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제20대 대통령 선거까지 7개월 남았다. 대한민국 정치 최대 이벤트답게 벌써 대선에 출마한 인사들 소식이 연일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뒤덮는다. 큰 권한과 책임이 주어지는 자리이니만큼 각 후보에게 어떤 흠결이 있는지 검증하는 절차야 필요하겠지만, 네거티브성 발언과 쏟아지는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도대체 '뭣이 중헌지' 헷갈리는 게 사실이다. 요즘 같은 때는 하루 이틀 뉴스를 안 보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이해 자체가 안 되기도 한다.

가끔 선거라는 게 인기투표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그래도 각 후보의 이미지보다는 그들이 내놓는 정책을 봐야 한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정책은 각 후보가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을 반영한다.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신실한 크리스천은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나라 가치와 최대한 부합하는 정책을 내는 인물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물론 내놓은 정책과는 전혀 상관없이 단지 '교회 장로'라는 이유로 기독교인들이 표를 몰아줬던 사람도 있었으나… 실수는 한 번으로 족하다.

'2022기독교대선행동'은 성경의 가치를 '생명'과 '평화'로 보고, 이에 부합하는 정책들을 각 후보와 시민에게 제안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지난 대선 때 2017기독교대선행동을 조직했던 복음주의 사회 선교 진영과 에큐메니컬 운동 진영 목사들이 주축이 됐다. 8월 중순부터 선언문에 참여할 사람들을 모집했고, 10월 5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출범식을 열었다. 기독교대선행동은 주요 정책 방향을 △생태 문명 △평화통일 △경제 정의 △평등 문화 △민주 개혁 등 5가지로 정리했다. 각 영역에 따른 정책은 앞으로 토론회 등을 통해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다.

아무리 좋은 뜻이라도 종교가 정치에 훈수(?) 두는 일에는 언제나 의구심이 따른다. 극우 내지 보수 기독교 세력이 보수정당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꼴을 봐 온 탓도 있고, 반대로 민주 정부가 들어섰을 때 기독교 사회운동을 해 왔던 인사들이 청와대에 입성하는 모습이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기독교대선행동이 특정 후보나 정당을 지지하려는 모임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사람도 있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또다시 '남성 중년 목사'들이 주축이 된 운동이라는 것 자체에 아쉬움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기대와 의구심을 가지고 2022기독교대선행동 상임대표 박득훈 목사(성서한국 사회선교사)를 10월 7일 만났다. 기독교대선행동이 제시한 주요 정책 방향 5가지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여러 의구심과 아쉬운 지점에 대해서도 들어 봤다. 박 목사는 인터뷰 전 질문지를 받고 기독교대선행동 사람들과 진지하게 논의했다며 꼼꼼히 답변을 적어 왔다. '촛불 혁명'으로 탄생했지만 기대에 부합하지 못한 현 정부를 강하게 질타함과 동시에, 기독교대선행동의 운동을 통해 기독교인의 정치의식이 고양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2022기독교대선행동 준비위원장을 맡고 출범 후 상임대표를 맡은 박득훈 목사를 만났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2022기독교대선행동 준비위원장을 맡고 출범 후 상임대표를 맡은 박득훈 목사를 만났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지도자의 신념 결여, 국민 설득 못해"

- 2022기독교대선행동의 설립 목적은 무엇인가요?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 궁금합니다.

