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록과 만나다 - 천상과 지상을 비추는 괴물> / 티머시 빌 지음 / 강성윤 옮기뮤 / 비아 펴냄 / 300쪽 / 1만 7000원
<계시록과 만나다 - 천상과 지상을 비추는 괴물> / 티머시 빌 지음 / 강성윤 옮김 / 비아 펴냄 / 300쪽 / 1만 7000원

[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비아 출판사 '만나다' 시리즈의 9번째 책. 미국의 종교학자이자 신학자 티머시 빌(Timothy Beal)이 썼다. 당초부터 해괴한 책으로 취급받으며 정경으로서의 지위조차 불분명했던 '계시록'이 장구한 인류사를 거치며 어떻게 새로운 의미로 변용되고 또 살아남아 오늘날까지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추적한다. △천년왕국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계시록의 유통기한(?)을 연장시킨 아우구스티누스부터 △문학적·시각적 상상력으로 계시록을 전유해 임박한 종말을 도해화한 힐데가르트와 조아키노 △"계시록을 영원히 묻어 버리고 싶어 했"(176쪽)던 루터와, 그런 루터의 성경에 삽화를 넣어 계시록을 되레 유행(?)시킨 크라나흐 △자신이 임대한 차고에 "거룩한 보좌의 방"(221쪽)을 묘사한 어마어마한 작품을 만들고 세상을 떠난 햄프턴 △대중매체가 공포스럽게 묘사하는 휴거·666·좀비물 등 종말론에 이르기까지, 계시록이 살아온 험난한 일대기(biography)를 그려 내고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상상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생성해 낸"(61쪽) 불가해한 계시록의 매력과 만날 수 있다. 책의 내용과는 별개로 '들어가며'부터 '감사의 말'에 이르기까지 통통 튀는 저자의 필력이 돋보이는, 언제 '빵' 터질지 방심할 수 없게 만드는 책이다.

"제자리에 있지 않은 것 같은 느낌, 계속되는 낯선 느낌, 계시록은 언제나 이 느낌과 결부되어 있다. 계시록은 이방인이며, 경계를 넘어선, 종말론적인 괴짜다. 간혹 권력과 영향력을 지닌 궁정과 교회에서 이 문헌을 받아들였을 때조차 계시록은 망명자이자 불청객, 내부의 타자로 남았다. 계시록은 결코 편안함을 주거나 안정감을 주는 문헌이 아니다. 이 책은 시대와 장소를 따라 다른 정체성을 얻고 새로운 형태를 취함으로써 계속해서 움직였고, 살아남아 번성했다." ('서론', 28쪽)

"루터는 계시록이 해석되지 않은 '환상과 심상'만 제시하며 이들은 어떤 의미를 밝히기보다는 더 모호하게 만든다는 이유로 이 본문을 혐오했다. 하느님과 그의 천사들이 별다른 이유도 없이 뱀 꼬리 달린 말, 전갈 꼬리 달린 메뚜기 떼를 보내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고문한다는 내용을 루터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성서에서 계시록이 떨어져 나가기를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러한 바람과 반대로 흘러갔다. 많은 사람은 계시록을 보기 위해 성서의 다른 책들을 건너뛰었다. 크라나흐의 삽화들은 요한의 환상을 묘사하기는 했지만 그 의미를 해명하거나 해석하는 데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고 그 기이함을 부각시켰을 뿐이다. 하지만 이 작품들 덕분에 계시록은 새롭고 초자연적인 생명력을 얻었으며 엄청나게 많은 독자가 새롭게 이 책에 열광했다." (6장 '9월 성서 - 루터의 성서 대 크라나흐의 계시록', 191~1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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