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현장은 늘 새로운 가르침을 준다. 어떤 현장이든지, 그 시간 그곳에 있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요즘에는 영상 생중계도 많지만, 아무리 기술이 발전한다 해도 현장의 공기를 피부로 느낄 수는 없다. 기자로서 많은 현장을 다녔는데도 여전히 현장은 갈 때마다 새롭다.

현장은 그리스도인의 의무를 일깨워 주는 곳이기도 했다. 20대 후반까지 나는 교회 안에서 누구보다 열심인 청년이었지만 교회 밖 상황에는 관심이 없었다. 교회 생활을 열심히 할수록 더욱 교회 안으로만 파고들게 됐다. 이 시대 그리스도인이 관심을 가져야 할 곳이 어디인지, 연대하고 위로해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교회 안에서는 배울 수 없었다. 현장을 다니면서, '무서운 사람들'이라고만 생각했던 이들과 눈을 마주치고 함께 밥을 먹으면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옥바라지선교센터의 여름 수련회는 다르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옥바라지선교센터의 여름 수련회는 다르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쫓겨남이 없는 세상'을 모토로 활동하는 옥바라지선교센터는 2016년부터 철거 현장에서 예배를 드리며 쫓겨나거나 쫓겨날 위기에 처한 사람들과 연대해 왔다. 2019년부터는 매년 여름 '기독 청년 반빈곤 연대 활동(빈활)'을 열어, 참가자들과 현장을 탐방하고 그리스도인의 역할을 고민했다. 일종의 '여름 수련회'라고 할 수 있는데, 농성 현장을 직접 찾아가 철거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수련회는 아마 보통의 교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올여름에도 빈활이 열린다. 8월 30·31일 진행되는 빈활 주제는 '강제집행'이다. 서울 곳곳 강제집행당하거나 강제집행이 예고된 현장을 탐방한다. 옥바라지선교센터 이은해 간사는 8월 18일 <뉴스앤조이>와 만나 "강제집행은 지금 한국 사회가 무엇을 우선으로 하는지 단적으로 보여 주는 일이라 생각한다. 사람이 아무리 억울함을 호소해도, 힘으로 밀고 들어와서 쫓아내면 된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아, 30일에는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고, 31일에는 4인 1조로 현장을 탐방한다. 옥바라지선교센터 예배와현장위원회 황푸하 목사(새민족교회)가 '사회 선교'를,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활동가가 '코로나와 빈곤'을, 이원호 활동가가 '강제집행'을 주제로 강의한다.

참가자들이 탐방할 현장은 노량진수산시장과 미아3구역 농성장, 을지OB베어다. 노량진수산시장 농성장에서는 상인들 투쟁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시장으로 가는 길'을 함께 보고, 다큐를 만든 김은석 감독과 대화를 나눈다. 미아3구역 농성장에서는 전국철거민연합회 김소연 국장의 이야기를 듣고 직접 피켓을 만들어 퍼포먼스를 벌일 예정이다. 을지OB베어는 영업 중이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손님'이 되어 먹고 마시며 사장에게 현재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이은해 간사는 "각 현장은 저마다 조금씩 상황이 다르다. 참가자들은 빈곤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빈곤의 형태가 다양하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 연대는 때로 실제적인 위협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옥바라지선교센터 사람들은 여러 철거 현장에 연대하며 강제집행에 몸으로 맞서기도 했다. 건물주의 고소로 송사에 휘말린 사람들도 있다. 이 간사는 "강제집행 현장은 2021년에 아직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폭력적이다. 지금도 그저 에피소드처럼 이야기하기가 힘들다. 트라우마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갈 때마다 심장이 빨리 뛰는 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가서 서 있기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간다. 누구라도 그곳을 지키지 않으면 밀리고 없어져 버리니까. 이들이 쫓겨나면 언젠가 우리도 쫓겨날 수 있는 거니까. 대부분 연대하는 사람들이 그런 마음으로 온다"며 "빈활은 기독 청년들에게 빈곤 현장과 연대 활동을 소개하는 자리다. 이걸 시작으로 함께 쫓겨남이 없는 세상을 꿈꾸게 된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21 기독 청년 반빈곤 연대 활동은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다. 참가비는 3만 원이다. 옥바라지선교센터는 후원으로 운영된다. 빈활을 진행하는 데도 후원이 필요하다. 후원 계좌: 신한 100-033-703892(예금주: 옥바라지선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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