목적은 크게 네 가지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① 대선 마당이 허위 정보와 공작 정치로 진흙탕이 되지 않고, 철저한 인물 검증과 건설적인 정책 대결이 이뤄지는 과정이 되도록 돕는다. ②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생명과 평화라는 가치를 담아내는 정책을 개발해 후보들과 유권자에게 제시한다. ③ 그간 기독교 신앙을 빙자해 기득권층에만 유용한 왜곡된 자유를 옹호하고 불의한 권력에 편승해 민주 질서와 공공복리를 훼손해 온 교계 세력에 대항해, 이들의 빗나간 정치 참여가 기독교계 대표 목소리로 취급되지 않게 한다. ④ 주요 정책들에 담긴 신학적 근거를 잘 설명해 기독교인들의 올바른 정치 참여 의식을 고양하고, 그들이 대선에서 바른 선택을 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2017기독교대선행동을 마무리하면서 함께했던 사람들이 일종의 신뢰 그룹을 형성했어요. 지난 4년간 방학 기간을 제외하고 월 1회 정도 만나서 서로 삶을 나누고 토론하고 교제를 나눴죠. '길을 내는 동무들(길동무)'이라는 이름도 만들었어요. 우리의 성을 쌓지 말고 그저 길을 내는 사람들이 되자는 맘으로요. 그러다 다시 대선이 다가오니까 7월 말쯤 어떻게 대응할지 토론했어요. 길동무 사람들이 적극 참여는 하되 연대를 넓혀서 독립적이고도 한시적인 운동을 하자고 맘을 모았어요. 8월 중순 선언문을 작성했어요. 내가 초안을 작성하기는 했는데 이후 수정을 8번 거쳤어요. 한두 사람에게 휘둘리지 말고 서로 의견을 존중하자는 원칙이 있었거든요.

- 주요 정책 방향을 △생태 문명 △평화통일 △경제 정의 △평등 문화 △민주 개혁 5개로 정리하셨습니다. 모두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이슈인데요. 이 중 '생태 문명'을 처음으로 꼽은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초안을 만들었을 때는 맨 뒤에 있었는데,(웃음) 의견 수렴 결과 맨 앞으로 이동했어요. 표현도 '생태 환경'에서 '생태 문명'으로 바뀌었죠. 자연은 단순히 환경이 아니며, 지금 필요한 건 문명사적 전환이라는 시각을 담아 낸 거예요. 순서가 바뀐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생태 문명이라는 주제가 정말 중요한데 이 주제는 유난히 '립 서비스'가 많더라고요. 다른 주제는 말과 행동이 어느 정도 같이 가는 경향이 있는데, 생태계 문제에 대해서는 다들 말만 많고 행동이 없어요. 더 이상 말만 늘어놓지 말고 행동하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겠다 싶어서 가장 앞으로 옮겼어요.

지금 우리의 경험과 직결된 문제죠. 코로나19, 기후변화, 반복되는 거대한 자연재해. 이런 현상을 보면서 위기의식을 느꼈어요. 인류에 의한 생태계 파괴가 임계점을 넘어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이죠. 이 문제는 정치적 입장이 진보든 보수든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주제라고 봐요.

두 번째는 한국의 책임이에요. 우리가 올해 공식적으로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격상됐잖아요. 이건 전 세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거든요. 정말 경이로운 경제성장을 이룩했지만 이면이 있는 거죠. 그 어떤 나라보다도 생태계 파괴에 앞장선 나라라는 슬픈 사실이 숨겨져 있어요. 2016년 한국이 '기후 악당을 선도하는 나라'로 지목됐는데, 과장이 아니라 사실이에요. 한국은 생태계 파괴에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어요. 그리고 그걸 해결할 수 있는 능력도 있는 나라가 됐어요. 요새 문화 면에서는 한국이 세계 톱이라 할 만하잖아요. 생태계 회복을 위해 영향력 있게 세계적 공조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뜻이죠.

마지막으로는 하나님이 선하게 창조하신 세계를 지키고 돌봐야 할 신앙적 사명이 있다는 것에 대한 새로운 각성이 기독교인들에게 필요하다 생각했어요. 기독교인들이 창세기 1장 28절, 소위 '문화 명령'을 왜곡해 자연을 파괴하는 데 앞장섰잖아요. 과거의 죄를 회개하는 동시에, 문화 명령의 참된 의미를 깨닫고 생태계를 회복할 사명이 기독교인들에게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싶었어요.

