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언론위원회 소속 변호사님들과 식사를 같이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언론 개혁이 화두로 떠올랐는데, 저에게 숙제를 하나 주시더군요. 개혁적인 대안 언론을 운영하고 있으니 다음 모임에 올 때 언론 개혁 방안을 준비해 오라는 주문이었습니다. 진담인지 농담인지 알 수 없는 주문을 받아 들고 함께 웃으며 대화를 마무리했지만, 마음 한편에는 묵직하면서도 찜찜한 고민이 자리 잡았습니다.

저는 원래 금융맨이었습니다. 첫 직장부터 금융계에서만 10년 넘게 있었습니다. 공부도 금융시장에 대해서 했고요. 그런 제가 <뉴스앤조이> 대표로 온다고 했을 때 주변 분들은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제 선택을 설명하기 어려웠습니다. 물론 신앙적인 이유가 가장 컸지만 그것만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뉴스앤조이> 대표로 와 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언론사 경영을 책임지는 일에 대한 로망도 있었더랬죠. 그런 로망을 갖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리영희 선생님의 <전환 시대의 논리>(창비)를 읽은 일이었습니다. 

저는 보수적이기로 손꼽히는 기독교 대학을 나왔고 대학원에서도 금융을 공부했기 때문에, 신앙은 다소 보수적이면서 사회적 지향은 자유주의자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리영희 선생님의 글에는 가치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지만, 무엇보다 기자가 이런 글을 그것도 군부독재의 칼날이 서슬 퍼렇게 살아 있던 1970년대에 쓸 수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글의 논거뿐 아니라 데이터의 양이나 국제 질서를 바라보는 시각은 수십 년이 지난 오늘에도 빛납니다. 기자의 글쓰기가 어떤 힘을 가질 수 있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지요. 이런 실력을 지닌 기자를 키우는 일이라면 기꺼이 투신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뉴스앤조이>는 그럴 가능성이 충분한 매체니까요.

이 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 중에는 '기레기'라는 뼈아픈 신조어가 있습니다. '기자'와 '쓰레기'를 합성한 욕이지요. 여러 함의가 담겨 있겠습니다만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기자의 글쓰기가 진실 규명이 아닌 다른 목적을 충족하는 수단으로 전락한 언론 행태를 지적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현상을 파악하는 능력이나 글쓰기 실력이 기자답지 못한 현실을 반영하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왜곡이 발생하는 원인을 기자 개인에게 돌리는 일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 문제보다는 왜곡된 언론 시장구조가 문제의 본질입니다. 언론이 돈벌이 수단이 되거나 특정 세력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장치로 전락하면, 저널리즘 본연의 기능을 담당하는 기자보다 왜곡된 목표에 부합하는 기자가 더 많아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이치겠지요. 

<뉴스앤조이>가 20년간 일관되게 '교권과 금권으로부터 독립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한 것은 이러한 왜곡된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입니다. 사실 교권과 금권은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 있습니다. 오늘날 교권을 돈 없이 얻을 수 있는 길은 없으니까요. 권력에 고개를 숙이면 먹고살 수는 있겠습니다만, 건강한 교회를 위한 생태계는 무너질 것입니다. 물론 저희가 독야청청 기레기 늪에서 홀로 빠져나온 것은 아닙니다. 저희도 왜곡된 언론 구조 안에 있기 때문에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뉴스앤조이> 대표로 부임한 지 5년이 지난 시점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사람을 키우기 위한 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언론사에 취직하면 누구든 기자라는 직함을 갖게 되지만, 시간만 흐른다고 누구나 진짜 기자가 되지는 않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를 이해하고 시대정신을 읽어 내야 할 뿐만 아니라 교계 기자로서 교회·사회·신학을 통섭하는 안목이 필요하지요. 저희에게 그런 안목이 충분하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리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수십 년을 꿰뚫는 관점은 그냥 형성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복잡하게 분화한 사회에서 교육에 대한 투자는 필수입니다. 투자하지 않으면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정직한 투자는 확실한 결과를 가져옵니다. <뉴스앤조이>는 수천 명의 개인 후원으로 지난 20년간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2000여 명의 후원회원과 80여 후원교회·단체가 제대로 된 저널리즘을 만들기 위해 함께해 주고 계십니다. 그러한 투자가 건강한 저널리즘의 뿌리를 다졌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4년간 편집국장으로 고생한 구권효 기자와 올해부터 편집국장으로 수고하는 이용필 기자는 <뉴스앤조이>에서 9년간 일했습니다. 드디어 10년 차 기자가 나오는 것이지요. 후배들도 7~8년 차 기자가 됩니다. <뉴스앤조이>의 지속 가능성에 투자해 주신 여러분 덕분입니다.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라고 생각합니다. 정직하게 시대를 기록하고 나아가 새로운 시대를 써낼 수 있는 저널리즘 단체가 되기 위해 지금부터 교육에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특히 2030 기자를 키워 내는 일은 한국교회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확실한 투자가 될 것입니다.

지난해부터 온라인 후원자 모임을 주기적으로 열면서, 저희 후원자들이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건강한 신앙 생태계를 만들어 내는 파트너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투자자는 1차적으로 재정을 책임지지만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나아가 생태계를 함께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독자 여러분을 <뉴스앤조이> 투자자 클럽에 초대합니다. 대안을 만들어 나가는 일, 후원회원들과 함께하겠습니다. 저희에게 역동적인 한국교회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해 주십시오. 후회 없는 선택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뉴스앤조이> 후원회원 가입하기
기존 후원회원 증액하기
신규 및 증액 정기 후원회원께 드리는 선물 안내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