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함 아빠 이웅석 올림."

[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도서출판 '다함' 이웅석 대표(39)가 출판사 공지사항 끝에 매번 붙이는 문구다. '다함'이라는 이름은 이 대표의 아들 이다함 군(11)에게서 따왔다. 바로 지난 인터뷰에서 대표 본인의 이름을 내건 출판사(도서출판 학영)를 소개했는데, 이번엔 대표 아들 이름을 내건 출판사를 소개하게 돼 묘한 기분이다. 아무튼, 다함이라는 네이밍에서 아들과 출판사에 대한 이 대표의 자부심과 책임감이 물씬 풍겨 오는 것은 분명하다.

이웅석 대표를 처음 만난 건 2015년 가을 '새물결플러스'에서 진행한 헤르만 바빙크(Herman Bavinck, 1854~1921) <개혁파 교의학> 스터디에서였다. 멤버 중 하나로 묵묵히 자리를 지킨 그는 이후로 바빙크 신학에 매료된 듯 국서·외서를 가리지 않고 관련 '벽돌책'을 독파해 나가더니, 어느새 떡하니 출판사를 차렸다. 바빙크를 중심으로, 국내외 개혁주의 관련 서적을 전문적으로 펴낸 지 벌써 4년째를 맞았다. 출판인 출신도 아닌, 일반 회사 직장인이자 평범한 교회 전도사였던 그가 1인 출판에 뛰어든 데는 그만한 사연이 있었을 터. 이 대표가 지난 시간 어떤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겪었을지 궁금했다. 기자가 이 대표를 '1인 출판사 인터뷰' 5번째 인터뷰이로 선정한 이유다.

6년만의 연락에도 이웅석 대표는 전혀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 "그동안의 인터뷰들 잘 봤다.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담담하고 흔쾌하게 인터뷰를 수락했다. 9월 3일 경기 군포시 산본역 인근 사무실에서 이웅석 대표를 만났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다함'의 진짜 주인공(?) 이다함 군도 아빠와 함께 기자를 맞아 주었다. "아빠, 인터뷰해?"라고 물은 다함 군은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사무실 책상 한켠에 의젓하게 앉아 학원에서 내준 수학 문제를 풀었다.

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개혁주의 1인 출판사 '도서출판 다함' 이웅석 대표를 9월 3일 만났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이 대표는 뜻하지 않은 솔직한 속 얘기들까지 잔뜩 쏟아 냈다. '다른 출판사가 안 내주니 내가 직접 내겠다'고 호기롭게 시작해 4년째 1인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여느 소자본 사업 대표와 마찬가지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다. 여차하면 '투잡'이라도 뛰어야 하는 형편이다. 사업의 지속성을 묻는 질문에는 "솔직히 끝이 보인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 감사하다며, 유익한 책을 성실하게 내다가 잘 안 되면 장렬하게 전사하겠다고 웃어 보였다.

'장렬한 전사'를 각오하는 결연한 의지답게, 다함은 출판사로서는 흔치 않은 4개 조로 구성된 '사명 선언문'을 갖고 있다. 이를 공언이라도 하듯 출판하는 모든 책에 전문을 기재한다. "수천 년 주님의 교회 역사 가운데 찬란하게 드러난 하나님의 한결같은 다스림과 빛나는 영광을 드러내겠습니다"라는 조목이 눈에 띈다. 이 사명 선언문은 다함의 출판 정신과 어떻게 연결될까? 왜 하필 개혁주의 출판사일까? 사양산업인 출판 일을 하면서 그가 하는 실질적인 고민은 무엇일까? '다함 아빠' 이웅석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 자기소개와 출판사 소개를 부탁한다.

도서출판 '다함'을 운영하고 있는 이웅석이라고 한다. 총신대학교 학부에서 신학을 전공했고, 뜻한 바가 있어 졸업 후 신학대학원에 진학하지 않고 직장 생활을 한참 하다가, 2018년 출판사를 시작하게 됐다. 다함은 '다'윗과 아브라'함'의 자손으로, 하나님의 구원 언약 안에 있는 택함 받은 하나님나라 백성이라는 뜻이기도 하고, "마음과 뜻과 힘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신 6:5)하겠다는 결단과 고백도 담고 있다.