- '평화통일'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현 정부 초기 북한과의 관계가 좋아지기는 했지만 금세 다시 경색된 채 정권 말기까지 왔는데요. 이제 정말 종전 선언이든 비핵화 선언이든 한 발짝 더 나아가야 할 때인 것 같아요. 한반도 평화를 위해 정부가 어떤 태도를 가지고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태도'라는 표현을 썼는데, 맞아요. 태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정권의 유불리에 따라 한반도 정책을 펼치는 느낌이 강했어요. 정권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 싶으면 밀고 나가고, 불리하다 싶으면 물러서고. 바른 태도가 아니죠. 한반도 평화의 국내적·국제적 의미가 무엇인지, 지도자에게 확고한 신념이 필요해요. 자기 정치생명을 걸 만큼 확고한 신념이. 그런 정치적·철학적 신념을 갖춘 지도자가 있어야 해요. 국민은 기본적으로 북한이 두렵거든요. 그러면 국민을 설득해야 하는데, 지도자가 그런 신념이 없으니 설득을 못하는 거예요.

또 한 가지는 미국과의 관계를 지혜롭게 설정해야 한다는 건데요. 초강대국인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한 정책을 관철하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해요. 외교적으로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봐요. 세계 역사를 보면 힘이 약한 나라라고 해서 강대국이 하라는 대로 따라가기만 한 건 아니거든요. 약소국의 지도자와 국민이 어떤 소신과 의지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강대국의 입장도 바뀐 역사가 있었어요. 대북 제재를 점진적으로 철회할 수 있도록 외교적 경로를 통해 미국에 끈질기게 요청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을 향한 인도적 지원에 주도적으로 나서는 것이죠. 문제는 확고한 신념의 부재, 사대주의적 잔재, 미국을 절대 선으로 보는 오해에 있다고 봐요.

'남남 갈등'도 극복해야 해요. 위와 같은 식으로 하면 분명히 보수 세력이 강력하게 저항할 거예요. 그럴 때 신념과 지혜, 용기가 필요한 것이죠. 반대 세력을 다 굴복시킬 수는 없어요. 민주국가에서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죠. 지지하는 국민들을 믿고, 중간에서 판단하지 못하는 국민들은 적극적으로 설득해야죠. 그러면 남남 갈등도 점차 풀릴 거라고 생각해요.

- 다음은 '경제 정의', 목사님 전문 영역인데요.(웃음) 촛불 혁명을 통해 탄생한 현 정부이지만 경제 정의 관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특히 부동산 정책 실패로 폭등하는 집값 때문에 많은 사람이 등을 돌렸는데요. 경제 정의를 부르짖어 온 목사님이 보시기에, 경제 정책에 실패한 근본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정말 복장이 터지는 부분이죠. 물론 저항 세력의 끈질긴 공격이 있었어요. 그것도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고 봐요. 근데 그건 변수가 아니라 상수예요. 그걸 뚫고 나가라고 촛불 혁명을 통해 현 정권을 세워 준 거거든요. 그만큼 강력한 지지를 보내 줬는데 뚫고 나가지 못했다는 건 누가 뭐래도 집권 세력의 책임이 엄중한 거예요. 핑계를 댈 여지가 없어요. 국민들이 "이런 상황에서 정권 유지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해도 유구무언일 거예요.

원인 분석을 명확히 해야겠죠. 첫째는, 이 영역 역시 신념이 명확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경제 정의 실현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없었어요. 현 정부 시작할 때 문재인 대통령이 뭐라고 했습니까?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어요. 너무나 멋진 말이었지만, 4년이 지나고 보니 그 말이 담고 있는 무게와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게 분명히 보여요. 확고한 신념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 그저 수험생이 암기 잘해서 시험 잘 본 것 같은 느낌이에요.

둘째는 경제학적 전문성과 정책적 역량이 부족했어요. 일례로 '소득 주도 성장'을 이야기할 수 있을 텐데요. 경제학·경제사적으로 보면, 이 소득 주도 성장이 짧은 기간 내에 반드시 실현된다는 증거가 없어요. 정치·경제적 요인에 따라 천천히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해요. 그런데 소득 주도 성장이 마치 묘약이라도 되듯이 주장하다, 벽에 부딪히자 당황한 나머지 그게 원칙적으로 옳은 방향이라고 국민을 설득하는 데 실패한 거예요. 최저시급도 그래요. 최저시급을 급격히 올리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타격이 간다는 건 뻔하잖아요. 당연히 반발이 있었고 자본가 세력이 이를 두고 볼 리가 없죠. 그러니까 바로 꼬리를 내리는 거예요. 이렇게 될지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되죠.

