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는 처음부터 평신도 운동이었다. 교회 역사에 있었던 교회 갱신이나 부흥은 성직자의 권력 독점에 대항해 평신도의 권리와 의무를 되찾으려 했던 운동이었다." - <존 스토트가 말하는 목회자와 평신도>(아바서원)

'그리스도인'은 교회 안에서 봉사만 열심히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뉴스앤조이>는 삶의 현장에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진격의 교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려고 합니다. 말씀대로 살기 위해 진격하는 크리스천들의 모습을 통해, 지금 한국 사회에 보여 줘야 할 진정한 기독교의 역할과 모습이 무엇인지 살펴보기 위해서입니다.

삶의 기로에서 소명과 진로를 고민하는 청년, 전문 영역에서 기독교인으로서 고군분투하며 사는 집사님·권사님·장로님, 성경에서 가르치는 모습을 좇아 약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는 교인분들을 소개합니다. 제보도 환영합니다. 주변에 '진격의 교인'이 있다면 언제든지 <뉴스앤조이> 홈페이지이메일페이스북카카오톡 등으로 알려 주세요. - 편집자 주

"너 그거 들었어? OO중 3학년 애가 얼마 전에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을 했는데 생리대를 잘못 써서 그랬대. 생리대 안 솜에 바퀴벌레가 알을 낳았는데, 그게 부화해서 걔 몸을 타고 들어갔다는 거야. 그래서 자궁을 다 갉아먹었대."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학창 시절에 들은 정체 모를 생리대 괴담의 여파는 꽤 오래갔다. 이야기를 들은 후로 한동안은 생리대 안쪽을 꾹꾹 눌러보거나, 아예 해외 '직구'를 통해 좋은 원료로 생산했다는 생리대를 구매했다. 가격이 만만치 않았지만, 한 번 마음속에 자리 잡은 공포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

생리대는 여성 삶의 필수 생활용품이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달 동안 자신에게 필요한 생리대가 몇 개인지 안다. 이 제품 저 제품 전전하다가 2018년 2월, 누군가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보게 됐다. '유기농 생리대 정기 구독 서비스'. 종류는 많지 않았지만 유기농 생리대인데 가격이 합리적이었다. 무엇보다 일부러 시간을 내어 구매하러 가지 않아도, 내 생리 주기에 맞춰 보내 준다는 데 눈길이 갔다. 그길로 가입해 지금까지 애용하고 있다.

'해피문데이'는 '페미닌 헬스 케어 기업'을 표방한다. 처음에는 생리대만 팔더니 이제는 탐폰, 손 소독제, 임신 테스트기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여성의 편안한 월경 날'을 모토로 월경 관리 어플 '헤이문'을 런칭해 운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매해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는 자체 제작 엽서로 이날을 기념하고, 여성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다양한 콘텐츠도 제작한다.

창업 초기부터 저소득층 청소년의 생리대를 지원하는 일도 해 왔다. '깔창 생리대' 사건에서 회사 설립의 단초를 얻은 김도진 대표와 구성원들은 '생리대가 필요한 청소년이 최소 1년은 생리대 걱정 없이 생활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걱정 없는 1년'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500명 넘는 청소년이 해피문데이와 함께했다.

"선한 영향력에 대한 관심이 기업가란 꿈으로 이어졌습니다." 해피문데이 홈페이지에 있는 김도진 대표(30) 소개 글귀다. 알고 보니 이 사람, 'PK(목회자 자녀)'다. 해피문데이는 '기독교 기업'을 표방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김 대표는 기독교 신앙인으로서 어떻게 하면 사업과 기업 문화에 기독교적 가치를 녹일지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

김도진 대표를 3월 30일, 서울 성수동 서울창업허브에서 만났다. 기업가로서 어떤 고민을 하며 해피문데이를 이끌어 가는지, 그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기독교 기업'의 역할은 무엇인지 이야기 나눴다. 또 젊은 여성 기업가로서 느끼는 한계나, 요즘 고민하는 지점 등도 들을 수 있었다.