- 공지사항 등을 올릴 때마다 마지막에 '다함 아빠 이웅석 올림'이라고 쓰는 게 인상적이었다.

'다함 아빠'는 중의적인 뜻이다. 초등학교 4학년 된 아들 이름이 다함이다. 아들에 대한 책임감과 자부심의 표현이기도 하고, 출판사 다함의 아빠라는 의미도 있다. 아들과 출판사를 바르게 잘 양육해 키워 가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다함 아빠라는 표현을 즐겨 쓰곤 한다.

- 신학대학원에 진학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다.

결과적으로는 반골 기질 때문이다.(웃음) 총신인들에게는 학교가 애증의 대상이지 않나. 학교 이상의 무엇이고. 2017~2018년 총신대학교에 학내 사태가 있었는데, 내가 재학 중이던 2000년대 중후반에도 비슷한 사태가 있었다. 보직 교수들이 다 사퇴하는 등 여러 가지로 학교가 시끄러웠다. 그때 학교 모습을 보며 받은 실망감이 크게 작용했다. 4학년 땐 하마터면 등 떠밀려서 총학생회장을 할 뻔했는데, 만약 그랬으면 내 성격에 총장실 점거하고 감옥에 갔을 것 같다.(웃음) 고민을 거듭한 끝에 큰 실망을 안고 이 길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해서 2009년 2월 학부 졸업 후 신대원엔 가지 않았다.

- 다른 진로를 찾은 건가.

사실, 그 이후로도 유학이나 신대원 진학을 아예 고려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미국의 어느 학교에 시험을 봐서 입학 허가가 났는데, 재정 문제로 비자가 안 나왔다. 몇 번 더 시도하다가 나중에 기회가 또 오겠지 했는데 안 오더라.(웃음) 2010년 결혼할 무렵 직장을 다니고 있었는데, 당시 아내가 다니던 교회의 목사님이 도와달라고 요청해서 뜻하지 않게 다시 사역을 하게 됐다.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했는데 하다 보니 또 재밌더라. 평일엔 직장을 다니고 주말에 사역을 병행하니 아내가 다시 신대원 준비를 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 신대원 진학도, 유학도 꼭 길목 끝에서 막히더라. 여기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지 말자고 결정했고, 2016년까지 사역을 하다가 끝내 그만하기로 했다. 그때부턴 진학이나 유학 생각은 아예 포기했다.

"좋은 책 안 내주면 내가 직접 내겠다"
소명에 빚진 마음으로 출판사 시작
첫 마음 늘 되새기려 '사명 선언문' 만들어
이 대표는 신대원 진학 포기 후 '소명에 빚진 마음'을 품고 출판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이 대표는 신대원 진학 포기 후 '소명에 빚진 마음'을 품고 출판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 출판사는 어떻게 차리게 된 건가.

진학은 포기했지만 학부 때부터 10년 이상 사역하고 신학 공부도 계속 하다 보니, 소명에 대한 어떤 빚진 마음이 있었다. 학교를 안 다니니까 혼자 책을 읽으며 공부했고, 그게 책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진 것 같다. 한때는 거의 활자 중독 수준으로 책을 읽은 적도 있다.(웃음) 갈증이 있어서 국내 서적뿐만 아니라 외서도 훑어보고, 좋은 책을 발견할 때마다 출판사들에 이 책 좀 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잘 안 내주더라. 오기가 생겨서 내가 직접 출판사를 차리기로 했다. 안 내주면 내가 내서 주변에 소개하겠다는 마음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똘끼'가 있었던 건데(웃음) 좋게 포장하면 일종의 사명감이기도 했다. 아내와 상의하며 1년 정도 준비하다가 출판사를 시작하게 됐다.

