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은 더디 온다 - 말씀에서 말씀으로 살아 낸 사막 교부와 교모의 인생 가르침> / 이덕주 엮음 / 사자와어린양 펴냄 / 316쪽 / 1만 7000원
<깨달음은 더디 온다 - 말씀에서 말씀으로 살아 낸 사막 교부와 교모의 인생 가르침> / 이덕주 엮음 / 사자와어린양 펴냄 / 316쪽 / 1만 7000원

[뉴스앤조이-김은석 사역기획국장] 대표적인 한국교회사가인 이덕주 교수(감리교신학대학교 은퇴)가 팬데믹 후 칩거 생활 중에 탐독한 사막 교부 관련 서적들에서 금언들을 추려 직접 번역한 책. 4세기 로마의 기독교 공인 후 박해가 끝나고 찾아온 기독교 융성기에 자신이 누리던 편안함과 풍요를 버리고 사막과 광야로 떠나 새로운 기독교 영성의 샘물을 퍼 올린 이들을 '사막 교부와 교모'(Desert Father and Mother)라고 불렀다. 저자는 그들이 남겨 놓은 금언들 속에서 "부흥과 성장의 시대를 마감하고 침체와 하강의 위기를 맞이한 오늘의 한국교회"(298쪽)에 던지는 메시지와 가르침을 골라냈다. 그 내용을 20개 주제로 정리해 현대인들이 삶의 한복판에서 은밀하게 주님을 만나도록 영적 순례 길을 그려 놓았다. 

"기독교를 공인함으로써 제국 내 평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했던 황제는 교회 갈등과 분쟁을 조정하느라 골머리를 앓았다. (중략) 교회는 오히려 정통과 이단으로 나뉘어 같은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서로가 서로를 정죄하는 비극을 연출했다. 박해 시대에는 없었던 현상들이다. 
 

이러한 때에 홀연히 도시를 떠나 사막과 광야로 들어간 기독교인들이 있었다. 물론 이들보다 앞서 사막과 광야로 들어간 기독교인들이 없지 않았다. 다만 앞선 사람들이 박해 시대에 박해를 피하여 사막으로 들어갔다면, 이들은 '자발적으로' 고난의 길을 선택했다. 사막을 선택한 이들의 목적은 오직 하나, 기독교 신앙의 궁극적 목표인 '그리스도의 완전'을 경험하고 실천하는 것이었다. (중략) 소문을 들은 도시 교회의 지도자들과 교인들이 사막으로 찾아와 말씀과 조언을 구했다. 이로써 사막에서 회생된 십자가 영성이 도시 교회로 흘러 들어갔다. 풍요와 안락의 시대에 소멸되어 가던 기독교 영성이 다시 살아나게 된 배경이다." (머리말, 15~16쪽)

"세속으로부터 피하기도, 숨기도 어려운 오늘 현실에서 사막 교부와 교모에게 영적 깨우침과 가르침을 주었던 사막을 어디서 찾을까? 암마와 압바들이 하나님과 친밀한 교제를 나누었던 움막을 어디서 구할까? 고민하던 중 신클레티카 암마의 말씀이 들렸다. 
 

'수도사들 중에는 산에 있으면서도 도시에 있는 것처럼 사는 이들이 많은데 이는 시간만 낭비할 뿐입니다. 반면에 군중 속에서 살면서도 홀로 있는 것처럼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군중 속에 있어도 홀로 사는 것처럼 자기 마음을 다스릴 수 있습니다.'


장소가 아니라 마음이 문제였다. 몸은 교회에 와 예배를 드리면서도 마음으로 집안일과 회사 일을 생각하고 있다면 그는 교회가 아닌 세상 속에 있는 것이고, 몸은 시장 한복판에 있더라도 마음으로 주님과 교통하고 있다면 그는 성전 안에 있는 셈이다." (맺음말, 2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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