꽤 보수적인 신앙 환경에서 자란 김도진 대표는 일종의 '교회주의자'에 가깝다. 평일에는 주식회사 대표로 활동하고, 주일에는 청년부 소속으로 교회 찬양팀을 이끌고 있다. 교회가 유례없이 지탄의 대상이 되는 요즘에도, 그는 여전히 교회가 사회적으로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믿는다. 신앙 이야기를 할 때마다 그의 목소리 톤은 여지없이 높아졌다. 김 대표와의 대화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해피문데이 김도진 대표를 3월 30일 서울 성수동 서울창업허브 공유 공간에서 만났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해피문데이 김도진 대표를 3월 30일 서울 성수동 서울창업허브 공유 공간에서 만났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안전 성분 생리대 만들기 위해 창업
단발성 기부보다는 1년간 약정 기부
"하나님 살아 계심, 삶으로 보여 줘야"

- 얼마 전 한 초등학생이 대표님께 보낸 후원 요청 편지가 화제가 됐습니다. '생리대함 설치'를 전교 부회장 선거 출마 공약으로 내걸었고, 후원을 요청한 회사 3곳 중 2곳은 거절했지만 해피문데이는 후원 약속으로 화답하셨죠. 창업 초기부터 청소년 대상 생리대 기부를 이어 오고 계신데요.

회사 시작할 때부터 한국지역아동센터연합과 함께 '걱정 없는 1년 캠페인'을 해 오고 있어요. 한 부모 가정, 조손 가정을 비롯해 월경 용품을 구하기 힘든 소녀들에게 생리대를 1년 동안 약정 기부하는 캠페인이에요. 단발성 기부보다는 생리대 걱정을 없애 심리적 안정을 주고 싶었어요. 예하운선교회 김디모데 목사님과도 '사랑의 날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저희와 약정 기부를 맺은 소녀는 500명 정도 돼요. 2년 이상 한 친구들도 있고, 성인이 돼서 끝난 친구들도 있어요.

- 좋은 생리대를 기부하고 싶어서 회사를 시작하셨다고요.

2016년, '깔창 생리대' 기사를 보고 기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물론 당시 여러 회사에서 기부했지만, 대개 저렴하고 양이 많은 것들 위주로 이뤄졌죠. 제가 생리통도 심하고, 피부가 예민한 편이라 품질을 챙기자고 생각했어요. 기부할 생리대를 찾다 보니 생리대 종류는 다양한데 성분은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됐어요. 화장품은 성분을 따지며 구매하는 경험이 충분히 쌓였는데 생리대는 아직 그런 레벨에 들어와 있지 않았던 거죠.

모두가 건강한 삶을 살고 싶어 하지만, 여성들은 선택권이 제한된 사회에서 불리한 상황이라고 생각했어요. 미국에서도 생리대 성분을 공개하라는 움직임이 있는 걸 보면서 한국만의 이슈가 아니라고도 느꼈고요. 안전한 성분의 생리대를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현재 해피문데이 공동 창업자이자 여성 CTO인 친구와 함께 창업하게 됐어요.

- 대기업이 거의 독점한 생리대 시장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하던 대로 하던 관습과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고 싶어 하는 것 사이의 긴장이 컸어요. 생산 공장에서도 '너희가 얼마나 팔 수 있겠다고 그러냐', '부자재 없으니까 정 하고 싶으면 직접 가져오든가'라는 말을 들었죠. 저희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때 마주하는 마찰이라고 생각해요.

그럴 때는 젊은 게 좀 유리한 것 같아요.(웃음) 우리는 이런 계획을 가진 회사고, 진짜 해 보고 싶다고 하면서 투자를 받듯이 3개년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어요. 이분들이 주저하는 이유가 뭔지 파악해서 비즈니스적으로 풀어 나가되, 결국은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제조 업체 대표님이 미팅 끝나고 공장장님한테 한마디 하시더라고요. "우리도 젊은 사람들이랑 일해야 발전이 있지. 웬만하면 김 대표 하고 싶은 대로 해 줘요."