- 1인 출판사 대표 대부분이 출판 관련 일을 하다가 시작하는데, 단지 위에서 말한 이유만으로 출판사를 차리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맞다. 말 그대로 출판에 대한 정보도, 감도 전혀 없는 상태였다. 2017년부터 1년간 준비하며 내가 조달할 수 있는 자금력이 어느 정도인지 계산해 봤다. 돈을 벌 수 있을지, 못 번다면 가계는 어떻게 꾸려야 할지, 최악의 경우(폐업)도 생각해 봤다.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고, 포트폴리오도 짜 보고, <한겨레>에서 진행하는 출판 학교도 6개월 다니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했다.

내가 성격이 아주 꼼꼼한 편은 아니라 시작할 때부터 실수가 많았다. 사실 지금도 종종 실수하고 있고. 에이전시를 통해 원서 판권을 계약할 때도 제대로 체크하지 못해 몇 번 다시 왔다갔다 하면서 혼나는 일도 있었다. 이건 신뢰의 문제이기도 한데, 그때마다 똥줄(?)이 타곤 했다.(웃음)

- 책 한 권이 나오는 전·중·후 과정마다 여러 작업을 거쳐야 하는데 어떤 게 제일 어려웠나.

뭐가 특별히 어렵다기보다는 그냥 다 어려운 것 같다.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어려움의 강도도 다 비슷하다. 교정·교열도 어렵고, 디자인도, 마케팅도, 저자·거래처와의 관계도 정말 어렵다. 여태까지 책을 17권 냈는데 아직도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똑같이 어렵다.(웃음)

- 모든 책에 다 들어가 있는 '사명 선언문'이 인상적이다. 어떻게 만들게 된 건가.

결연한 의지가 드러나는 도서출판 다함의 '사명 선언문'. 도서출판 다함 블로그 갈무리
결연한 의지가 드러나는 도서출판 다함의 '사명 선언문'. 도서출판 다함 블로그 갈무리

1번은 성경에 대한 신앙고백이다. 2번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사실 아까 말한 반골 기질 때문에 교회를 보면 '대체 왜 이 모양인가' 싶었고 항상 비판적이었다. 그런데 한 선배 출판인께서 100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한국교회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말고, 하나님께서 수천 년 동안 교회를 어떻게 다스려 오셨는지 큰 맥락에서 바라보고 그 이야기를 하는 출판사가 되라고 하셨다. 그 말씀을 듣는데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태초부터 종말까지의 시간을 놓고 보면 우리가 사는 100년 남짓한 인생은 점 하나 찍기에도 어려운 짧은 시간인데, 내가 보고 경험했던 교회만으로 옳으니 그르니 하면서 비판하는 것은 의미가 없구나 하고 생각했다. '멀리 보고 크게 봐야겠다', '그래야 출판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번과 4번은 겸손·정직·성실하겠다는 개인적인 다짐이다. 스스로 이 문구를 계속 보면서 다짐하고 되새기려고 모든 책에 다 넣고 있다.

보편성의 신학자 '헤르만 바빙크'에 꽂혀
진정한 개혁주의 정신은
'사랑으로 말하는 진리'
출판 미래 밝지 않지만,
최선을 다하다 장렬히 전사할 것

- 주로 개혁주의 관련 도서를 펴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헤르만 바빙크'에 주목하는 데 이유가 있나.

어려서부터 예장합동 소속 교회를 다녔는데 항상 '이게 다인가?',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을 했다. 어쩌다 보니 총신대학교에 입학해서 공부하며 교회에서 채워지지 않았던 갈증을 다소 해소해 나갔던 것 같다. 그런데 학내 사태나 교단 내 현실적인 문제를 보면서 '이것도 아니다', '대체 왜 이렇지?' 하는 고민에 빠졌다.

총신 교수님들이 들으면 안 좋아하시겠지만, 개혁신학을 제대로 만난 건 오히려 학교를 졸업하고서 나서였다. 장인어른께서 예장합신 소속 목사님이신데, 어느 날 "신학을 하려면 개혁신학을 해야 한다"고 하시더라. 개혁주의라면 학교에서 이골이 나도록 들어 온 날더러 개혁신학을 하라고 하시니, '그럼 그동안 내가 배운 건 다 뭔가' 하며 다시 찾아보기 시작했다.

