모임', 49쪽)

"인생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가장 귀한 선물은 '선택'입니다. 한편 셰익스피어는 다른 맥락에서 '양심은 우리 모두를 겁쟁이로 만든다'고 했습니다. 내 생각에 그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우리가 양심의 소리를 듣고 그 소리에 따라 선택하는 것은 무섭고도 외로운 일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진실을 두려워하는 것과 같은 이유로 양심을 두려워합니다. 양심을 따르면 우스꽝스러워질 수 있고, 우리의 보호막이 벗겨져 버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는, 우리의 삶이 양심을 통해 말하면 진실을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오직 우리 안의 하느님에게만 답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5장 '양심', 121~1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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