해피문데이는 여성 건강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한다. 해피문데이 블로그 갈무리
해피문데이는 여성 건강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한다. 해피문데이 블로그 갈무리

- 처음부터 이런 개척가·기업가 정신이 있으셨던 건가요.

어렸을 때부터 생각이 많은 편이었어요. 그래도 몸은 가벼운 편이라 행동하면서 생각하는 편이에요. 궁금하면 일단 해 봐요. 직접 경험해 보면서 정보를 얻고, 그걸로 그다음을 해 보고. 그러다 보면 내 힘만으로는 안 되니 자연스럽게 누군가의 도움도 받아 보고,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다니기도 했죠. 거기까지 가니까 보이는 것, 해 볼 수 있는 것이 더 생기더라고요. 어떤 문제를 진짜 해결하고 싶고, 포기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있다면 누구에게나 전문성은 생긴다고 생각해요. 사실 이미 사회 안에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있잖아요. 무엇을 위해 전문성을 갖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 없던 길을 만들기 위해 도전하는 과정에서 두려움이 들었을 것도 같아요. 신앙의 도움을 받으셨나요.

저는 권위 의식에 별로 영향을 안 받아요. 왜냐하면 절대자 한 분만 있잖아요. 그분에게 순종하고 나면 저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나약하고 무너지는 죄인이죠. 하나님이 사람을 통해 일하신다고 믿으니 나아갈 힘이 생겼어요. 전지전능한 누군가에게 내 주권이 있다고 받아들이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그걸 받아들이고 나니 오히려 다른 권위에 대해서는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 그런 생각이 기업을 운영하는 태도로까지 이어졌을 것 같아요. 회사에는 어떻게 기독교적 가치를 구현하고자 하시나요.

제가 기업으로 뭘 하겠다는 건 아니에요. 저도, 팀원들도 각자의 삶에서 한 시기를 해피문데이와 함께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가진 가치관과 방향성이 어떤 식으로든 녹아들 수밖에 없다는 생각은 하지만, 회사는 법인이고 주식회사기 때문에 제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양한 사람의 시간·노력·애정·자원이 합해져서 가잖아요. 예를 들어 '서울시를 하나님께 바치겠다' 같은 발언은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신앙이 있는데 신앙인처럼 살지 않는 사람이 있고, 신앙은 없지만 삶의 모습을 볼 때 신앙인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저와 팀원들은 '해피문데이다움'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공유해요. 그래서 일부를 희생하고 타협하면서까지 지름길을 추구하지는 않아요. 각자의 달란트가 다 있잖아요. 어떻게 하면 각 구성원의 강점을 더 잘 끌어낼 수 있는 협업 문화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해요. 이런 고민은 기독교적이라고 볼 수 있고, 최근 경영학에서 이야기하는 기업 조직 문화에 대한 것일 수도 있죠.

- 기독교 기업이라는 곳들이 내부적으로는 사회보다 더 불합리한 경우도 많죠.

맞아요. 저희는 그래서 모든 일을 합리적으로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임금은 당연히 잘 나가야 하는 거고,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건 기본이에요. 당연히 부족한 점도 있죠. 복지적인 수준만 따지자면 큰 기업이 할 수 있는 것만큼 하기는 어려울 테니까요. 대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우리가 만들 수 있는 환경을 함께 소통하며 만들어 가려고 노력해요. 그건 진짜 기본만 해도 잘 지켜지는 것 같은데, 기독교인이라고 하면서 기본도 안 하니까 문제죠. 기본을 잘하는 게 중요해요. 기업이라서 갖는 구조적 문제나 속성이 있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 걸 아닌 척하는 게 더 문제라고 생각해요. 저는 사람이 나약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선한 의지가 좀 더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봐요. 대표라고 해서 그 시스템 밖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함께 안에 속해 있다는 생각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 앞서 이야기하셨던 '해피문데이다움'이란 무슨 뜻인가요.