다시 공부해 보니, 그동안 배운 내용은 너무 지엽적이고 파편적이더라. 학교 다닐 때 <기독교 강요>나 <벌코프 조직신학>등을 읽고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역사적 개혁주의의 맥락을 알지는 못했다. 제대로 공부하기 시작한 개혁신학에서 내가 꿈꿔 온 하나님나라에 점점 더 가까워지는 방편을 찾았다.

특히 헤르만 바빙크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바빙크는 우리 시대와 가장 가까운, 근대성을 경험한 개혁주의자이면서도 '보편성의 신학자'라고 평가받는다. 모든 것을 아우르고 정당하게 비판하면서도 취할 것들은 취하는 자세를 지녔다. 바빙크는 사상사적으로 보면 지금보다도 훨씬 더 격동적인 시대를 살았다. 사고 체계와 세계관이 바뀌는 상황을 모든 사람이 경험했던 시대의 정점에서 그가 시대를 바라봤던 태도는, 100년이 지난 지금 다원주의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래서 다른 분들에게도 꼭 소개하고 싶었다.

도서출판 다함이 펴낸 책들. 뉴스앤조이 여운송
도서출판 다함이 펴낸 책들. 뉴스앤조이 여운송

- 같은 총신 출신으로서 보수신학이 주는 유익과 위안이 아주 크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주변을 보면 보수신학·개혁주의신학이라고 하면 별로 좋지 않은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 이런 시선에 부담은 없었나.

'나만 기독교다' 식의 독선적·배타적 태도에 대해서는 개혁주의권 내에서도 반성이 있다. 교리를 잘못 배우면 그렇게 되더라. 나도 처음 개혁주의를 접했을 때는 이것만이 진리인 줄 알았는데, 공부를 더 하면 할수록 그게 아닌 것 같다. 기독교는 개혁주의보다 더 크다. 결국 태도의 문제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고, 개혁주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그런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 같다.

원래 출판사 이름을 '사랑으로말하는진리'라고 지으려고 했다. '그책의사람들'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책 제목인데, 이것이야말로 개혁주의가 지향하는 바라고 생각했다. 개혁주의신학이 성경과 세계를 바라보는 정확한 눈이라면, 거기에 맞는 품격도 지녀야 한다. 그리스도 안에서 다른 형제들, 또는 불신자들까지도 배타적으로 대하지 말아야 하고, 비판할 때도 무분별한 비난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그런 면에서 개혁주의 출판사를 한다는 데 부정적인 시선에 대한 부담은 전혀 없지만, 개혁주의를 조금 더 따뜻하게, 분명하면서도 사랑을 담아 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한국교회 지형도상 개혁주의를 지향하는 출판사는 많지 않나. 이미 충분한 독자층을 확보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다른 의미로 보면 '레드오션'일 수도 있는데.

레드오션 맞다. 사업적으로 보면 단순히 개혁주의 출판사뿐만 아니라 출판사 자체가 그렇고, 책을 읽는 인구는 점점 줄어들 거다. 사실 끝이 보인다.(웃음) 가진 게 많지 않고 가정도 있으니 시작할 때부터 아내랑 마지노선을 세워 놓은 게 있다. 지금도 공격적으로 운영하기보다는 가정경제에 손해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방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솔직히 미래가 밝지 않은 것 같다. 최선을 다해서 정직하고 성실하게 하다가 장렬하게 전사하자고 생각하고 있다. 안 되는 것을 갖고 무리하지 않고 정말 안 될 때가 오면 감사한 마음으로 접을 것이다. 애써 돈 되는 책을 찾아 내기보다는 그렇게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언젠가 그렇게 되지 않을까.(웃음)

- 많은 1인 출판사 대표가 사업의 '지속성'(다른 말로 생계)을 고민한다. 이를 어떤 방식으로 확보하나.

