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충분한 - 인생의 오후 에세이> / 조희선 지음 / 홍성사 펴냄 / 192쪽 / 1만 2000원 
<이 정도면 충분한 - 인생의 오후 에세이> / 조희선 지음 / 홍성사 펴냄 / 192쪽 / 1만 2000원 

[뉴스앤조이-박요셉 간사] 조희선 목사가 인생의 오후에서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며 기록한 에세이. 조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M.div와 Th.M(목회 상담학) 과정을 거쳐 영일교회 청년부 목사, 명지고등학교 교목, 새문안교회 서강대 캠퍼스 선교사, 학원복음화협의회 기관지 <물 근원을 맑게> 편집장 등을 지냈다. 저자는 3부로 이뤄진 책에서, 인생의 반원을 그리며 마주친 이들의 기억들(1부)과 그리움 속에 존재하는 엄마의 젊은 시절, 이제는 독립해 활처럼 날아가 버린 자녀들의 이야기(2부)를 한자락씩 풀어낸다. 3부에서는 글쓰기와 관련한 생각을 다룬다. 책에는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저자가 교회 안팎에서 '엄마' 역할을 한 학교 밖 청소년 K·P·L, 임신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쩔 줄 몰라하던 청소년 C, 공격자들로부터 '아웃팅'을 당한 성소수자 K, 불안한 시간을 함께해 준 딸 J1과 J2…. 이들과 함께했던 시간을 "잘 살았다는 자신은 없지만 최선을 다해 살았다"(184쪽)고 고백하는 저자의 진솔한 모습은, 각자 자신만의 원을 그리고 있는 이들에게 용기와 격려를 준다.  

"이슬아의 엄마 복희 씨는 '왜 하필?'이라 하지 않았다. 누드모델을 필요로 하면서 모순되게 누드모델에 대한 편견을 갖는 세상에서 이슬아의 엄마 복희씨는 편견 대신, 어떻게 해야 더 낫게 누드모델을 할 수 있을지 알려 준 사람이었다. '엄마 복희는 알려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난에 지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중략)

 

나는 그의 다른 책에서 고난에 지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배우고 있고, '나는 울 때까지 엄마 얼굴이 된다'를 읽으면서 두 모녀의 우정 속에 생겼던, 슬픔과 재미를 읽을 수 있었다." ('이슬아 작가와 그 엄마 복희 씨 이야기', 63~64쪽)

"젊은 날 동안 최선의 반원을 그린다면 젊은 날이 끝나면 최선을 다해 나머지 반원을 그려야 한다. 이제까지와는 달리 반대 방향으로 그려야 한다. 원을 그리다가 어느 지점에서라도 멈추고 다시 그리기를 반복할 수 있듯이, 우리 또한 인생이라는 원을 그리며 쉴 수 있고 멈출 수 있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중략) 

 

처음 반원을 그리는 동안에는 반대편 반원이 없었고 그래서 볼 수 없었다. 그러나 남은 반원을 그릴 땐, 이미 그려 놓았던 반원을 보면서 그리게 된다. 이미 그린 반원을 앞에 놓고 보면 그동안 걸어온 길에서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인다. 그동안의 삶이 달리 보이기도 한다. 나의 7년은 미리 그려 놓은 길을 바라보느라 멈춰 선 시간이었다." ('남은 반원을 그린다', 186~1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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