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내성희롱·성폭력근절을위한대책위원회는 6월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와 연규홍 총장을 규탄하며 학교 법인이사회와 기장 총회가 사건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나서 줄 것을 촉구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기장내성희롱·성폭력근절을위한대책위원회는 6월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와 연규홍 총장을 규탄하며 학교 법인이사회와 기장 총회가 사건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나서 줄 것을 촉구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이건희 총회장)내성희롱·성폭력근절을위한대책위원회(근절대책위)'가 6월 3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장 소속 여러 단체는 한신대학교(연규홍 총장) 전·현직 교수의 성희롱·성추행 사건 피해 경험자와 연대하고, 사건의 빠른 해결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근절대책위를 구성한 바 있다.

근절대책위는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전·현직 교수가 학교 측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규탄했다. 또한 책임 있게 사건을 처리할 의무가 있는 연규홍 총장이 도리어 2차 가해를 하거나 방관하면서 학내 조사 과정을 방해하고 있다며 법인이사회에 연 총장 해임을 촉구했다.

이번 성폭력 사건을 조사해 온 한신대 성윤리위원회 위원들이 6월 23일 전원 사퇴한 것도 학교의 부적절한 대처 때문이라고 근절대책위는 전했다. 성윤리위원회는 25일 입장문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현직 교수가 조사에 비협조적 태도로 일관함에 따라, 더 이상 사건 처리를 진행하는 데 한계를 느낀다. (중략) 부적절한 사건 처리로 사건 당사자와 우리 대학의 미래에 피해를 야기하지 않도록 집단 사퇴를 의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피해 경험자와 연대하고 있는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는 기자회견에서 "연규홍 총장은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가 조사에 응하지 않는 것을 방관하면 안 된다. 관련 규정에 따라 조사에 협조하라는 촉진 공문을 보내야 한다. 성윤리위원회가 두 번이나 이 공문을 보내 달라고 연 총장에게 요청했으나 반려했다. 이에 따라 성윤리위원회는 더 이상 사건을 조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신대 문희현 총학생회장도 연규홍 총장을 규탄했다. 문 총학생회장은 "피해 경험자를 보호하지 않고, 2차 가해를 저지르며 조사를 방해하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총장일 수 있는가. 학교 총장은 구성원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기장 전국여교역자회 회장 박인숙 목사는 의무를 다하지 않는 총장을 계속 일하게 둘 수 없다며 학교법인 한신학원이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박 회장은 "이사회가 나서서 연규홍 총장을 해임하고, 이 문제를 조속하게 해결할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기장 여신도회전국연합회 사회위원장 정인숙 장로는 "기장 총회는 한신대가 2차 가해를 중단하고, 조사 완료 시한과 법적 처벌 기준을 준수하도록 법인이사회에 적극 권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근절대책위는 사건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연규홍 총장은 가해자들에게 조사 촉진을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이행할 것 △이사회는 연규홍 총장이 사건 해결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이사에서 해임하고 총장 직무 정지 조치를 할 것 △기장 총회는 사건 해결이 조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연규홍 총장과 법인이사회에 관련 규정 준수 등을 촉구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한신대학교 연규홍 총장과 이사회는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조속히 해결하십시오!

"한 사람의 가슴이 무엇이 진실인가를 알 수 있고
한 사람의 인생이 세상에 차이를 가져다줄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당신에게 달린 일이다." (작자미상)

지난 4월 16일 한신대 전·현직 교수들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한신대학교 인권센터에 신고 접수한 이후, 피해 경험자는 한신대의 공동체적 해결 과정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며 신고인 조사와 증거자료 제출 등 모든 과정에 성심껏 임해 왔습니다.

관련한 사건은, 4월 23일 성윤리위원회에서 안건으로 논의되어 조사위원회가 구성되었으며, 2021년 5월 20일 신고인 조사, 6월 6일 참고인 서면조사가 실시되었습니다. 그러나 6월 7일에 있었던 피신고인(가해자 K교수, 2차 가해자 H교수) 대면 조사는 피신고인들의 불참으로 진행되지 못했으며, 심지어 K교수는 피해 경험자의 명시적인 조사 지속 동의가 있었음에도 조사 중지를 요청한 바 있습니다.

이에 성윤리위원회에서 관련 규정에 따라 피신고인들의 조사 협력 촉진을 위한 경고 공문 발송을 6월 9일, 6월 15일 2회에 걸쳐 연규홍 총장에게 요청하였으나 모두 반려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거짓 해명이 담긴 대학본부 명의의 입장문에 대해 피해 경험자가 삭제 요구를 한 후, 성윤리위원회는 5월 14일, 6월 9일 등 2회에 걸쳐 입장문 삭제 공문을 대학본부에 보냈으나 현재까지 한신대 홈페이지에 게시된 채로 남아 있습니다. 이는 2차 가해를 지속하며 피해 경험자를 기만하는 행태입니다.

