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연세대학교 신학대학원 전 원장 ㅈ 교수의 성폭력 및 당시 원장 ㄱ 교수의 2차 가해 의혹에 관한 <뉴스앤조이> 보도 이후, 학내 단위들이 사건을 참담해하며 학교 당국의 안일한 대응을 비판하는 글을 발표했다.

연세대 신과대학 동문회는 7월 28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교회 연합 운동과 에큐메니컬 신학을 지향해 온 모교에서 교수가 성폭력으로 파면됐다는 소식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피해 학생들의 보호·치료와 완전한 회복을 위해 학교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번 일에 대한 신과대·신대원 교수단의 입장 표명과 학장을 비롯한 보직 교수들의 책임 있는 처신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신과대 학생회는 사과는커녕 학교 당국의 조사에도 임하지 않은 ㅈ 교수를 비판했다. 신과대 학생회는 8월 3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ㅈ 교수는 피해 학생에게 아픔과 상처를 주고도 책임감 없는 행위로 일관하고 있다"며 해당 사건에 대해 책임지는 태도로 반성하라고 요청했다.

학교가 ㅈ 교수 징계 사실을 <뉴스앤조이> 보도 이후에야 공개한 점도 문제 삼았다. 학생회는 "학교 당국은 앞으로 징계 결과 등 공동체의 중요한 사안을 숨김과 지체 없이 학생에게 공개하라"며 2차 가해로 인한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구제책 및 재발 방지책 마련을 요구했다.

신과대 여동문회는 교수단이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 전수조사에 임해야 한다고 했다. 여동문회는 8월 4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교수단은 신학대학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에 사과를 표하고, 피해 학생에 대한 보호책 강구 및 2차 가해와 유사 사건 재발 방지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추가 피해자가 있을 경우 책임자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여동문회는 또 성폭력 및 2차 가해, 교수 학생 간 권력형 폭력 등은 신과대·신대원 내 가부장적 문화와 위계적 구조에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성폭력 예방 및 양성평등에 관련한 교과목을 교과과정에 필수로 개설하고, 교직원들의 폭력 예방 교육 및 인권·윤리 의식 교육 등 후속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신대원 내에 위계가 존재한다는 건 학교 윤리위원회도 이미 한 차례 지적한 바 있다. 연세대 윤리위원회는 지난 4월, ㅈ 교수의 제보자에 대한 인권침해 및 ㄱ 교수의 2차 가해 사건 조사 결과에서 "그동안 연합신학대학원·신과대학 내 특정 교수들을 정점으로 해 온 역사적 위계가 있었고, 학생들로서는 앞으로 상담학 분야의 진로에서 그들만의 특정 질서를 벗어날 경우 사실상 진로 설계가 어렵게 되는 공포심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인정했다.

연세대 신과대·신대원 교수단은 전 신대원장 ㅈ 교수의 성폭력에 대한 사과문을 8월 5일 발표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연세대 신과대·신대원 교수단은 전 신대원장 ㅈ 교수의 성폭력에 대한 사과문을 8월 5일 발표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학부 학생회·동문회·여동문회까지 나서 대책을 요구하자 신과대학·신대원 교수단은 8월 4일 자체 회의를 열었다. 교수단은 이 자리에서 논의한 내용을 문서로 작성해 8월 5일 '교수단 사과문'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교수단은 성폭력 사건 및 2차 가해로 고통받은 피해자·가족들에게 사과를 전한다고 했다. 교수단은 피해자들의 상처와 아픔을 함께 해결해 나가고, 피해자 중심 해결 원칙을 기반으로 공동체 회복 방안을 실천하겠다고 했다. 또 △피해자 보호·분리 조치 △성 인권 침해 예방 관련 실태 조사 결과 공개 △인권침해 및 성폭력 조사 정기적 수행 △위계적·성차별적 문화와 권력 구조 개선을 이행하겠다고 했다.

교수단은 이번 성폭력 사건 및 2차 가해의 심각성을 인지해 이 사건만 전담할 비상대책위원회(대책위)도 구성하기로 했다. 피해자 보호와 재발 방지를 위해 지속적 소통 및 투명한 정보 공개를 약속했다. 하지만 대책위를 교수로만 구성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동문회 등이 반발했다. 교수 문제를 다루는 데 같은 교수들만 위원이 되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교수단은 이 같은 지적을 받아들여 대책위에 교수·학부생·신대원생·동문회·여동문회도 1인씩 참여하게 했다.

이로써 연세대 신대원·신과대는 ㅈ 교수 성폭력 사건 관련 후속 대책을 마련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이번 사건으로 ㅈ 교수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이를 용인·묵인한 조직의 문제임이 드러났다. 그동안 학내에서 공론화 작업에 앞장섰던 제보자 B는 "ㅈ 교수의 또 다른 비윤리적 행위들을 일부 교수가 알고도 눈감아 줬다는 주장이 있다. 대책위의 활동, 전수 조사 등에서 이러한 문제를 모두 밝혀야 한다. 이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ㅈ 교수 성폭력 사건 신고 무마 의혹을 받은 ㄱ 교수는 보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7월 28일 발표한 글에서 "ㅈ 교수 성폭력 사건으로 신학 공동체가 입은 막대한 피해에 대해 모든 도의적 책임을 지고 학장직과 원장직을 내려놓겠다. 부족한 기관장으로 인해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은 모든 이에게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과 관련한 의혹은 해명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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