사실 작년 11월까지는 계속 직장을 다니면서 출판사를 병행했다. 아침 7시 회사에 출근해서 일하다가, 퇴근 후 출판사 사무실에 와서 12시~1시까지 또 일을 하고 집으로 가기를 2년 넘게 했다. 이대로는 도저히 못하겠어서, 출판사를 전업으로 3개월만 해 보기로 했다. 해 보고 버틸만 하면 또 3개월 연장하는 식으로 지금까지 이어 온 거다. 사실 출판사 수입은 아직도 없다. 내 인건비도 안 나온다. 지금도 가끔씩 대리운전을 하고, '쿠팡이츠'나 '배달의민족' 배달도 하고 주말 아르바이트도 하는 등 투잡을 뛰어야 하는 형편이다.

소자본 사업을 운영하는 다른 대표들과 마찬가지로 가장 큰 고민은 재정적 어려움이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소자본 사업을 운영하는 다른 대표들과 마찬가지로 가장 큰 고민은 재정적 어려움이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큰돈이 들어간 <계시철학>의 경우 펀딩으로 제작했다. 30년 만에 다시 번역·출간되는 책이라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 주셨던 것 같다. 선주문으로만 200권 가까이 팔았고 크게 도움을 받았다. 지속성 확보를 위해 후원회원도 모집해 봤는데, 잘되지는 않더라. 그런 건 할 수 있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 같다.(웃음) 사무실 월세 같은 고정비용을 30명 정도만 후원해 주시면 숨통이 트이겠다 싶은데, 현재 9명이 후원해 주고 계신다. 정말 감사한 분들이다.

신학교 교재 채택, 강좌 개설도
일반 직장보다 훨씬 힘들지만,
좋아하는 일 하는 데 보람 느껴

- 다함에서 낸 책이 곧바로 신학교 교재로 채택되고 신규 강좌 개설로 이어지기도 했다. 보람 있었을 것 같은데.

정말 의미가 있는 소식이었다. 내가 도움이 되는 일을 했구나 싶어 큰 보람을 느꼈다. 좋게 여겨 주시는 교수님들이 있어서 감사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렇게 다들 유익함을 알아봐 주는데 왜 기존 출판사들이 출판을 안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 물론 사람마다 느끼는 유익도 다르고, 유익과 시장성은 다른 문제라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자본력 있는 출판사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 개혁주의 관련 도서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전염병과 마주한 기독교>가 아주 시의적절하게 나왔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시대 기독교인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신천지발 집단감염으로 기독교 전체가 싸그리 욕을 먹고, 사상 초유로 주일예배도 못 드리는 혼돈 상황이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안명준 교수님(평택대학교 은퇴)이 저자 섭외와 기획 과정을 많이 도와주셨다. 재미있는 작업이었지만 시의성을 맞추느라 급하게 내다 보니 아쉬운 부분도 있다. 18명이나 되는 필자들의 개성과 여러 입장을 적절히 중재하는 게 쉽지 않았다. 지혜롭게 잘했어야 했는데 편집자로서 연륜과 경험이 부족해서 고생을 좀 했다. 그래도 다함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 중에 제일 많이 팔렸다. 유일하게 3쇄를 찍은 책이다.(웃음)

- 그동안 17권의 책을 펴냈다. 다 자식 같겠지만 가장 아끼는(소개하고픈) 책이 있나.

어렵다. 못 정하겠다. 하나같이 다 아끼는 책이고, 하나만 고르기가 다른 책들에게 미안하다. 가장 아끼는 책이라기보다는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을 드러내는 책을 고르라고 한다면 <교회다운 교회>다. 다함 사명 선언문 2번에서 얘기한, 하나님께서 한결같이 다스려 오신 교회의 본모습을 잘 보여 주는 책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교회가 잘되고 교회답게 세워졌으면 좋겠다.

<교회다운 교회 - 영광스런 목회와 가슴 벅찬 신앙생활 설명서> / 신호섭 지음 / 다함 펴냄 / 340쪽 / 2만 원. 뉴스앤조이 여운송
<교회다운 교회 - 영광스런 목회와 가슴 벅찬 신앙생활 설명서> / 신호섭 지음 / 다함 펴냄 / 340쪽 / 2만 원. 뉴스앤조이 여운송

- 반대로 더 잘 만들 수 있었는데 아쉽다고 생각하는 책은 뭔가.