교육부와 '한국대학성평등상담소협의회'가 발행한 <대학 성희롱·성폭력 사건 처리 매뉴얼>에는 교육기관이 가지는 고유 목적을 고려하여 사건을 처리하도록 다음과 같이 해결의 원칙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경험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피해자의 요구 사항이 무엇인지 신중하게 검토하여 교내 규정의 범위 내에서 피해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 방법을 모색"해야 하며, "성희롱·성폭력 사건이 신고되면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임시 조치가 필요한지 판단하여 신속히 실행"하고, "사건 처리 당사자는 성 인지 감수성에 입각하여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해야"합니다.

피해경험자와 기장내성희롱성폭력근절을위한대책위원회(이하 근절대책위)는 신고 직후부터 현재까지 한신대학교 인권센터, 성윤리위원회, 조사위원회가 매뉴얼에 따라 신속하고 공정하게 사건을 처리해 왔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교의 총책임자인 연규홍 총장은 사건 발생 시기부터 피해자 보호 조치를 하지 않았으며, 피해 경험자와 관련된 파일을 유포하여 2차 가해를 저질렀고 피신고인들이 적법한 과정에 따른 조사를 받도록 조치해야 할 의무와 책임을 저버린 채, 사건 해결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피해 경험자는 위와 같은 사유로 연규홍 총장을 한신대 인권센터에 신고한 상태이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접수하여 조사관이 배정된 상황입니다. 한신대 성윤리위원회는 지난 5월 28일 관련 사건을 법인으로 이관하여 이사회 법인조사위원회를 구성하였으나 연규홍 총장이 피신고인으로서의 진술서마저 제출하지 않고 있으며, 사건과 관련해서 이사장이 요청한 총장 보고 및 결재 회피 조치에도 전혀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6월 25일, 그동안 사건 처리를 위해 심혈을 기울여온 성윤리위원회는 "위원들은 권한과 역할의 한계를 통감하고, 부적절한 사건처리로 인해 사건 당사자와 우리 대학의 미래에 피해를 야기하지 않도록 집단 사퇴를 의결"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기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사건 처리 지연은 피해 경험자에게 또 다른 가해일 뿐 아니라, 한신대학교가 성희롱·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불명예를 안겨 줄 뿐입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연규홍 총장과 법인이사회에 있습니다. 매뉴얼대로 사건 해결을 하려고 해도, 관리자가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언제든 해결 과정이 중단될 수 있다는 엄중한 현실을 직시하시기 바랍니다.

연규홍 총장은 한신대 홈페이지 인사말에서 "민주한신의 역사를 밑거름 삼아 통일한신을 이루기 위한 '한신 르네상스'를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가겠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이제 남은 임기는 2개월입니다. 임기 중, 단 한 가지라도 한신에 기여할 것인지, 불명예 퇴진을 할 것인지 결자해지의 각오로 사건 해결에 조속히 임하기를 촉구합니다.

이에 근절대책위는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 연규홍 총장은 피신고인으로서 진술서를 제출하고, 성윤리위원회와 이사장이 요청한 총장 보고 및 결재 회피 요청에 즉각 응하십시오.

- 연규홍 총장은 가해자들에게 조사 촉진을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이행하십시오.

- 이사회는 연규홍 총장이 사건 해결에 협조하지 않을 시, 즉각 이사에서 해임하고, 총장 직무정지 조치를 하여 사건 해결에 적극 임하십시오.

- 기장 총회는 피해 경험자에 대한 한신대학교의 2차 가해를 즉시 중단시키고, 조사 완료 시한과 성희롱 등의 예방 규정을 준수하도록 연규홍 총장과 법인이사회에 촉구하여, 사건 해결이 조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십시오.

"완전한 교회는 없다. 우리는 모두 연약하여 실패한다. 그러나 그 연약함이 약자들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하는 도구가 될 수는 없으며, 되어서도 안 된다. 쉥크의 고백과 같이, '우리는 교회의 성스러운 신뢰를 지키는 데 실패했습니다. 우리는 복음의 진리에 대해 알고 있는 대로 행하는 일에 실패했습니다. 우리는 여러분께 잘못을 저질렀습니다'라며 우리의 실패를 인정하고 서로에게 잘못을 고백하고 사죄할 때, 비로소 회복되고 화해할 기회를 얻게 된다. 교회는 그런 곳이어야 한다." [김성한, <실패한 요더의 정치학 - 존 하워드 요더의 성폭력과 교회의 대응>(IVP), 129쪽]

2021년 6월 30일
기장내성희롱·성폭력근절을위한대책위원회

기장생명선교연대, 기장여성연대(여신도회전국연합회, 전국여장로회, 전국여교역자회), 기장청년회전국연합회, (사)한국디아코니아, 섬돌향린교회, 성림역사문화문제연구소, 전국대학노동조합 한신대학교 지부, 한신대학교 총동문회, 한신대학교 총학생회,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여학생회,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성정의위원회,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민중신학회,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비상대책위원회, 한신대학교 신학대학 여학생회, 한신대학교 신학대학 민중신학회, 한신대학교 신학대학 학생회, 향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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