세 번째 이유는 좀 더 근본적인데요. 현 정부에 '자본 동맹 세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가 있는 거예요. 촛불 혁명에 힘입어 정권을 잡았지만, 정권 주요 인물들 중 적지 않은 이가 민주화 운동하며 성장해 온 과정에서 기득권 세력이 된 거죠. 자신도 자본 동맹 세력과 같은 기반에 있다 보니, 그들의 요구에 반대하지 못해요. 자기 기반 무너뜨려 가면서 저항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 힘이 부족한 거죠. 대표적인 예가 부동산 정책이에요. 그 사람들도 부동산으로 재미 봤거든요. 그런 이들이 집요하고 철저하게 집값을 잡는 정책을 추진해 나갈 수 있을까요? 그러니까 '핀셋 정책'을 들고나왔죠. 문제가 있는 곳만 잡겠다는 거예요. 이때 부동산 투기 세력은 감 잡은 거죠. 정부가 이걸 몰랐을 리가 없어요.

더욱 답답한 건, 실패했을 때의 반응이에요. 부동산 정책 실패가 명확하게 드러난 현 상황에서는 반성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주택 공급을 확산하겠다', '종부세를 완화하겠다'고 나와요. 투기 세력을 달래겠다는 것이죠. 한심한 얘기예요. 민주당이 정권을 유지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부동산 문제는 실패할 수밖에 없어요. 내부에 올곧은 소리 내는 사람들이 있기는 한데, 그들의 목소리가 밀리는 것 같아요.

일평생 경제 정의를 부르짖어 온 박득훈 목사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일평생 경제 정의를 부르짖어 온 박득훈 목사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 네 번째 주요 정책 방향은 '평등 문화'인데요. 설명 부분에 "사회적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현재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 논의에서 개신교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명확하게 차별금지법 제정을 천명하셨네요.

개신교가 차별금지법(평등법)을 반대하는 이유는 '동성애' 때문이죠. 이 동성애 문제는 교계에서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어요. 개신교인 중에도 성소수자를 차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이 있지만, 용기 있게 목소리 내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런 목소리를 내는 순간 교계에서 사장되니까. 다른 목소리를 낼 수가 없는 분위기잖아요. 그런 데다가 자기 전공이 성과 관련한 게 아니면, 더 주저하게 됐죠. 동성애에 대해 발언하는 순간 자기 전문 분야에서조차 목소리를 낼 수가 없게 되니까요. "저 사람은 동성애 지지자야"라는 말이 모든 걸 묻어 버려요. 근데 이번에 토론하면서 결단한 거예요. 그렇게 수세적으로 대처할 게 아니라,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결의가 선 거죠. 돌파해 나가자고, 강력하게 목소리 내자고 뜻을 모았어요.

먼저 허위 정보들을 밝히려고 해요. 많은 개신교인이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이유는 허위 정보에 근거했기 때문이라고 봐요. 크게 두 가지인데요. 첫째는 '설교할 때 동성애 반대를 표명하면 처벌한다'. 사실이 아니죠. 차별금지법은 공적인 자리에서 특정 동성애자를 지목해 죄인이라고 규정할 때 문제 삼을 수 있는 법이니까요. 둘째는 '동성혼을 합법화한다'. 이 또한 오해죠. 차별금지법은 전혀 그 문제를 다루지 않아요. 차별금지법이 발효되면 성적 지향으로 사람을 차별하면 안 된다는 인식이 생기고, 자연스럽게 동성혼 합법화 흐름이 생길 수는 있겠죠. 토론의 장으로 올라올 가능성까지 무시하지는 않아요. 근데 그건 말 그대로 토론하자는 거잖아요. 또 다른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거죠. 그럼 토론 과정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면 되지, 토론마저 사전에 막겠다는 건 비겁하고 비열한 방법이라고 봐요.

