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 독서 캠페인 '탐구생활'(탐독하고 구도하는 그리스도인의 독서 생활)에서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책입니다. 아래 내용은 평자가 책을 읽고 주관을 담아 작성했습니다.
<여성, 존엄을 외치다 - 구약성경에 나타난 여성의 저항> / L. 줄리아나 M. 클라센스 지음 / 정혜진 옮김 / 분도출판사 펴냄 / 304쪽 / 2만 3000원
<여성, 존엄을 외치다 - 구약성경에 나타난 여성의 저항> / L. 줄리아나 M. 클라센스 지음 / 정혜진 옮김 / 분도출판사 펴냄 / 304쪽 / 2만 3000원

일요책방 북큐레이터 용도사

성경 속 여성들이 살아났다. 그들의 절규, 저항, 연대, 희망에 찬 기도가 이 책을 읽는 공간에서 재현되는 것 같았다. 냄새가 나고 만져지는 것 같았다. 그동안 신학 서적을 열심히 읽으면서 구속사적·영적 성경 읽기에 갇힌 관점을 수정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나는 성경 속 여성을 수동적으로, 구속사의 장엄한 주인공 남자들의 들러리로만 여기는 정서를 전제한다는 걸 알았다. 남아프리카에서 태어난 저자는 오랜 해외 생활 후에 남아프리카로 돌아왔다. 고국의 처참한 상황과 세계의 저항운동, 주디스 버틀러 같은 사상가들의 틀을 참고해 구약성경의 여성을 '비폭력 저항'이라는 렌즈로 해석하고 펼쳐 냈다. 전쟁, 강간, 빈곤, 가부장제를 대체하는 복합적인 위계 구조 '헤테라키' 등을 주제로 구약의 여성들 이야기를 차분히 해설하는데, 현대의 저항이나 비폭력 개념에 딱 들어맞을 정도로 단순하지는 않다. 인물들의 삶과 저항의 맥락은 매우 복잡하며 독자의 관점에 따라 이에 대한 평가도 갈린다는 점을 인정하는 부분이 좋았다. 지금 이 글을 보는 당신뿐 아니라, 교회의 설교자·지도자들이 꼭 정독했으면 좋겠다. 지금은 성경 구절 해석의 옳고 그름을 논하기 이전에, 교회가 여성들에게 안전한 공간인지, 신앙이 여성의 존엄을 보호하는지를 다루는 문제가 보다 본질적이다. 이를 위해 성경은 늘 새롭게 해석돼야 한다고 믿는다. 그것이 성경과 역사 속 여성들의 저항·희망을 위한 연대로 이어지면 좋겠다. 저자의 말마따나 현실은 매우 복잡하지만, 그러하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저항의 행동을 계속해야겠다. 우리 모두를 위해.

한 줄 평: 지옥 같은 삶을 포기하지 않았던 구약성경 속 여성들의 저항신학

박혜은 서울책보고 매니저

#여성 #폭력 #저항 #서사. 그런데 그 서사를 구약에서 끌어온다고? 얼핏 낯선 조합에 갸우뚱했다. 구약성경이란 전쟁과 가부장제가 지뢰밭처럼 깔려 있는 고대사회를 배경으로 하지 않던가. 굳이 그 세계에서 저항 방식을 배우다니. 관건은 해석이었다. 남아공의 여성 성서학자는 구약의 여성들이 그 지뢰밭 속에서도 창의적이며 용기 있는 저항을 해냈다는 걸 해석해 내고야 만다. 국가 폭력 앞에서 끈질기게 슬퍼한 리츠파, 권력 다툼 안에서 음식을 차려 내 생존한 아비가일, 근친 성폭력 생존자로 끝까지 살아남은 타마르. 이같이 "폭력에 최종 결정권을 주기를 거부했던 용기 있는 여성들"(37쪽)의 서사는 오늘도 국가 폭력에 울고, 권력 다툼 사이에서 생존을 모색하고, 강간 문화 안팎에서 신음하는 이들에게 사유와 위로의 공간을 마련해 준다. 서사는 "삶의 가능성들을 탐색하고 실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을"(30쪽) 창출한다는 마사 누스바움의 통찰 그대로. 이 책의 백미는 여성이 폭력의 피해자이지만 주체적 인격이기도 하다는 점을 '헤테라키(복합 지배 체제)'라 명명한 구조 안에서 입체적으로 드러낸다는 데 있다. 정의와 평화를 갈망하는 모두에게 오래도록 새겨질 영감의 서사를 선물 받았다. 

한 줄 평: 다른 해석이 선물한 진실, 여성은 고대로부터 폭력에 창의적으로 저항하며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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