해피문데이는 '더 많은 여성이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가치를 만들어 가요. 그 일을 해 나가는 과정도 건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하는 사람들이 건강해야 하는 거죠. 우리가 건강하지 않은데 누군가의 건강을 위해 일하는 거 자체가 모순적이라고 생각해요. 또 우리가 선택하는 방식 자체에 지속 가능한 건강함이 깃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생리대 유해 물질 파동이 터졌을 때는 일부 사실도 있었지만 과장된 정보도 섞여 있는 상황이었어요. 저희 제품에는 유해 물질이 나오지 않아서 판매가 훨씬 유리한 상황이었는데, 공포를 자극하는 것은 건강한 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여성들에게 필요 이상의 불안함이나 안 좋은 인식을 더 심어 줄 수도 있었으니까요. '어려운 말이어도 사실 위주로 설명을 해 나가자', '우리의 자신감을 보여 주고 성분의 안전성을 보여 안심시키자'고 했어요. 그런 결정들이 '해피문데이다움'인 것 같아요.

해피문데이 생리대는 3가지 원칙을 가지고 만든다. ㅁ무해성이 검증된 재료만 사용할 것 2. 피부에 자극 없이 편안할 것 3. 월경혈 흡수라는 제 기능을 다할 것.다. 해피문데이 유튜브 채널 갈무리
해피문데이 생리대는 3가지 원칙을 가지고 만든다. △무해성이 검증된 재료만 사용할 것 △피부에 자극 없이 편안할 것 △월경혈 흡수라는 제 기능을 다할 것. 해피문데이 유튜브 채널 갈무리

- 지속 가능한 건강함이 해피문데이가 만드는 용품들에도 깃들겠네요.

저희 회사 목표는 생리대를 많이 파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의 건강 파트너가 되는 거예요. 여성이 건강해지는 데 필요한 제품은 다양하죠. 생리대는 그중 가장 일반적인 제품이어서 시작한 것뿐이에요.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은 많아졌고, 본인의 건강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능력도 올라가고 있는데 그럼에도 관련 서비스는 너무 낙후돼 있잖아요. 그래서 '헤이문' 같은 월경 케어 어플도 만들고 계속해서 서비스를 확장해 나가고 있어요. 회사가 성장해 가면서 만들어 가는 가치가 커져야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요.(웃음)

- 그래서 여성 인권 콘텐츠 제작에도 힘쓰고 계신 건가요.

저희는 여성 인권 운동 단체가 아니라 기업이에요. 여성이 건강하지 못한 데는 다양한 층위의 이유가 있잖아요. 사회적·문화적·경제적 상황 같은 것들이요. 그걸 하나의 기업이 다 해결하겠다고 나설 수는 없어요. 해피문데이가 감당하는 퍼즐이 있어요. 그 작은 퍼즐을 만들어 가다 보니 궁금한 거죠. 여성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 건강한지 말이에요. 해피문데이는 2021년 한국 사회에 있잖아요. 그런 역사성·위치성에 관심이 있어요. 그런 고민을 내부에서 하다 보니, 그 대답이 자연스럽게 여성 건강과 관련된 콘텐츠 제작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 주류 한국교회는 페미니즘을 위험한 사상이라며 불편해하는데요. 혹시 신앙과 일 사이에서 부딪히는 지점은 없으셨나요.

저희 아버지가 목사님이신데, 예수님은 약자와 함께한 분이셨다고 항상 말씀하셨어요. 사회에서 기독교 신앙이 없는 사람이 볼 때도 가장 진보적인 분이셨다고요. 물론 인권보다 하나님의 주권을 높이 여긴다는 것 때문에 비기독교인과 기독교인이 맞닿기 어려운 지점도 생긴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제 세상 사람들이 기독교의 존재를 모르지 않아요. '하나님이 살아 계신다'는 말로는 더는 비기독교인을 설득할 수 없잖아요. 사회와 삶 속에서 기독교인으로서 하나님이 살아 계심을 보여 줄 수 있는 방법을 기독교가 더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그걸 묵상하면 기독교가 사회적으로 보수적이기 힘든 것 같아요.