이런 허위 정보를 퍼 나르는 부류가 누구일까 생각해 봤어요. 하나는 정말 타락한 교권 세력이죠. 이들에게는 동성애가 가장 강력한 무기가 돼요. 자기를 비판하는 세력을 한 방에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이니까요. 자기 지배 권력을 강화·유지할 수 있는 거죠. 두 번째 그룹은 순진한 목사·성도들이에요. 성경을 문자적으로만 이해하는 거죠. 저는 이 두 그룹을 구별해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아는 한 동성애에 대한 구절은 성경 66권 중 구약에서 4번, 신약에서 2번 나와요. 사회적 죄악에 대해 그렇게 통렬하게 비판한 예언자들이 동성애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비판하지 않아요. 놀라운 일이죠. 동성 성행위에 대한 구절들도 자세히 살펴보면 성적 탐닉, 우상 종교와 관련해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현대사회에서 얘기되는 성적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봐요.

성경이 과연 오늘날 동성애에 대해 뭐라 말하는가 열린 마음으로 연구·토론하는 과정이 있어야 해요. 그런 의미에서 사도행전 15장을 다시 공부할 필요가 있어요. 할례파와 무할례파의 논쟁이 있었죠. 토론 끝에 결론을 내면서 "성령과 우리는"(28절)이라고 표현했어요. 이처럼 신학적 난제를 해결할 때 성령이 사용하는 도구는 교회 공동체의 토론이에요. 이러면 또 '오직 성경'이라고 반박하는 사람이 있는데, '오직 성경'이라는 말은 어떤 본문에 대한 교회의 해석을 절대화하자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반대로 전통적 해석이 과연 옳은가 끊임없이 성찰하기 위해 다시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뜻이죠.

- 마지막 정책 방향 '민주 개혁' 부분에서는 검찰 개혁과 언론 개혁, 지방분권 등을 제안하셨습니다. 검찰·언론 개혁은 절실한 문제이지만, 현 상황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같은 특정인에 대한 입장과 직결되는 듯한 인상을 주는데요. 이런 소모적 논쟁을 줄이고 개혁의 필요성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고민스러운 지점이에요. 소위 '조국 프레임'에 걸리게 돼 있으니까요. 부패한 검찰·언론 권력이 가만히 두지 않죠. 그걸 100% 피할 수 있는 묘책은 없어요. 마태복음 23장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예수님께서 "율법학자와 바리새인의 행실은 본받지 말되, 그들이 말하는 바는 다 행하라"고 했어요. 바른말을 한 사람이 나쁜 행동을 했다고 해서, 그 말의 정당성까지 훼손되지는 않는다고 봐요. 설령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검찰이 기소한 범죄를 다 지었다 하더라도, 검찰 개혁의 정당성이 훼손되는 건 아니죠.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니까요.

현재 한국 사회에서 검찰·언론 개혁의 핵심은, 검찰과 언론이 가지고 있는 권한과 자유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데 있어요. 우리는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검찰이 선택적 혹은 과도한 수사를 하거나 언론이 편파적 보도를 일삼거나 허위 조작 뉴스를 은연중 퍼뜨리는 등의 일을 하지 못하게 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해서 유력 후보들에게 강력히 요청할 계획이에요. 그 결과물로 우리가 단지 조국 전 장관을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진정성과 정당성을 확보해 나가야겠죠.

- 2022기독교대선행동은 앞으로 어떤 방법을 통해 구체적인 정책을 정하실 계획인가요? 정책을 내놓은 후 각 후보에게 어떻게 제안할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우선 공개 세미나 및 심포지엄을 통해 주요 정책 방향에 적합한 구체적인 정책들을 개발하는 걸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 과정과 결과를 소셜미디어와 언론, 교회 내 다양한 네트워크 등을 통해 알려야겠죠. 그걸 기초로 유력 후보들의 정책과 약속들을 모니터링하고 분석해서 비판할 부분과 지지할 부분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힐 계획이에요. 방송국과 협조해 유력 후보들을 초청하는 정책 토론회도 시도해 보려 해요. 대선과 관련해 주요한 이슈가 있을 때, 성명서나 현장 참여 행사를 통해 우리 입장을 공표하는 일도 하려 합니다.

