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기본 소득을 말하다 - 기본 소득에 관한 신학과 사회과학의 대화> / 정미현 책임편집 / 새물결플러스 펴냄 / 406쪽 / 2만 원
<한국교회, 기본 소득을 말하다 - 기본 소득에 관한 신학과 사회과학의 대화> / 정미현 책임편집 / 새물결플러스 펴냄 / 406쪽 / 2만 원

[뉴스앤조이-김은석 사역기획국장] "누구든지 일하기 싫어하거든 먹지도 말게 하라"(살후 3:10)는 성서 구절은 사회의 근면 정신과 맞물려 '누구라도 최소한 먹고살 수는 있게 해 주자'는 기본 소득 제도를 반대하는 근거로 자주 사용된다. 정미현 교수(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의 주도로 8명의 학자가 공동 연구한 결과물인 이 책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서와 기독교 전통이 기본 소득의 정당성을 지지하고 있음을 밝힘으로써, 기본 소득에 대한 기독교계 내부 담론 형성을 위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2장에서 기본 소득에 관한 성서적 근거와 함의를 살피고(김회권·정용한), 3장에서 역사적·윤리적·여성신학적으로 기본 소득 논의를 고찰하며(김유준·곽호철·정미현), 4장에서 기본 소득 실현을 위한 사회윤리적·경제적·정책적 타당성(강원돈·전강수·야닉 펜데르보호트)을 검토한다. 세계 학계에서 기본 소득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야닉 펜데르보호트 교수(벨기에 루뱅대학교)의 참여가 눈에 띈다. 기본 소득 개념과 도입에 대한 인식을 파악하고자 기독교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를 부록에 실었다. 40.5%가 찬성, 26.4%가 반대, 29.8%가 중립, 2.9%가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기본 소득론은 낯선 개념이 아니라 이미 시행 중인 보편 혹은 선별 복지 제도를 급진적으로 격상해 온 국민이 민주공화국의 발전과 융성에 이바지하도록 그들을 활성화하자는 제도다. 이는 파라오적 압제자에게 착취당하는 이들이 비국민이나 노예, 식민지 백성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 주는 최소한의 장치로서 하나님이 주신 땅에서 파생된 선물을 향유하는 데 참여시키자는 제도다.
 

구약성서가 보여 주는 하나님나라는 개인이나 기업의 이윤 추구 자유를 극한으로 존중하는 자기 조정적 시장보다는 하나님의 주기적 개입과 간섭을 통하여 가난한 자를 배려하고 돌보는 데 치중하는 경제를 보여 준다. 성서적 경제활동의 중심에는 가난한 자들의 생존권 보호와 하나님의 통치에 대한 신뢰 유지를 돕고자 하는 신적 의지가 작동하고 있다." (2장 '기본 소득에 관한 성서적 근거와 함의', 66~67쪽)

"특별히 주목할 것은 신앙적으로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는 관점에서는 기본 소득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 찬성이 15.8% 더 높았다는 점이다. 즉, 일반적으로 기본 소득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 질문했을 때와 신앙적 차원에서 질문을 했을 때 상이한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내용은 단순히 신앙적 이유로 기본 소득을 또 다른 자선의 한 형태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함을 의미한다기보다, 기본 소득에 대한 취지와 배경을 설명하면서 사회구조적 불평등 구조를 바로잡고 전반적 변화를 도모하려는 의도와 함께 이를 신학적 차원에서도 뒷받침하는 설명이 필요함을 역설적으로 보여 주는 것으로 봐야 한다.
 

(중략) 신앙적 근거로 기본 소득의 도입에 반대하는 이들 중 다수(62.4%)는 반대의 이유가 '게으름을 조장해서 일하려는 의지를 약화시키기 때문'이라고 응답했고, 그다음으로 57.2%는 '빈둥거리는 이들을 위한 지급은 낭비'라고 봤으며, 46.1%는 '성서는 약자를 도우라는 것이지 모든 사람이 아님'이라고 응답하였다. 본 저서에 연구 결과로 제시된 성서적 근거와 기본 소득의 관계성을 비롯하여 기독교윤리학적·교회사학적·여성신학적·사회과학적 연구 내용이 대중적으로 확산된다면 이러한 반대 이유를 교정할 수 있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5장 '결론: 연구 성과 요약과 제언', 351~352쪽)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