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마지막 날들 - 십자가 사건의 역사적 재구성> / 프랑수아 보봉 지음 / 김선용 옮김 / 비아 펴냄 / 208쪽 / 1만 2000원
<예수의 마지막 날들 - 십자가 사건의 역사적 재구성> / 프랑수아 보봉 지음 / 김선용 옮김 / 비아 펴냄 / 208쪽 / 1만 2000원

[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예루살렘 입성, 심문, 십자가 처형, 매장(그리고 부활)에 이르기까지 예수의 수난 과정이 실제로 어떻게 전개됐는지 역사 비평적 관점에서 재구성한 책. 그리스도교외경문헌학회·세계신약학회 회장을 역임한 스위스 성서학자 프랑수아 보봉(François Bovon, 1938~2013)이 썼다. 저자는 복음서·바울서신·사도행전에 실린 수난 사화뿐만 아니라, 외경, 유대 자료, 로마 행정법·형법을 포함한 비유대 자료 등 다양한 자료를 비교·검토해 "사건이 실제 일어난 개요를 명료하게 설명"(18쪽)한다. 수난 사화에 대한 그리스도인들의 선입견(반유대주의)과 현존 자료가 갖는 한계(양적 부족, 단편성, 자료별로 상이한 증언·해석 등)가 장애물이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사건에 대한 역사적 재구성이 여전히 가능하다고 본다. 당시 공동체가 지닌 배경(Sitz im Leben)과 전례적·변증적·신학적 수요가 자료 형성에 미쳤을 영향을 고려해 가장 설득력 있는 수난 사화 가설을 제시한다. 책 말미에는 루가 복음서에 담긴 수난 사화 전문(22:1~24:53)과 함께, 역자 김선용 박사가 사역한 '베드로 복음서'(저자는 이 자료가 중요한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본다)가 부록으로 실렸다.

"예수의 마지막 날들을 다룬 많은 책은 (상당히 학문적인 책조차) 방법론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에 부주의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 책은 일차적으로 현존하는 자료를 주의 깊게 살피면서 연구의 적절한 출발점을 선택하고, 사건이 실제로 일어난 개요를 명료하게 설명하는 데 주의를 기울입니다. 본 연구는 역사학의 영역에 속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의 결론이 신학적 의미를 결여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최근 학계는 역사에, 그리고 심리적,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맥락에 계시의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의 가치를 재발견했습니다. 예수 수난에 대한 역사적 해명의 의의는 오직 신학적 기획에 기여하는 데 있습니다." (초판 서문, 18쪽)

"복음서들에는 예수의 죽음을 유대인의 탓으로 돌리려는 경향이 있으므로 이 경우에는 루가 복음서와 요한 복음서가 마르코 복음서, 마태오 복음서보다 역사적 진실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말 산헤드린이 예수에게 사형 판결을 내렸다면 그 판결이 예수의 죽음에 미친 영향에 대해 복음서들(혹은 복음서가 기초하고 있는 자료들)이 기록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그랬다면 복음서 저자들은 그 부분을 더 강조했겠지요. 그러나 산헤드린이 예수의 처형에 미친 영향을 언급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일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산헤드린 공회는 예수의 사건을 심문만 했을 것입니다. 공회의 구성원들은 심문을 통해 예수를 극형에 처해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당시 산헤드린은 사형을 판결할 권한이나 집행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았으므로 그러한 권한을 가진 로마 행정 장관에게 예수를 정죄하라고 보냈을 것입니다." (3장 '사건의 전개', 93~94쪽)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