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읽기는 예술이다> / 리처드 헤이스·엘렌 데이비스 엮음 / 박규태 옮김 / 성서유니온 펴냄 / 544쪽 / 2만 8000원
<성경 읽기는 예술이다> / 리처드 헤이스·엘렌 데이비스 엮음 / 박규태 옮김 / 성서유니온 펴냄 / 544쪽 / 2만 8000원

[뉴스앤조이-김은석 사역기획국장] 20여 년 전 프린스턴신학연구센터는 교회가 성경을 읽고 해석함에 있어, 시대가 던지는 여러 도전에 제대로 된 응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15명의 학자·목회자로 구성된 '성경 프로젝트(Scripture Project)'라는 그룹이 탄생했다. 이들은 1998~2002년 정기 모임을 갖고 의견을 나누면서 "성경 읽기가 하나의 예술 - 만물로부터 초연한 객관성이라는 계몽주의의 이상과 반대로 참여와 상상이 필요한 창조적 분야라는 점에서 - 이라고"(13쪽) 확신하게 된다. 이 책은 그 논의를 진전시켜 완성한 '성경 해석에 관한 아홉 테제'를 골자로, "신학대학원에서 성경을 가르치는 방식에 조용한 혁명을 일으킬 것"과 "교회의 목회자와 교사에게 실제로 성경을 활용하는 관습을 다시금 생각해 보도록 요청"(20쪽)한다. 총 4부로 구성돼 있으며, 1부 '성경을 어떻게 읽고 가르칠까?'는 이 프로젝트가 내놓은 해석 방법의 이론적 틀을 제시한다. 2부 '살아 있는 전통'은 기독교 전통이 성경을 해석해 온 방식들을 되짚어 보고, 전통적 해석 패러다임이 무너지면서 만들어진 새로운 가능성을 고찰한다. 3부 '어려운 본문 읽기'는 오늘날 교회가 해석에 어려움을 겪는 본문들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4부에는 '성경 프로젝트'가 제시한 아홉가지 테제의 해석 접근법을 보여 주는 사례로, 엮은이인 리처드 헤이스·엘렌 데이비스(이상 듀크대학교)의 설교 여섯 편을 실었다. 두 엮은이를 포함해 로버트 젠슨(프린스턴신학연구센터), 리처드 보컴(케임브리지대학교), 제임스 하월(미국 샬로트마이어스파크연합감리교회) 등 신학자·목회자 13명이 기고자로 참여했다. 

"성경은 교회의 믿음과 행위에 권위를 행사하는가? 행사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행사하는가? 어떻게 성경을 읽는 것이 성경을 이해하는 가장 적절한 접근법인가? 역사 비평은 성경의 메시지를 명확히 밝혀 주었는가 아니면 오히려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었는가? 전통적 성경 읽기 방법과 역사 비평적 성경 읽기 방법을 어떻게 연관지어야 할까? 아울러 전통적 성경 읽기 방법과 페미니즘, 해방신학, 포스트모더니즘 성경 읽기 방법을 어떻게 연관지어야 할까? 교회는 이런 문제들에 관하여 분명한 입장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교회의 복음 증거와 선교에 지장이 생겼으며, 시대가 던지는 여러 도전에도 모호한 소리를 냈다. 심지어 원칙적으로 성경의 권위를 인정하는 교회 중 적지 않은 교회가 성경을 주의 깊게 그리고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읽어 내는 기술을 잃어버린 것 같다." (서론, 11~12쪽)

"성경을 해석하는 능력이 생길수록 우리는 자신의 해석에 의심을 품게 된다. '의심의 해석학'(the hermeneutics of suspicion)은 이 시대 성서학계의 대명사가 되었으며, 의심의 주된 대상은 사람들이 그 사회의 산물이라 여기는 텍스트 자체다. 그러나 우리가 성경 본문을 고백적 관점에서(자신의 믿음뿐 아니라 죄도 정규적으로 고백하는 공동체의 지체로서) 읽게 되면, 성경을 읽을 때 먼저 자신의 해석을 의심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다. 사실 대부분의 해석이 우리가 살아온 시간 동안, 그리고 교회가 여러 세대에 걸쳐 지속되어 오는 동안 재고된 적이 없었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성경을 집어 들어 읽은 뒤 다시 내려놓으면서 '내가 생각했던 그대로네'라고 말한다면, 반드시 심각한 문제에 빠지고 말 것이다. 이런 식으로 성경 본문을 읽는 것을 가리키는 전문용어가 '증거 본문 찾기'(proof-texting)다. 성경 본문을 이용하여 자기 가설을 확증하려는 행위는 죄다. 그런 행위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하시는 새로운 말씀에 저항하는 행위요, 성경이 살아 계신 하나님의 말씀임을 철저히 부인하는 행위다. 이런 성경 읽기의 유일한 대안은 신약성경이 '메타노이아', 곧 '회개'(문자적으로는 '마음의 변화')라 부르는 것을 염두에 두고 성경을 읽는 것이다." (1장 '고백적 방식으로 성경 가르치기', 43~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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