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총신대학교(이재서 총장) 개교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이사가 선임됐다. 교육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는 2월 22일 전체 회의에서, 임시이사 체제를 마무리하고 정이사 15명 명단을 공개했다.

사분위가 선정한 이사 15명은 다음과 같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총회장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김기철 목사(정읍성광교회), 송태근 목사(삼일교회), 이규현 목사(수영로교회), 화종부 목사(남서울교회), 장창수 목사(산돌교회), 김장교 목사(서성로교회), 강재식 목사(광현교회)와, 심치열 교수(성신여대), 김이경 교수(중앙대), 정수경 변호사(법무법인 지혜로), 이송 장로(서울성심병원 원장), 이진영 장로(이정컨설팅 대표 공인회계사), 류명렬 목사(대전남부교회), 이광우 목사(전주열린문교회). 이 중 심치열·김이경 교수와 정수경 변호사는 여성이다.

이 3명은 모두 교육부가 추천한 인사들이다. 앞서 사분위는 1월 전체 회의에서 총신대 이사 추천 권한이 있는 각 주체에 "성비 균형을 고려하라"고 요구했다. 이사 정원의 2배수인 30명을 추천받으면서 예장합동 총회, 총신대학교 대학평의원회, 총신대 개방이사추천위원회에 각각 8명씩, 전·현직이사협의체에 2명을 추천하라고 했다. 교육부 몫으로는 4명을 배정했다.

그러나 총회와 총신대 구성원 협의체에서는 여성을 단 한 명도 추천하지 않았다. 예장합동 총회와 대학평의원회는 애초에 여성을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그나마 현직 임시이사가 2명 들어간 개방이사추천위원회에서 여성 이사 후보를 넣어야 한다며 격론이 벌어졌다. 김양재 목사(우리들교회) 등 일부 타 교단 여성 목회자가 후보로 거론됐으나, 예장합동 인사들이 거부했다. 결과적으로 여성 후보는 한 명도 들어가지 못했다.

이 실태를 본 교육부는 추천 후보 4명 중 3명을 여성으로 올렸다. 그리고 사분위가 이 3명을 전원 이사로 선출했다. 교육부와 사분위는 남성만 총신대 이사가 될 수 있다는 구 총신대 정관 규정과 예장합동 목사들의 주장이 헌법과 양성평등기본법, 사립학교법 등 상위 법령을 위반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기본적으로 총신대 정관이 상위법과도 어긋나고 차별적인 성격도 지니고 있다. 정부 기관에서는 그런 요소를 시정해야 할 의무를 갖고 있다. 그런 부분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총신대 이사로 포함된 여성들은 모두 각 방면에서 전문성을 인정받는 인물들이다. 정수경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성폭력 피해자 국선변호사, 서울시여성보호센터 자문위원, YWCA 사외이사 등을 역임하며 여성·아동 인권 전문 변호사로 활동해 왔다. 심치열·김이경 교수는 과거 한국침례신학대학교에서 각각 임시이사장과 임시이사를 맡아 학교를 조기에 정상화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침신대 관계자는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심치열·김이경 교수에 대해 뛰어난 역량을 지닌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분들이 있어서 학교가 빨리 정상화하고 임시이사 체제를 1년 반 만에 끝냈다. 할 말을 분명히 하고 깐깐하고 꼼꼼하게 학교를 잘 관리하셨다. 두 분이 선임됐다는 소식을 들으니 총신대가 복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괜찮은 분들이고 가실 만한 이들이 갔다는 생각이 든다. 절대 만만히 볼 사람들이 아니다"고 말했다.

총신대 이사 정원 15명 중 3명만 여성으로 선임된 것도 의외라고 했다. 그는 "침신대는 양성평등기본법에 의거해 남녀 성비 6대 4로 이사회를 구성해야만 했다. 한번은 성비가 맞지 않는다며 교육부가 명단을 반려하기도 했다. 사분위가 여성을 3명만 선임한 것은 교육부가 총신대를 엄청나게 봐준 것 같다"고 말했다.

