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한국 노동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조지 오글(George Ogle, 1929~2020) 목사 1주기 행사가 열린다.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고난함께·송병구 이사장)은 오글 목사 소천일인 11월 15일부터 30일까지 온라인 추모 전시관 '잇닿다'를 연다.

한국에서 '오명걸'로 활동했던 오글 목사는 미국 연합감리교회에서 한국 선교사로 파송받았다. 1961년 인천 화수동 183번지 초가집에 '도시산업선교회(인천산선)'를 세우고 지역 노동자들의 권익과 계몽을 위해 앞장서 왔고, 노동운동가와 사회 선교사를 길렀다. 1974년에는 인혁당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양심수들을 위해 기도회를 열고, 이 사건의 부당함을 폭로하는 등 민주화 운동에도 헌신했다. 박정희 정권은 오글 목사를 미국으로 강제 추방했지만, 그는 미국에서도 청문회 증언 등 다양한 활동으로 한국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군부 정권이 무너진 후에도 1995년 국제앰네스티와 북한을 방문하는 등 통일 운동에 앞장서며 한국을 위해 헌신했다.

고난함께 온라인 추모 전시관 '잇닿다'는 인천산선이 남긴 자료를 바탕으로 조지 오글 목사의 일대기를 정리했다. 전시실에는 그가 노동자들을 모아 교육하고, 구속된 노동자들을 위한 기도회를 열었던 상황이 담긴 사진, 노동자들을 위해 교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쓴 서신 등이 남아 있다.

오글 목사와 함께했던 인천산선 관계자들의 영상 인터뷰도 있다. 한국 노동운동의 대모로 불리는 조화순 목사(2대 총무)를 비롯해, 하종강 교수(성공회대 노동대학장), 최영희 전 국회의원(전 인천산선 실무자), 정영암 선생(전 동일방직 노동자) 등이 오글 목사를 추모했다.

고난함께는 1주기 추모 학술 세미나도 연다. 11월 22일에는 서대문구 공간새길에서 유튜브로 실황을 중계한다. 김동춘 교수(성공회대)가 '조지 오글이 한국 사회에 남긴 유산'을 주제로 기조 강연을 맡고, 장숙경 교수(고려대 전 연구교수)가 '인천산선과 여성 노동운동'을, 이상록 연구관(국사편찬위원회)이 '조지 오글과 한국 민주주의'를 주제로 발표한다.

12월 6일에는 오글 목사가 활동했던 기독교대한감리회 주관으로 광화문 감리교본부에서 추모 예배가 열린다. 오글 목사가 유신 정권에 의해 미국으로 추방당할 때 그에게 금반지를 전해 줬던 강순희 씨(인혁당 사건 사형수 우홍선 선생의 아내), 전 인천산선 실무자였던 인재근 의원(민주당)과 최영희 전 의원, 오글 목사와 함께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던 안재웅 목사(한국기독교민주화운동 이사장), 인천산선이 속한 중부연회 정연수 감독이 추모사를 한다.

한편 지역 재개발로 철거 위기를 맞았던 인천산선 건물은 교계와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발로 한 차례 위기를 넘긴 상황이다. 인천시 문화재위원회는 9월 15일 회의에서 "한국 노동운동사 현장인 인천산선 등 근대 문화유산 지표 조사가 필요하다"며 화수화평 주택 재개발 정비 사업 계획을 부결했다. 인천산선은 건물이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문화재 지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다.

더 많은 사진과 상세한 설명은 온라인 전시관에서 볼 수 있다. 사진 제공 고난함께
더 많은 사진과 상세한 설명은 온라인 전시관에서 볼 수 있다. 사진 제공 고난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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