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회가 오글 목사 1주기를 맞아 추모 예배를 열고, 그가 생전에 남겼던 발자취를 돌아봤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감리회가 오글 목사 1주기를 맞아 추모 예배를 열고, 그가 생전에 남겼던 발자취를 돌아봤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했던 사람'으로 기억되는 조지 오글 목사(1929~2020, 한국명 오명걸) 1주기 추모 예배가 12월 6일 서울 광화문 감리교본부에서 열렸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에큐메니컬위원회가 주관하고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고난함께), 감리회 중부연회 등이 함께 주최한 추모 예배에는 이철 감독회장을 비롯해 오글 목사의 유산을 이어받은 목회자 20여 명이 참석했다.

오글 목사는 미국 연합감리교회(UMC) 소속으로 한국에 파송받아, 1960년대 한국 노동자들을 교육하고 권리를 일깨우는 데 앞장섰다. 인천도시산업선교회(인천산선)를 세우고 동일방직 노조 결성 등에 앞장섰다. 조화순 목사(2대 총무), 최영희 전 국회의원(탁틴내일 이사장), 하종강 교수(성공회대 노동대학장) 등이 인천산선을 거쳐 갔다.

1970년대에는 민청학련 사건과 인민혁명당 사건 등 박정희 군부독재 정권의 인권 탄압을 폭로하는 데도 앞장섰다. 오글 목사는 1974년 인민혁명당 사형수 8명 등 피해자를 위한 기도회를 열었다는 이유로 미국에 추방당했지만, 이후에도 한국을 그리워하며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계속 힘써 오다 2020년 11월 세상을 떠났다.

'한 알의 밀알'이라는 주제로 추모 예배에서 설교한 이철 감독회장은 "오글 목사님은 자기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사람, 아무도 돌보지 않는 사람들의 편을 들며 그들을 위해 희생한 사람이다. 단지 약자를 돕는 길이어서가 아니라 그 삶이 참신앙이고 예수를 따르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사신 것이라고 믿는다. 이기적으로 사는 것은 참신앙이 아니고, 이타적으로 사는 게 참으로 영생하는 길이라는 것을 알려 주셨다"고 말했다.

오글 목사와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은 이들이 추모사를 전했다. 1973년부터 인천산선 실무자로 일했던 최영희 전 의원은 "부평에서 노동자들을 교육하고 파업을 진행하면서 노조를 결성했을 때 중앙정보부에서 노동자들을 잡아간 일이 있다. 파업 사흘 전 오글 목사님에게 이 사실을 말했더니, (노동자) 친구들에게 '최영희라는 이름은 잊어버리고, 어려운 일을 당하면 조화순 목사와 내 이름을 대라'고 말하셨다. 늘 용기를 주셨던 분이다. 늘 '공장과 빈민촌에 가서 예수를 찾아오라'고 말씀하셨던 분"이라고 회상했다.

인민혁명당 사건 피해자들이 조성한 4·9평화재단 이창훈 사료실장은 오글 목사를 '선한 사마리아인'이라고 했다. 그는 "청년 시절 교회를 다니며 선한 사마리아인에 대해 배운 게 기억난다. 강도 만난 사람을 여관까지 데려다주고 돈까지 줘 치료하게 했던 사람으로 기억한다. 오늘 그 이야기가 생각난다. 당시는 인혁당 사건 관련자를 숨겨 줬다는 이유만으로도 자식까지 잡혀가는 엄청난 시대였다. 오글 목사님은 인혁당 선생님들을 피하지 않고 그들과 함께하려 하신 분이다. 자기가 희생당하고 미국으로 추방당하면서까지 이들을 도우셨던 분이다. 그가 남긴 유지를 우리 사회가 잘 반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 외에도 안재웅 목사(한국기독교민주화운동 이사장), 이홍정 총무(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진우 목사(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전 부이사장) 등이 조지 오글 목사의 업적과 유산을 기리며 추모사를 전했다. 조화순 목사, 하종강 교수, 강순희 여사(인혁당 사건 사형수 우홍선 씨의 아내) 등도 영상으로 오글 목사를 기렸다.

감리회는 이날 1주기 추모 예배를 맞아 <한국 민주주의의 친구 조지 오글>(신앙과지성사)을 펴냈다. 생전 그와 인연을 맺었던 송병구 목사(고난함께 이사장), 정희수 감독(UMC), 최영희 전 의원의 추모의 글을 비롯해, 오글 목사가 1994년 고난함께에 보낸 기고문과 동일방직, 인혁당 사건 당시 남긴 글을 모았다.

감리회는 오글 목사 추모의 글과, 오글 목사가 한국에서 활동하며 남긴 글을 모아 <한국 민주주의의 친구 조지 오글> 을 펴냈다. 신앙과지성사 최병천 장로가 책을 헌정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감리회는 오글 목사 추모의 글과, 오글 목사가 한국에서 활동하며 남긴 글을 모아 <한국 민주주의의 친구 조지 오글> 을 펴냈다. 신앙과지성사 최병천 장로가 책을 헌정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