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욥이 말하다 - 고난의 신비에 관하여> / 양명수 지음 / 복있는사람 펴냄 / 280쪽 / 1만 5000원 
<욥이 말하다 - 고난의 신비에 관하여> / 양명수 지음 / 복있는사람 펴냄 / 280쪽 / 1만 5000원 

[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사람은 하나님의 희망이다'라는 대담한 명제하에 욥기에 담긴 삶과 믿음과 고난의 신비를 풀어낸 책. 신학자 양명수 교수(이화여자대학교 명예)가 2002년 이화여자대학교 대학교회에서 강의한 내용을 토대로 2003년 발간한 책의 20주년 개정판이다. 저자는 욥의 '믿음 좋은 친구들'을 무작정 매도하지 않고 공정하게 평가한다. 그러나 분명하게 욥의 손을 들어 주며 "고난당하는 사람 쪽에서 이해한 신학이 옳다"(22쪽)고 말한다. 친구들의 논리는 한마디로 '그때는 맞지만 지금은 틀리다'. 저자는 치열하게 전개되는 욥과 친구들의 논쟁을 통해, 제3자의 눈으로 고난을 대하는 일의 위험성, 하나님을 너무 위하는 나머지 사람을 저버리는 결과에 대해 경고한다. 고난을 죄와 벌의 짧은 인과관계 속에 가두거나 반대로 고난은 하나님의 뜻이라며 예찬하지 않는다. 고난은 그 자체로 악이다. 그러나 사람이야말로 하나님의 희망이요, 하나님만이 사람의 유일한 희망이라는 점을 새롭게 드러내는 '신비'이기도 하다. 간결하고도 핵심을 찌르는 저자의 필치를 따라 욥기를 읽다 보면, 하나님에 대한 격렬한 저항이 어떻게 생명력 있는 믿음이 될 수 있는지, 하나님은 어떤 방식으로 사람의 고난 가운데 함께하시는지, 하나님의 전능하심과 의로우심은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지, 까닭 없는 고난 속에서 몸부림치던 욥이 결국 저항을 그치고 까닭 없는 믿음의 자리로 나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사실 그런 불행은 욥에게 뜻밖의 일이었을 뿐 아니라 하나님께도 뜻밖의 일이었다. 하나님은 사람에게 희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뜻밖의 일도 당하신다. 욥기 저자는 불행의 근원지를 하나님에게 돌리지 않고 사탄에게 돌리고 있다. 하나님은 욥의 불행을 바라지 않으셨다. 물론 본문에는 욥의 불행을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뜻 안에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하나님의 뜻밖에서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고 할 수 있으리라. (중략). 잘 살라고 세상을 만들고 사람을 만드신 것이며, 그 마음은 변함이 없으시다. 그런 의미에서 변치 않으시는 하나님이시다. 그렇기 때문에 원래 인간의 불행은 하나님께도 뜻밖의 일이다. 뜻밖의 일을 하나님은 뜻 안의 일로 만드신다." (1장 '불행이 닥치다: 욥기 1-2장', 33쪽)

"사람은 주체이지만 묻는 주체다. 엘리후는 어떤가? 그는 들음을 통해 깨달음을 강조하고 순종을 강조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비밀은 그분이 인간의 억압 상황에 노출되시는 데 있기 때문에, 하나님을 볼 자는 억압된 인간 편에 있어야 한다. 인간 편에 있어야 하고, 억압된 인간 편에 있어야 한다. 고난받는 자가 하나님을 만나고, 고난받는 자의 처지에서 본 하나님이 성서의 하나님이다. 그것은 일목요연하게 설명되는 하나님이 아니요, 질문투성이 속에 감추어진 하나님이지만 바로 거기가 하나님이 노출되고 드러나시는 곳이다. 어쩌면 질문하는 욥은 하나님의 계시에 다가가는 자요, 질문을 견디지 못하는 엘리후는 약자의 처지를 함께하지 못해 결국 하나님의 뜻에서 멀리 있는 자일지도 모른다." (19장 '들어라, 들어라 - 엘리후의 발언: 욥기 36-36장', 225~226쪽)

"그러나 고난에 하나님의 뜻이 있고 하나님의 뜻 안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말하는 것은 회고적이다. 불행의 소용돌이가 지난 이후에 삶을 회고하며 고백하는 것이다. 시간 차가 있다. 혹독한 고난이 한창 진행 중일 때 그 고난에 하나님을 끼워 넣을 수는 없다. 하나님은 그런 식으로 전능해지기를 바라시는 분이 아니다. (중략)

일반적인 언어가 신앙의 형식(폼)을 이룬다. 형식은 중요하지만 구체적인 삶의 상황에서 그 형식은 거듭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폼만 잡다 끝나고 신앙의 껍데기만 남는다. 불행을 맞은 사람이 그런 일반적인 고백을 그대로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삶이 그렇지 않다. 불행을 맞으며 그런 고백으로 바로 갈 수 없고, 혼돈과 의문을 거치게 마련이다. 그 혼돈과 의문은 신앙고백의 형식에 살아 있는 내용을 채우며, 형식에 긴장을 더해 준다. 언어의 애매모호함을 부각시킨다. 삶과 신앙이란 것이 일반적인 언어로 쉽게 말할 수 없음을 보여 준다." (23장 '이제 눈으로 주님을 뵙습니다: 욥기 42장 1-6절', 256~2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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