총신대 원우회는 이번 여성 이사 선임이 학교 정체성에 반하는 결과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총신대 원우회는 이번 여성 이사 선임이 학교 정체성에 반하는 결과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발칵 뒤집힌 교단
소강석 총회장 "총회 무시, 법적 대응 검토"
원우회도 "모든 수단·방법 동원해 문제 제기"

하지만 총신대 이사 중 여성이 포함됐다는 소식을 접한 예장합동 총회와 총신대는 난리가 났다. 소강석 총회장은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사 선임 거부를 비롯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소 총회장은 "사분위가 총신대 정관과 설립 이념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선임한 나쁜 선례"라고 비판하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그는 여성 이사 3명을 제외한 나머지 12명을 소집해 대응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력한 이사 후보였으나 이번 선임 과정에서 탈락한 예장합동 전 총회장 김종준 목사(꽃동산교회)도 2월 24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이번에 사분위의 여성 이사 선임은 문제의 불씨가 될 것 같다. (총회 구성원들이) 난리다. 이번 이사 선임을 보이콧하자거나 교육부 가서 시위하자는 사람도 있다. 아마 교육부에서 의도적으로 조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총신대 신대원 원우회도 격앙된 반응을 내놨다. 제39대 원우회는 23일 발표한 '총신의 정체성을 무너뜨리려 하는가'라는 성명서에서 "사분위 결정은 총신 정체성을 훼손하는 매우 위험한 결정이다. 김영우 목사가 훼손하기 전 우리 학교 정관에는 '이사와 감사는 이사회에서 선임하되 본 총회에 소속한 목사 및 장로 중에 선임하여 관할청의 승인을 받아 취임한다'고 되어 있다. (중략) 우리가 배우고 지향하는 신학을 믿지 않고 따르지 않는 타 교단 사람들이 우리 학교를 운영한다는 것은 우리 신학의 정체성과 자주성을 침해하고 무너뜨리는 행동"이라며 "학생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규탄했다.

원우회는 사분위의 이사 선임이 총신의 정체성과 정관(예장합동 소속 목사·장로)에 반한 결정이기에 규탄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현재 총신대 정관 20조 1항은 "이사와 감사는 이사회에서 선임하되 성경과 개혁신학에 투철한 목사 및 장로 중에서 선임하여 관할청의 승인을 받아 취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학내 사태를 유발한 김영우 전 총장과 전 이사회가 2017년 변경한 내용이다.

예장합동 구성원들은 이 부분을 김영우 총장이 학교 사유화를 위해 변경한 것이라며 인정하지 않는다. 이들은 개정 전 규정 "이사와 감사는 이사회에서 선임하되 본 총회에 소속한 목사 및 장로 중에서 선임하여 관할청의 승인을 받아 취임한다"는 조항이 건학 이념과 교단 정체성에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우회는 여성 이사 선임을 직접적으로 문제 삼지 않았지만, 결국 이전 정관으로는 남성만 총신대 이사가 될 수 있는 구조다.

총신대 여동문회 회원들이 2017년 102회 총회가 열린 익산 기쁨의교회 앞에서 여성 안수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총신대 여동문회 회원들이 2017년 102회 총회가 열린 익산 기쁨의교회 앞에서 여성 안수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총신대 여동문회 인사들
"여성 안수 논의하는 좋은 계기"
일부 이사도 "시대 흐름 발맞춰야"

반면, 예장합동에 여성 안수를 끊임없이 요구해 온 총신대 여동문회 인사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강호숙 박사(기독인문학연구원)는 24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이번에 들어간 여성 이사들이 비록 외부인이기는 하지만 너무 잘되고 감사한 일이다. 앞으로는 총신에서 공부하고 총신을 사랑하는 여성들도 이사가 되어야 바람직한 학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박사는 "여성이 이사로 선임됐다고 반발하는 사람들은 시대 분위기를 모르는 거다. 계속 그럴 거면 4년제 사립대학 지위를 내려놓고 정부에서 주는 지원금도 다 포기하기를 바란다. 반발하면 반발할수록 교육부는 총신대를 더 괘씸하게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유미 소장(비블로스성경인문학연구소)도 "예장합동이 이제 여성 안수 문제에 대해 눈 가리고 아웅 할 수 있는 때는 지났다. 이번 일을 계기로 여성 안수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 정말 신학적 정체성이 문제라면 차라리 결사 항전을 해서 여성 이사를 거부하시라. 여성 이사를 안 받는 게 진리를 수호하는 길이라면 정부에 대항하고 보조금도 함께 거부해야 한다. 그래야 차라리 일관성이라도 지킨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총신대 전·현직 이사도 여성 이사 선임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한 목사는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총신대 원우회가 여성 이사는 안 된다고 성명서를 냈는데, 신대원에도 여성 학생들이 있다.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여성은 안 된다는 소리를 하는가. 여성 학생들이 들고일어나야 할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개방이사추천위원회의 여성 후보 추천 파행 과정을 지켜본 총신대 한 관계자도 "(예장합동 정서를 몰랐던) 임시이사들이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정말 많이 실망한 것 같다. 때가 어느 때인데 여성을 배제하려고 하는 것인지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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