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분단과 분열의 트라우마를 넘어서> / 김지은 지음 / 홍림 펴냄 / 212쪽 / 1만 4000원
<한국교회 분단과 분열의 트라우마를 넘어서> / 김지은 지음 / 홍림 펴냄 / 212쪽 / 1만 4000원

[뉴스앤조이-박요셉 간사] 교회를 세 번 옮겼다. 첫 번째 교회는 무리한 예배당 건축으로 재정 파탄. 문을 닫았다. 두 번째와 세 번째 교회는 공교롭게도 원인이 같다. 두 곳 모두 건물 신축 후 아들 목사에게 교회를 세습했다.

'나쁜' 교회를 만났다며 원망하고 잊은 뒤 새로운 신앙생활을 시작했으면 그만이었을 텐데. 이전 교회에서 십여 년간 쏟아 부은 열정과 애정, 그곳에서 받은 적지 않은 영향들이 저자를 가만두지 않았다. 지난 교회에서 겪은 일련의 사건들이 결국 한국교회의 총체적 문제와 연결돼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러한 사고의 확장은 책 출간으로 이어졌다.

통일학·심리학을 전공한 김지은 박사는 과거와 현재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는다. 한반도 분단과 교단(교회) 분열 트라우마가 준 부정적인 영향을 추적·분석하고(1~2장), 교회를 사회로부터 유리된 외딴 섬으로 만드는 데 기여한 성장 중심주의와 선민의식, 가부장적 남성 우월주의 등을 조명한다(3~5장). 주목할 만한 건, 저자가 이러한 그릇된 의식이 퍼지는 데는 목회자뿐 아니라 대다수 교인 역시 동조·주동하고 있다고 지적한다는 점이다.

아울러 가나안 교인 혹은 영적 난민이 되어 신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과(6장) 치유와 회복을 위해 교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고 있는 이들(7~8장)을 위한 조언도 남겼다.

"많은 교인이 자신들의 교회에 대한 열정이나 관심을 개교회의 경계 이상으로 확장 적용하지 못한다. 자신들이 구축한 문화와 행위에 천착하며 '소속한 개교회' 자체가 목적이 되어 개교회가 다른 교회 혹은 교단과 가지는 연결성, 사회와의 연대 의식과 같은 보다 넓은 범주에서의 책임감을 느끼지 못한다." (4장 '견고한 성, 혹은 외딴 섬이 된 교회', 73쪽)

"부유浮遊하며 파편화된 개인은 공동체로부터 얻을 수 있는 안정적인 관계와 소속감, 교제, 권면과 구제 등을 누리지 못하고 외롭고 고독한 신앙생활을 이어간다. 외상을 경험한 사람들이 흔히 그러하듯 일상적인 삶을 잃어버리고, 공동체와의 관계가 단절된 채 고립되고 폐쇄적인 삶의 형태에 점점 익숙해지는 경우가 많다. 과거의 상처와 기억을 적절히 다루지 않는 한 파괴된 공동체를 다시 세우는 역할을 담당하거나 새로운 정착지에서 마음을 붙이고 하나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개인과 공동체 차원에서의 '치유’와 '회복'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6장 '교회공동체의 붕괴, 영적 난민이 된 성도들', 126-1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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