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총신대학교 법인이사회가 5월 11일 두 번째 회의를 열고 우여곡절 끝에 이사장을 선출했다. 4월 27일 첫 회의에서 이사장 합의 추대 여부를 놓고 다투다 해산한 바 있는 이사회는, 2차 회의에서 투표 끝에 김기철 목사(정읍성광교회)를 제18대 총신대 법인이사장으로 선출했다. 하지만 회의 직전까지 각 후보를 지지하는 이사들이 팽팽히 맞선 만큼 당분간 이사회 내 분열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총신대학교 법인이사회가 11일 2차 회의를 열고 김기철 목사(정읍성광교회)를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오는 15일 개교 120주년을 앞둔 총신대가 '이사장 공석'은 면하게 됐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총신대학교 법인이사회가 11일 2차 회의를 열고 김기철 목사(정읍성광교회)를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오는 15일 개교 120주년을 앞둔 총신대가 '이사장 공석'은 면하게 됐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이날 이사회에서도 선출 방식을 놓고 공방이 오갔다. 소강석 총회장(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은 '이사장 합의 추대'를 또다시 제안했다. 소 총회장은 자신이 이사장 후보에서 사퇴하겠다며, 후보에 오른 김기철 목사에게도 "총회와 총신의 관계를 위해서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함께 사퇴하자"고 제안했다. 대신 '제3의 인물'로 류명열·장창수 목사 중 한 명을 합의해 추대하자고 했다. 하지만 일부 이사는 소 총회장의 제안이 원칙에서 어긋난다며 "이사장 선출은 이사회 고유의 권한"이라고 반대했다. 결국 이사회는 전원 동의 방식인 합의 추대가 아닌 경선을 통해 이사장을 선출하기로 했다.

합의 추대가 불발된 소 총회장은 지난 회의에 이어 또다시 회의 도중 퇴장했다. 1시 55분쯤 회의장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그는 "총회장으로서는 있을 자리가 못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사장으로 추대되지 못해 서운한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니다"고 짧게 답했다.

소강석 총회장은 지난 회의에 이어 또다시 회의 도중 퇴장했다. 이사장 선출 방식으로 투표가 결정되자 "총회장으로서는 있을 자리가 못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소강석 총회장은 지난 회의에 이어 또다시 회의 도중 퇴장했다. 이사장 선출 방식으로 투표가 결정되자 "총회장으로서는 있을 자리가 못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다만 소강석 총회장은 "이사들이 법과 원칙 안에서 신축성을 발휘할 수도 있다. 이것이 총회가 화목하는 길이다. (이사가 됐다고) 고유 권한만 행사하려 하면 되겠느냐"며 "누가 되든지 환영하고 밀어주겠다. 다만 총회실행위원회에서 맡긴 책무도 있는데 이사장을 투표로 뽑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서 (이사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나왔다. 앞으로 한 명의 이사로서 백의종군하고 학교를 잘 섬기겠다"고 말했다.

소 총회장의 퇴장 이후 이사회는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후보에 오른 류명열·강재식 목사는 사퇴했고, 남은 김기철·장창수 목사를 두고 무기명 비밀투표가 진행됐다. 투표 결과, 김기철 목사가 15명 중 8표를 받아, 6표를 받은 장창수 목사를 제치고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이날 회의의 유일한 안건인 이사장 선출을 마친 이사회는 오후 2시 30분에 폐회했다.

총신대 정이사 체제 전환 후 첫 이사장으로 선출된 김기철 목사는 "학교를 정상 궤도에 올리기 위해 학교 공동체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총신대 정이사 체제 전환 후 첫 이사장으로 선출된 김기철 목사는 "학교를 정상 궤도에 올리기 위해 학교 공동체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이사장으로 선출된 김기철 목사는 폐회 후 곧장 이사장실로 들어갔다. 한참 뒤 모습을 드러낸 김 목사는 "법인 정상화, 저출산 시대의 학생 모집 문제 등에 대해 학교 공동체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이사장 선출을 두고 이사회 내에서 벌어진 분열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하나님이 해결해 주실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외부 이사들은 회의 결과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김이경 교수(중앙대)는 "합리적으로 잘 결정된 것 같다. 합의가 미리 이뤄지면 좋았겠지만 어쨌든 투표를 해서 이사장을 선출했다. 이후에도 이사들이 함께 노력해서 좋은 전통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심치열 교수(성신여대)는 "지난 1차 회의보다 상식적이고 합리적으로 진행된 회의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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