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텍스트 - 성서에 나타난 여성의 희생> / 필리스 트리블 지음 / 김지호 옮김 / 도서출판 100 펴냄 / 208쪽 / 1만 2000원
<공포의 텍스트 - 성서에 나타난 여성의 희생> / 필리스 트리블 지음 / 김지호 옮김 / 도서출판 100 펴냄 / 208쪽 / 1만 2000원

[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성서학에 페미니즘을 도입한 '수사 비평'의 대가 필리스 트리블(Phyllis Trible, 1932~)의 저서 <공포의 텍스트 - 성서에 나타난 여성의 희생> 40주년 기념판. '하갈 - 비참한 쫓겨남(1장), 다말 - 왕실이 강간한 지혜(2장), 이름 없는 여인 - 상상을 초월한 폭력(3장), 입다의 딸 - 비인간적 희생 제물(4장)이라는 각 장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성서에 기록된 끔찍한 여성 혐오·폭력·배제 이야기를 심층적으로 다룬다. 저자의 실존적 여성 경험에서 비롯한 페미니스트적 관점과, 성서를 하나의 완결된 문학작품으로 보고 수사적 장치에 주목하는 수사 비평의 방법이 본문 주해 방식에 더해진다. 문장 구조, 대구법, 전체 플롯뿐만 아니라 단어 하나하나에 담긴 뉘앙스와 언어유희까지 포착해 여성을 의도적으로 지워 버리는(강간하고 내쫓고 죽이고 토막 내는) 텍스트 내재적 요소를 면밀히 파고든다. 지난 40년 동안 학계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페미니스트 학자가 연구 과정에서 자신의 신앙 여정이 향상되리라는 희망으로 연구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 왔음을 보여 준 몇 안 되는 페미니스트 석의 중 하나"(11쪽)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공포의 텍스트'인 이유는, 무엇보다 이 고대 이야기 등장하는 여성 혐오가 "너무 놀랄 정도로 오늘날에 대해 말해 준다"(23쪽)는 점, 그리고 우리가 (그 이야기에서 교훈을 얻는 신앙인이면서도) 이러한 현실을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외면하며 살아왔다는 점을 섬뜩 깨닫게 해 준다는 데 있다.

"이 책에서 내가 할 일은 슬픈 이야기를 들으면서 전하는 것이다. 참으로 이 이야기들은 여성이 희생당하는 공포의 이야기다. 회당과 교회의 성스러운 문서에 속한 이 이야기들은 고대 이스라엘에서 고통당한 네 인물을 그려 낸다. 이용되고 학대받고 버려진 노예 하갈. 강간당하고 버림받은 공주 다말. 강간당하고 살해당하고 사지마저 토막 난 첩, 이름도 없는 여성. 죽임당하여 제물로 드려진 처녀, 입다의 딸." ('서설 - 슬픈 이야기를 나누기에 앞서', 28쪽)

"그러나 그녀(하갈)가 경험한 것은 자유 없는 탈출, 구원 없는 계시, 언약 없는 광야, 나라 없는 방랑, 성취 없는 약속, 돌아갈 데 없는 부당한 추방이다. 이 이집트 노예 여성은 이스라엘의 허물로 인해 하나님께 치이고 벌받고, 고통당한다. 그녀가 상한 것은 사라와 아브라함의 죄악 때문이다. 그녀가 징계를 받음으로써 그들이 온전하게 된다. (중략)
 

육으로든 영으로든 사라와 아브라함의 상속자인 우리 모두는 하갈 이야기의 공포에 응답해야 한다. 하갈이 제시하는 신학적 도전을 무시한다면 우리 신앙이 거짓임을 스스로 입증하는 셈이다." (1장 '하갈 - 비참한 쫓겨남', 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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