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넘어서는 성경 묵상> / 옥명호 지음 / 비아토르 펴냄 / 272쪽 / 1만 6000원
<나를 넘어서는 성경 묵상> / 옥명호 지음 / 비아토르 펴냄 / 272쪽 / 1만 6000원

[뉴스앤조이-김은석 간사] '묵상과 밥상'. 대학생 시절 회심한 이래 30여 년간 끼니 챙기듯 성경 묵상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저자가 2015년부터 4년간 격월간 <매일성경 순>(성서유니온)에 연재한 꼭지명이다. "사적 영역에만 갇히는 묵상의 시야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곧 사회와 정치 현실을 아우르는 공적 영역으로 넓혀 보자는 연재 기획 취지에 공감"(19쪽)해 쓴 글들을 다듬고 보완해 단행본으로 펴냈다. 성경 읽기와 묵상을 강조하는 한국교회가 왜 이웃의 고통에는 무심하고 혐오와 차별, 비난과 공격의 언어는 앞장서서 쏟아 내는가 하는 의문은 "성경 묵상이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일대일 수직 관계망 안에서 이루어지는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우리 사이의 수평 관계망을 담는 시간일 수는 없을지"(18쪽) 탐색하는 여정으로 이끌었다. "나쁜 신학, 어긋난 묵상"(2부)을 극복하고 사적 영역 너머 "이웃과 세상으로 다가서는 묵상"(4부)을 추구하는 "한 순례자의 고민과 내적 씨름, 공부의 과정"(19쪽)을 담아냈다. 홍성사, IVP, <복음과상황> 편집장을 거쳐 1인 출판사 잉클링즈를 꾸려 가고 있는 옥명호 대표가 썼다. 신학자나 목회자의 시각이 아닌 평범한 일상을 사는 평신도의 관점을 견지하지만, 적절하게 인용하고 참고한 내용들에서는 오랫동안 기독 언론‧출판계에 몸담은 관록이 묻어난다.

"우리는 자신의 오만과 편견이 말씀 읽기와 이해, 그리고 적용 과정에서 조작과 왜곡을 낳지 않도록 늘 경계해야 합니다. (중략) 자아도취나 자기중심적 관점은 성경을 자신의 편리와 이익을 위한 도구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으며, 누구도 이 위험에서 안전하다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개인적 필요와 목적, 선호를 앞세워 성경 본문에 다가가는 태도가 바로 그러하겠지요. 영국의 신학자이자 목회자이 마이크 보몬트가 이에 대해 잘 얘기했습니다. 
 

'성경은 철학적 원리나 종교적 격언을 주먹구구식으로 모아 놓은 책이 아니라 역사를 통해 계시된 이야기다. 이것은 성경을 평면적으로, 곧 우리 목적에 맞게 아무 구절이나 골라 읽을 수 없다는 뜻이다.' 
 

(중략) 성경을 읽고 묵상하면서 하나님이 들려주시려는 말씀에 귀 기울이기보다 자신이 뜻하는 바를 얻고자 하는 마음가짐은 오만입니다. 그렇게 자신의 바람과 필요를 떠받치고 정당화하는 성경 구절을 찾아 묵상한다 한들, 그 귀결은 결국 그릇된 '나의 나라'에 이를 뿐입니다. 우리 자신의 오래된 편견이나 자아중심적 오만이 성경 읽기와 묵상 과정에 틈타지 않게끔 늘 경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성경 묵상이 하나님과 무관하게 나의 나라를 강화하는 도구로 전락하지 않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북돋고 하나님의 나라(다스림)를 추구하는 통로가 되려면 말이지요." (1부 '인간적 성경 읽기', 38~40쪽)

"우리나라 성경 묵상 운동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고 윤종하 성서유니온선교회 초대 총무가 '이 세상 어느 영역이든' 하나님의 통치가 구현되어야 할 곳임을 가르쳤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닐 터입니다. (중략) 자기 삶의 자리를 넘어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곳곳마다 하나님나라(통치)가 임하기를 기도하는 그리스도인이 말씀 묵상 시간에는 늘 개인 삶의 문제에만 파묻힐 수 있을까요? 묵상할 때 개인 상황뿐 아니라 사회와 이웃의 문제까지 마음에 품고 말씀을 적용하려는 그리스도인이 줄곧 자신의 일용할 양식과 인도하심만 구하는 기도를 올려 드릴 수 있을까요? (중략)
 

이제껏 우리의 묵상 생활은 어떠했나요? 지나치게 내 상황, 내 형편에만 방점이 찍혀 있지는 않았나요? 이제는 '나'를 넘어서야 할 때입니다. 나를 넘어선다는 건, 달리 말하면 시야와 관점이 넓어진다는 의미입니다. 내 삶의 필요와 고민을 넘어 세상의 필요와 고통을 품는 묵상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개인과 교회를 넘어, 하나님의 통치가 임해야 할 온 세상의 불의와 불평등, 억압과 폭력, 빈곤과 기아, 차별과 혐오의 현장, 그리고 그 속에서 고통당하는 이웃('비회원')을 품는 묵상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3부 '나를 넘어서는 묵상', 182~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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