이런 과정이 모두 정치 훈련이라고 생각해요. 기독교인들이 정치 훈련이 잘 돼 있지 않아요. 아직도 '기독교인이라니까 더 낫겠지' 같은 초보적인 생각에 머물러 있는 사람이 많아요. '기독 시민 정치 학교' 같은 것을 열어 우리가 정한 정책들에 담긴 신학적·신앙적 근거와 의미를 전달할 계획도 있어요. 기독교인들이 정치·경제 다양한 분야에서 관점을 가질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봐요.

2022기독교대선행동은 철저하게 정책적으로 대선에 접근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2022기독교대선행동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2022기독교대선행동은 철저하게 정책적으로 대선에 접근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2022기독교대선행동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진정성 문제, 결과로 신뢰 얻겠다"

- 2017년과 내년 대선은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2017년에는 '촛불 혁명'이라는 대의가 있었는데, 4년여가 흐른 지금은 함께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도 이런저런 이슈로 갈라진 것 같아요. 특히 기성세대와 청년 세대의 온도 차가 두드러지는데요. 그런 면에서 이번 기독교대선행동 섬김이 중 청년층이 없다는 것이 아쉬운 지점 같습니다. '남성 중년 목사'가 주도하는 운동 방식에 대한 문제의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가장 뼈아프고 깊은 자책감을 느낀 질문이에요. 우리도 그런 문제의식이 있어서 2017년에도 여성과 청년층의 참여를 위해 나름 백방으로 노력했는데, 역부족을 느꼈어요. 기독교 사회운동이 여성과 젊은이들에게 확산돼 오지 못한 것은 운동을 주도했던 '남성 중년 목사'들이 깊이 반성해야 할 대목이에요. 운동 주제나 방식, 감수성의 차이를 뛰어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 같아요. 젠더 간 세대 간 간극을 좁혀 나가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은 자명하죠. 그렇다고 또 우리 같은 사람들이 갑자기 청년들의 눈에 맞추기는 어려워요. 지나치게 흉내 내려고 하는 것도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고 봐요.

가장 중요한 건 그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라 생각해요. 남성 혹은 선배들이 자기 성을 쌓으려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자기 삶을 바쳐 '길을 내려 한다'는 걸 온몸으로 보여 줘야 한다고 봐요. 나는 이대로 역사에서 사라져도 괜찮다, 나를 기억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진정성을 일관되게 보여 줘야 하는 거죠.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게 여성과 젊은이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정도正道이자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해요. 당장은 그들의 직접적인 참여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그들의 목소리를 1/n이 아니라 증폭해 들어서 정책에 반영하려고 해요. 지켜봐 주기를 바랍니다.

- 2022기독교대선행동이 특정인이나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모임이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도 있는데요. 섬김이 중 특정인의 정책자문단에 있는 분도 있어 더 그런 것 같아요. 이런 의구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충분히 합리적 의심을 품을 만한 대목이라고 봐요. 우리도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 사람을 참여시킬지 아예 배제할지. 토론을 통해 우리 운동에 참여하는 이들이 개인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까지 금지하지는 않기로 했어요. 하지만 2022기독교대선행동이라는 단체로서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기로 결의했고 여러 차례 천명한 바 있어요.

그럼에도 간접적으로나마 특정 후보를 지지하려는 게 아니냐고 묻는 이들에게는 말이나 논리로 시원하게 대답할 방도는 없어 보여요. 앞으로 진행되는 활동과 결과물로 신뢰를 얻도록 하겠다는 것밖에 드릴 말씀이 없어요. 우리 구성원들은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정책을 짜 맞추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각자의 신학적·신앙적 소신, 전문적 식견과 풍부한 경험, 현실에 대한 엄밀한 사회과학적 분석에 따라 최선의 정책을 만들어 내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일 거예요. 추후 각 정책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을 살펴보면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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