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 종교와 궁극적 실재 탐구 - 종교와 철학의 관계> / 폴 틸리히 지음 / 남성민 옮김 / 비아 펴냄 / 160쪽 / 1만 2000원
<성서 종교와 궁극적 실재 탐구 - 종교와 철학의 관계> / 폴 틸리히 지음 / 남성민 옮김 / 비아 펴냄 / 160쪽 / 1만 2000원

[뉴스앤조이-김은석 사역기획국장] 20세기 신학을 대표하는 개신교 신학자 중 한 명인 폴 틸리히(Paul Tillich, 1886~1965)가 1951년 버지니아대학교에서 강연한 내용을 확장해 쓴 책. 틸리히는 자신의 대표작 <조직신학> 2권 서론에서 이 책을 "성서의 인격주의를 주장하며 존재 개념 사용에 반대하는 이들에게 대응하기 위해" 썼다고 밝힌다. 다시 말해 신학의 철학 활용을 옹호하고, 종교와 철학이 신학을 품어야 할 이유를 설명하는 책이다. 120쪽가량의 짧은 본문 안에서 "성서의 상징들이 불가피하게 존재론적 물음을 유발하며 신학이 제시하는 대답은 필연적으로 존재론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음"(10쪽)을 논리적으로 전개한다. 조직신학과 종교철학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으나, 친절한 문체로 짧고 굵게 폴 틸리히 신학의 주요 주제를 맛볼 수 있는 책이다. 폴 틸리히의 생애와 사상에 대한 해설이 책 말미에 실려 있어 이해를 돕는다.

"구약과 신약의 모든 구절은 계시인 동시에 종교입니다. 성서는 하느님이 자신을 드러낸 것에 관한 문서임과 동시에 인간이 이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관한 문서입니다. 어떤 말과 문장은 계시에 속하고 어떤 말과 문장은 종교에 속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서의 모든 말과 문장에 계시와 계시의 수용은 분리할 수 없을 정도로 결합해 있습니다. 그렇기에 하느님의 계시를 전하는 이는 동시에 자신의 종교를 전하게 되는 것이지요. 근본주의의 기본적인 오류는 계시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수용적 측면이 기여하는 부분을 간과하고, 신적인 것을 받아들이는 개체적이고 제한적인 특정 형식을 신적인 것과 동일시한다는 데 있습니다. (중략) 신적인 것이 나타날 때마다 그것은 '육체'를 통해, 즉 성서 기자들이 자신의 종교적 상황 가운데 계시를 받아들였듯 구체적이고 물질적이며 역사적인 현실을 통해 나타납니다. 이것이 성서 종교의 뜻입니다. 성서 종교는 그 자체로 매우 변증법적인 개념입니다." (1장 '기본 개념들', 17~19쪽)

"신앙과 의심은 본질상 서로 모순되지 않습니다. 신앙은 신앙 자체와 신앙 안에 있는 의심, 이 둘 사이에서 계속 일어나는 긴장입니다. 이 긴장이 언제나 갈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늘 잠복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신앙과 논리적 증거, 과학적 개연성, 전통주의적 자기 확실성, 질문을 가로막는 권위주의를 구별합니다. 신앙은 무조건적인 것에 대한 깨달음과 불확실성이라는 위험을 감내하는 용기를 모두 아우릅니다. 신앙은 '부정'의 불안에도 불구하고 '긍정'을 말합니다. 신앙은 의심이라는 '부정', 의심이라는 불안을 제거하지 않습니다. 신앙은 의심의 침입을 막는 성을 쌓지도 않습니다(신앙이 신경질적으로 왜곡되었을 때만 그런 일을 합니다). 
 

오히려 신앙은 의심이라는 '부정', 불안정성이라는 불안을 자기 안으로 받아들입니다. 신앙은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한 의심을 끌어안습니다. 그러므로 신앙은 신앙과 함께, 철저한 의심을 전제 조건으로 하는 존재 물음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렇기에 신앙은 궁극적 실재에 대한 자유로운 탐구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6장 '성서에 나타나는 인격주의 관점에서 본 인간', 93~94쪽)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