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들링 기도 - 색깔로 기도하기> / 시빌 맥베스 지음 / 임혜진 옮김 / 비아토르 펴냄 / 184쪽 / 1만 6900원
<두들링 기도 - 색깔로 기도하기> / 시빌 맥베스 지음 / 임혜진 옮김 / 비아토르 펴냄 / 184쪽 / 1만 6900원

[뉴스앤조이-김은석 사역기획국장] 낙서라는 뜻을 지닌 '두들링(doodling)'은 미술 기법 중 하나다. 완성된 밑그림에 색을 칠하는 '컬러링'과 달리, 맘이 가는 대로 손이 움직이는 대로 낙서하고 그리며 색칠을 한다. 지역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스스로를 '기도 제조기'라고 표현할 만큼 기도를 많이 하며 자랐다. 그러나 20여 년 전 어느 날 주변 사람들이 각종 암 진단을 받아 기도하기가 너무 힘들어졌고, 자신도 모르게 '두들링 기도'를 시작하게 됐다. "진지하게 임하지만 가볍고 편안한", "기도 같기도 하지만 놀이 같은"(14쪽) 이 기도를 창안해 낸 후 수많은 수련회와 워크숍에서 가르쳤다. 이 책은 20여 년 전 저자가 그랬듯 기도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낙서와 색칠이라는 방법으로 어떻게 기도할 수 있는지 실제적으로 안내한다. 저자가 직접 기도하며 그리고 색칠한 다양한 이미지가 한가득 실려 있어 보는 즐거움도 크다. 

"어느 날 아침, 나는 색연필과 마카 통을 챙겨서 베란다에 있는 유리 상판 테이블로 갔다. 스케치북을 펼쳐 검정 펜으로 아메바 모양을 그렸다. 거기에 선을 덧그리고, 호를 그리고 점을 찍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이 낙서 한가운데에 '수'라는 이름을 적었다(수는 47세 된 사촌 언니로 폐암 4기 투병 중이었다. 그녀는 두 아이의 엄마로 집에서 육아를 담당하고 있었다). 나는 그리기를 계속했다. 색을 칠하고, 그 이름에 초점을 맞추었다. 각각의 점, 선, 색칠 하나하나가 수와 함께하는 또 다른 순간들이 되었다. 낙서를 계속해 가면서 스스로 안정이 되고 수에 대한 걱정이 누그러지는 걸 느꼈다. 놀랍게도 나는 그냥 낙서를 하고 있던 게 아니라 기도를 하고 있었다. 마치 하나님과 수와 내가 어떤 방에서 함게 고요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했다. 사랑 안에서 서로를 붙잡고 그저 함께 있는 것 같았다. (Part 0 '절망에서 기도로', 33쪽)

"마태복음 6장에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조언하신다. '너는 기도할 때에,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서…'(마 6:6). 드로잉북 앞에 몸을 굽히고 앉는 행위는 기도하는 방 또는 공간을 만들어 내고 외부 활동을 차단시켜 준다. 
 

공간을 마련하는 일은 기도의 예전을 구성하는 한 부분이다. 사람들은 예배와 성찬을 위한 단을 준비할 때 꽃을 장식하고, 좋은 보를 깔고, 성배와 성반을 탁자에 올려 두고, 초를 켠다. 간단한 임시 기도처를 만드는 법을 찾아보자. 먼저 촛불을 켠다. 밖에 나가 곷 한 송이나 푸른 잎을 잘라 와서 작은 꽃병에 꽂는다. 공간을 깨끗이 치운 뒤 마카를 가져다 놓고 종이를 배치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행위는 내 생각과 몸에게 무언가 특별한 일을 위해 따로 떼어 둔 장소로 들어가라고 알려 준다. 기도가 인간이 창조주의 문을 두드리게 하는 행위라면, 색색의 마카는 문에 달린 황동 고리다. 마카와 종이는 내 기도 시간을 위한 단이 된다" (Part 1 '시작하기', 44~45쪽)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