- 여전히 교회가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보시나요.

요한복음 8장 32절에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말씀이 있잖아요. 저는 여기서 '자유케'라는 단어를 많이 생각했어요. 하나님 말씀을 지키고 살아가는 게 나를 더 억압하는 게 아니라, 그 진리 위에 서 있으면 사회와 상황 앞에서 더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거든요. 기독교인에게는 세상의 성공과는 다른, 절대적인 하나님의 기준이 있잖아요. 어떻게 보면 더 장기적으로 뭔가를 해 볼 수 있는 사람들이고, 누군가는 왜 그렇게까지 희생하냐고 말하는 부분들을 감당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청년들이 이런 고민을 많이 나누고 싶어 한다고 느껴요. 교회 안에서의 말씀과 교육으로는 하루하루 인생에서 마주하는 선택과 고민에 대한 답을 다 얻을 수 없잖아요. 저도, 교회 청년들도 답을 정해서 알려 주는 게 아니라 같이 고민하고 대화 나눌 수 있는 장에 대한 갈급함이 있다고 생각해요.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에는 신앙이 약해진 것만 있지 않다고 생각해요.

김도진 대표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 8:32)는 말씀에서 교회의 대사회적 역할을 발견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김도진 대표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 8:32)는 말씀에서 교회의 대사회적 역할을 발견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 대표님의 일상생활은 어떠한가요.

저는 삶이 진짜 단순해요. 친구들이 거의 수녀의 삶이라고 이야기하는데요.(웃음) 주중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집에 가서 저녁을 먹고 쉰 다음에 다시 일해요. 코로나19 이후 사람을 잘 안 만나게 되더라고요. 건강을 위한다는 회사 대표가 코로나 걸렸다고 해 봐요. 브랜드 신뢰도 하락하는 소리가 막 들리는 거예요. 그래서 삼가 조심하고 있고요. 토요일에는 가끔 친구를 만나거나 회사로 꼭 모시고 싶은 분들과 교류해요. 그러면 부모님한테 '늦지 않게 와라'는 말을 꼭 들어요. 주말에 본가를 가거든요. 다른 요일에는 말을 안 하시는데, 주일 전날에는 '내일 교회 와서 졸기만 해라' 이런 게 기본적으로 있으니까요.

또 제가 찬양팀 리더거든요. 찬양팀 봉사를 내려놓으려고 하다가 결국 맡게 됐어요. 하나님이 제가 신앙에 소홀해질까 봐 세게 묶는 장치를 두지 않으셨나 싶어요. 콘티 짜야 하니까 찬양도 계속 듣고, 인도자 자리에 서는 게 무서우니까 말씀 묵상도 해야 하잖아요. 주일에는 온종일 예배드리고, 찬양팀 연습하고, 집에 와서 낮잠 자고, 가족들이랑 대화하다가 다시 일해요. 월요일이 시작되기 전에 일을 안 해 놓으면 한 주가 피곤해지거든요. 매주 매주 살아요.

- 앞으로 해피문데이가 어떤 회사로 성장하기를 바라시나요.

중·장기적으로 나라가 여성의 월경권을 다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언젠가는 월경 용품을 나라에서 다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그전까지 기준을 더 높이고,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싶어요. 궁극적으로는 함께 일하는 게 즐거운, 성장과 성과가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어려운 일이죠. 결국은 진짜 잘해야 할 것 같아요. 회사가 길게 갈 수 있으려면 일을 잘하고 역량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여성으로 살아 오다 보니 사업할 때 어쩔 수 없이 조심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아요. 한 통계를 보면, 실제로 투자자들이 남성들에게는 '어떻게 더 사업을 키울 것이냐'를 묻고, 여성들에게는 '어떻게 하면 사업이 망하지 않겠냐'고 물었대요. 여성들은 계속 그런 질문을 받고 살아 온 거잖아요. 요즘에는 팀원들과 꿈을 좀 더 크게 품고 자신 있게 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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