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치독 본문

독자님 안녕하세요, 이용필 편집국장입니다.

어느 날 찌는 듯한 더위가 잠시 물러가고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니 갑자기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어요. "오늘은 날이 시원하니까 한강 산책 갈까? 맛집도 하나 찾았는데 점심은 거기서 먹자." 모처럼 아내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니 세상 들뜬 소녀의 표정을 짓네요(어쩜 이리도 아름다울 수가).

채비를 하고 집 밖으로 나서려 하는데 심연에서부터 싸한 기운이…. 아뿔싸 중요한 약속을 까먹었네요; "오늘 데이트 못 할 것 같아." 아내에게 이실직고하자 바로 비수 같은 말이 날아왔어요.

"오빠는 왜 이렇게 경솔해?! 말 좀 가려 가면서 하면 좋겠어. 한두 번이 아니잖아."

네, 저는 '말'이 문제입니다. 말이나 말았으면, 이런 잔소리는 결코 들을 일 없을 텐데요. 입을 함부로 놀린 제 자신이 미덥지 않네요. 경솔한 '口'을 탓하던 중 최근 아들에게 대형 교회를 물려준 한 목사가 떠올랐어요(갑자기?!).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부와 권력, 기회의 대물림은 하루 이틀이 아니니까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분이 과거 주옥과 같은 말씀을 하셨더라고요. 

"나도 마음만 먹으면 많은 돈을 모을 수 있고, 자식들에게도 물려줄 수 있다. 그렇지만 그건 목회 생명을 죽이고 자식의 영혼도 파괴하는 행위다. 목회자의 욕심 때문에 추하게 싸우는 교회가 좀 많나. 목회자가 먼저 빛이 되어야 한다.‍"

멘트 자체만 놓고 보면, '아멘' 안 할 수가 없어요. 목사는 평소 교인들에게 "세습하지 않겠다", "재산 안 물려주겠다" 등 나름 진취적인 말을 해 왔어요. 그런데 3년 전부터 당회에 자신의 아들을 후임자로 청빙해 달라고 집요하게 요청하기 시작한 거예요.‍ 그간 장로들도 보고 들은 게 있으니 처음에는 반대했어요. 그러자 목사는 "말로 사는 목사가 수도 없이 말을 하다 보니 허언이 되거나 거짓말이 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 부분(세습)까지 포함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했다고 해요. 

교회 세습을 강하게 성토해 온 목사는 어쩌다가 이리 돌변했을까요. 목사의 최측근인 선임장로에게 이유를 들을 수 있었어요. 첫째는 '교회 안정'이고, 둘째는 '교회 설립 취지'였다고 합니다. 이 두 정신을 가장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목사 아들이어서, 2대 담임으로 '픽'했다고 하네요.

설득당한 장로들은 만장일치로 아들 목사를 받아들였지만, 전체 교인 투표는 양상이 달랐어요. 선임장로는 "17표 차이로 겨우 통과됐다. 생각보다 반대표가 많이 나와서 당황스럽다"고 하네요. 이 이야기를 들은 저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어요. '목사가 손바닥 뒤집듯이 말을 뒤집어도 교회가 되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한편으로는 이게 한국교회의 현주소가 아닌가 싶어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말이나 말지….'

용필 

친절한 뉴스B

감추인 건 드러나게 마련

경기도 용인 ㅅ교회가 시끄럽습니다. 강 아무개 담임목사가 여성 사역자를 여러 차례 은밀하게 만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인데요. 네, 강 목사는 하나님이 주신 마음을 확인하거나 서로 기도하며 영적 교제를 한 것이지, "육체적 간음"은 없었다고 해명했어요.(진짜 이렇게 말했어요….)