17세기 정통 신학을 소개한 <뿌리내리는 정통주의신학>이 아픈 손가락이다. 17세기를 두고 사변적이고 논쟁만 하던 시기 아니냐는 오해가 많은데, 사실 개혁파신학에서 굉장히 중요했던 시기다. 그런 오해를 풀고 싶다는 목적으로 냈다. 기획도 오래했고, 공도 많이 들였다. 책을 보면 돈이 많이 들어간 티가 난다.(웃음) 저자가 직접 현장을 답사하고 1차 자료들을 뒤져 가며 정리한 책이다. 그런데 아쉽게 독자들에게 어필이 덜 됐다. 다함 출판사 책 중에 제일 안 팔렸다. 그런데 조만간 관련 시리즈 책들이 또 나온다. 17세기 정통주의신학자들 중 대표격인 프랑수아 투레티니 전기를 출간하고, 18세기 버전도 출간할 계획이다. 독일·화란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개혁파 경건주의신학부터 미국의 조나단 에드워즈까지 다루는 책이다. 17세기와 비슷한 컨셉으로 내려고 한다. 안 팔리더라도 고집스럽게 해 볼 생각이다.(웃음)

-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후회해 본 적은 없나.

후회는 없다. 다만 돈을 못 벌어다 주니까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후회보다는 보람이 크다. 일단 스스로 공부가 많이 된다. 소명에 대한 빚진 마음이 해갈되는 면도 있는 것 같다. 이렇게라도 하나님나라를 세워 가는 데 보탬이 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직장 다닐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힘들다. 직장은 업무량과 출퇴근이 명확한데, 출판사는 모든 루틴을 내가 직접 만들어야 하니까.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가.

- 주목하고 있는, 혹은 롤 모델로 삼고 있는 1인 출판사가 있나.

롤 모델이라기보다 다들 멋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1인 출판사들과 가깝게 지내고 싶다. 도서출판100 김지호 대표와는 거의 매일같이 통화하고 가깝게 지내는데, 다른 분들은 개인적으로 잘 몰라 아쉽다. 다른 분들을 보면 이미 완성형 같다. 나는 아직 하나하나 배워 가는 처지인데, 다들 실력도 있고 확실한 콘셉트와 배짱도 있는 것 같다. 특히 감은사 이영욱 대표 같은 경우는 어떻게 저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다. 도서출판 학영에서 나오는 책들도 눈여겨보고 있는데, 책 고르는 센스가 대단한 것 같다.

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이웅석 대표는 힘들지만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 다함이 향후 출간할 도서 목록이나 다른 구상·계획이 있다면 언급해 달라.

바빙크와 관련된 책들은 가능한 많이 출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 외에도 개혁파신학의 훌륭한 고전을 계속 찾고, 역사적 개혁주의 입장에 선 국내 목회자·신학자의 다양한 저술도 계속 발굴할 계획이다. 작년에 6권을 냈고, 올해 10권을 출간한다. 내년에도 재정이 허락되는 한 올해 정도 수준으로 출간할 계획을 갖고 준비 중이다. 출간 예정 도서 목록은 페이스북에 전부 공지해 놓았다.

- 마지막으로 다함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출판을 시작한 지 어느덧 4년 차가 됐는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내가 운영한다는 생각보다 독자들께서 운영해 준다는 생각이 더 크게 든다. 독자분들의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의 격려와 응원을 받다 보면 없던 힘도 다시 생겨난다. 주님의 몸 된 귀한 교회를 든든히 세우고 주께서 다스리시는 하나님나라의 아름다운 모습을 전하기 위해 함께 동역한다는 마음을 갖고, 지금처럼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며 기도하면 좋겠다. 정말 감사드린다. 마음 담아 사랑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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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 031-391-2137, david-02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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