강 목사는 교회 분열을 원치 않는다며 일단 사임을 발표했습니다. 우와, 이렇게 큰 대형 교회 목회자가 자신을 향한 의혹 제기를 깨끗이 받아들이고 책임을 지겠다니요. 사임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그래도 그동안 자기가 해 온 설교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구나 싶었어요. 강 목사는 평소 회개・거룩함・순결 등을 엄청 강조했거든요. 지금도 유튜브를 검색해 보면, 육체적인 죄를 지으려는 순간이 찾아와도, 성령에 사로잡힌 사람은 '아~이게 육신이구나'라고 분별하게 된다는 내용의 설교가 올라와 있습니다. (뭐가 육신이라는 건지…‍.)

여기서 반전. 강 목사는 며칠 안 돼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꿉니다. 멘토처럼 여기던 감리회 원로들에게 '교회를 떠나고 싶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다는데요. 사임 발표는 없던 일이 되고 교회는 갑자기 강 목사의 사임 여부를 교인 총투표에 부칩니다. 

1) 강력한 카리스마로 교회를 이끌어 왔고, 
2) 모든 교인이 담임목사의 사임 사유를 명확히 알지 못한 상황. 

투표 결과, 사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많이 나온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어요. 지난주 일요일 강 목사는 강단에 올라가 '복귀 인사'까지 나눴는데요.

교회 안에서는 더 이상 문제를 거론하기 힘든 분위기라고 합니다. 이미 다 끝난 일이라며, 문제 제기하거나 의심을 품는 건 교회를 분열시키는 행동으로 간주하고 있어요. 이쯤 되면 꼭 등장하는 집단이 하나 있죠. '신천지'. 교회에는 강 목사가 떠나기 원하는 사람들이 신천지라는 루머까지 돌고 있대요. 

강 목사와 교인들이 아무리 성경을 열심히 읽었다 하지만 이들은 선택적으로만 읽었던 것 같습니다. 신약성경에 여러 차례 등장하는 이야기인데요.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바리새인들의 외식을 지적하며 이렇게 말씀합니다. 

"감추인 것이 드러나지 않을 것이 없고 숨긴 것이 알려지지 않을 것이 없나니 이러므로 너희가 어두운 데서 말한 모든 것이 광명한 데서 들리고 너희가 골방에서 귀에 대고 말한 것이 지붕 위에서 전파되리라." (눅 2:3)

제가 취재기자로 일하면서 늘 가슴에 새기는 구절이기도 해요. 지금 드러나지 않는다 해도 언젠가 다 남김 없이 드러나게 되더라고요. 아무리 잘 숨긴다고 숨겨도, 결국 하나님이 다 드러내시는 것 같습니다. 특히 성 문제는 더 그렇고요. 강 목사와 교회가 아무리 이 일을 잘 해결했다고 생각해도 글쎄요, 교회의 진짜 주인이신 분도 과연 같은 생각이실까요.

 은혜


저도 부담됩니다

평화운동가 송강호 박사 소식을 전할 때마다 부담감과 부채감 사이 어딘가에 있는 감정들이 올라옵니다. 송 박사의 책을 읽고 강연을 들어 보기도 했지만, 그가 작년 3월 해군기지 철조망을 끊고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저도 '뜨악' 했어요. 결국 그는 구속됐고, 얼마 전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습니다. 

명백하게 현행법을 어겼고, 한국 사회에서 불가침 영역으로 받아들여지는 군부대에 '무단 침입'했으니 여론은 불 보듯 뻔했습니다. 저마저도 '이건 좀 심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역시나 이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는 냉소적인 댓글이 많이 달렸습니다. '현실적'이고 '합법적'이며 '합리적'인, 사회에서 상식으로 통하는 말들이죠.

하지만 다시 제주 평화 활동가들을 취재하면서 든 생각은, 제주 해군기지 반대 투쟁이 제 관심에서 멀어졌을 뿐 10년간 계속되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평화에 대해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상상하며 행동해 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이 '상식'이 정말 맞는 건지 돌아보게 됐습니다. 평화란 무엇일까요? 독자님과 함께 고민하고 싶습니다.

권효


무기로는 평화를 만들 수 없습니다

매주 두 번 도로 위에 엉덩이를 붙여 앉고 버티다, 기어코 경찰에게 끌려 나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드 기지로 들어가는 공사 차량을 막으려는 소성리 주민들입니다. 새벽안개가 채 걷히지 않는 시각, 연대자들과 철제 격자 안으로 몸을 끼워 넣고, 팔짱을 끼고, 아스팔트 도로 위에 누워 보지만, 경찰 병력 수백 명에게는 속수무책입니다. 사드가 배치된 지 햇수로 5년. 주민들은 사드가 '불법 건축물'이라는 이유로 지금도 투쟁하고 있습니다. 

소성리 주민들이 나물 뜯으며 살던 달마산 자락을 점령한 사드는 '임시 배치'된 상태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7월 "사드를 임시 배치하고 (환경) 영향 평가는 평가대로 진행하면서 영향 평가가 끝나는 시점에 다시 한번 최종적인 배치 여부에 대한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으니까요. 임시 배치는 말 그대로 행정·법률적 절차 이전에 우선적으로 사드를 갖다 놓은 상태를 의미합니다. 주민들과의 협의가 포함된 '일반 환경영향평가' 등의 절차가 남아 있다는 거죠. 

그런데도 정부는 환경영향평가를 비롯해 주민들과의 상생 대책 없이 기지 공사를 강행하고 있어요. 무기로 전쟁을 막겠다지만, 도리어 마을이 전장으로 변했어요. 극우 단체들이 마을에 들이닥쳐 난동을 부리기도 했고요. 개신교 평화 기도회를 이끌고 있는 정수태 목사는 사드 문제를 볼 때 이념이 아닌 주민들이 겪는 고통에 주목해 달라고 말합니다. 

소성리 주민들은 대부분 고령입니다. 수년째 투쟁에 나서는 80대 할머니들의 주름은 깊어지고 관절은 약해지고 있어요. 이들이 언제까지 참외 농사를 팽개쳐 두고 새벽같이 거리로 나와야 할까요. 전쟁도, 전쟁을 막기 위한 무기도, 반대하는 주민들을 진압하는 야만도 모두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손주들에게 전쟁 없는 평화를 물려주기 위해 죽기까지 싸우겠다는 소성리 할머니들의 얼굴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아른거립니다. 

수진

이달에 뭐하지?

캠페인 / 참여 
[차별과혐오없는평등세상을바라는그리스도인들] 연속 포럼 '세상을 바꾸는 여름' / 6. 28. ~ 8. 16.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기윤실 청년 센터 WAY 청년 재무 상담소 7・8월 참가자 모집 

토론 / 모임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청년 상담 센터 위드 '위드 클래스 - 참자기를 찾는 독서 모임' / 7. 24. ~ 
[크리스챤아카데미] FemiTalk Concert '토닥토닥 페미 토크' / 7. 15.
[선교한국] '1세기 그리스도인 시리즈' 저자 로버트 뱅크스와 함께하는 Mission Book Club / 7.19
[에라스무스] 에라스무스와 함께 읽는 <현대 신학이란 무엇인가> / 7. 19. ~ 10. 11.
[녹색교회네트워크] 우리 교회도 이젠 제로웨이스트! - 교회 안 제로웨이스트샵 설명회 / 7. 26.

강좌 
[제3시대] 신학아카데미 탈/향 비평 연습 '성서를 읽고 성서와 함께 말 걸기 - 사역자를 위한 민중신학적 설교 또는 글쓰기' / 7. 22. ~ 8. 6.
[과학과신학의대화] 2021년 여름 방학 온라인 아카데미 신학·과학 과정 / 8. 2. ~ 
[기독연구원느헤미야] 신학 연구 과정현대신학교회사성서학 전문 과정 모집 

예배 / 대회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월례 기도회 '진실 여행' / 7. 15. 
[선교한국] 2021 랠리 ON다 대회 / 8. 2. ~ 8. 5. 

※놓친 기사도 다시 보자. 처치독은 일주일 동안 <뉴스앤조이>가 보도한 이슈와 사건을 쉽고 유익하게 풀이해 주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금요일 오후 처치독이 발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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