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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과 후배 중에 과 활동도 되게 열심히 하면서 공부도 잘한 보기 드문(?) 친구가 있었는데요. 오로지 '목사'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신학과를 마치자마자 신학대학원에 진학했고, 목회 현장으로 뛰어들었어요. 시간이 흘러 소식이 끊기긴 했는데, 저는 이 친구가 어디선가 열심히 목회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최근에 듣기로 결국 목사가 되지 못했고, 아이를 키우며 집안일만 하고 있다고 해요. 

네…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이 친구는 '여성'입니다. 목사 안수만 받으면 되는데, 교회가 반대했다고 해요. "남편도 목사인데 왜 굳이 목사가 되려 하느냐", "사모로 지내도 충분하지 않느냐"는 식의 황당한 이유를 대 가며 압박했다고 해요. 이쯤 되면 '믿음의 집단'인지 '깡패 집단'인지 헷갈릴 정도지요. 

이 친구 역시 남들처럼 '인생'을 걸고 신학교에 진학했고, 똑같은 과정·절차를 밟아 목사가 될 자격을 갖췄어요. 한데,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편이 목사'라는 이유로 차별과 배제를 당한 채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하고 있어요. 저는 이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참 씁쓸했어요. '진보 신학'을 배우고 가르친다는 교단에서조차 여성 차별이 버젓이 벌어지는데, 하물며 다른 교단은 오죽할까 싶었거든요.

최근 취재 차 만난 여성 목회자들은 신학교와 교회 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한다고 말했어요. 여성이 신학과나 기독교학과에 진학하면 '사모'가 되기 위해 오는 것으로 이해하고, 남성 교역자와 달리 교회 안에서 주로 교육 부서 일만 맡았다고 해요. 뿐만 아니라 교회에서 사역할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다고 해요. 임신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사임 절차를 밟아야 하고, 경력도 쉽게 단절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해요. 상황이 척박하다 보니 전임 사역자로 지원하는 건 생각조차 하기 어렵고요.

어쩌면 제가 들은 것보다 여성 목회자를 향한 차별과 배제는 더 심하지 않을까 싶어요. 교회에서는 "주 안에 우린 하나"라고 외치는데, 왜 정작 여성 목회자는 들러리 혹은 감춰진 존재로 살아야 하는 걸까요. 씁쓸한 마음 풀 데가 없어서, 이렇게 처치독에 남깁니다.

(음… 그건 그렇고 밖에서 목이 터져라 '양성평등'을 외치는 반동성애 개신교인들은 왜 정작 교회 안에서는 잠잠할까요. 교회야말로 양성평등이 절실하잖아요. 할 말은 많지만 안 하는 걸로 할게요. 님들아, 이쪽으로도 눈길 좀 주세요! 제발~~~)

by 이용필

처치독 리포트

무슨 일이야?

- 총신대학교 이사회에 개교 이래 처음으로 '여성 이사'가 생겨요. 사분위가 2월 22일 총신대 정이사 15명을 선임하고 명단을 공개했는데, 남성(예장합동 목사·장로) 12명, 여성 3명으로 구성했어요. 여성 3명은 심치열 교수(성신여대), 김이경 교수(중앙대), 정수경 변호사(법무법인 지혜로)입니다.

- '여성 이사'가 선임됐다는 소식을 접한 예장합동과 총신대학교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어요. 

"남성 12명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이사 선임을 거부하는 방안도 고려하겠다"(예장합동 소강석 총회장)
"총신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학생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겠다"(총신대 신대원 원우회)
"총신대 정관에 위배되는 정이사 3인의 추천을 철회하고, 설립 목적과 신학적 정체성, 정관에 부합하는 사람으로 다시 추천하라"(총신대 교수협의회)

근데 여성 이사가 왜 문제야?

- 원래 대학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이사회 임원은 이사회 구성원들이 직접 뽑잖아요. 그런데 총신대 정관에는 "이사는 예장합동 소속 목사와 장로만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어요. 예장합동 목사·장로는 '남자'만 가능하니까, 결국 여성은 이사를 할 수 없다는 소리죠. 그렇다 보니 여성이 이사로 선임되는 일은 원래 불가능했어요.

- 그런데 한 가지 변수가 있었으니…. 총신대는 2018년 김영우 전 총장 학내 사태로 이사회가 전부 해임되고 임시이사 체제로 돌아갔어요. 예장합동 교단 정치와 전~혀 상관없는 임시이사들이 들어왔죠. 이들은 2년간 활동하면서 교단과 총신대의 '성 인지 감수성' 실태에 아주 당황했다고….

- 아무튼 이 임시이사 체제를 끝내고 학교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사분위는 각 주체에 정이사 후보자를 추천하라고 했어요.

- 예장합동 총회에 8명, 총신대 교수·학생·직원 등으로 구성된 대학평의원회에 8명, 총회 목사들과 임시이사로 구성된 개방이사추천위원회에 8명, 전·현직이사협의체에 2명 그리고 교육부에 4명을 추천하라고 했고, 이 30명 중에 15명을 이사로 뽑겠다는 것이었죠.

- 사분위는 각 주체들에게 '성비 균형을 고려하라'고 권고했어요. 그.렇.지.만. 이 권고를 지킨 곳은 단 하나도 없었답니다. 이 실태를 본 교육부는 4명 중 3명을 여성으로 추천했고, 사분위가 여성 3명을 전부 이사로 선임한 것이죠.

총회와 총신대는 왜 이렇게 난리?

- 예장합동과 총신대의 반응을 살펴보면, 총신대에 여성 이사가 생기는 것은 '신학적 정체성'을 훼손한다고 여기는 것 같아요. 자기네들은 신학적인 이유로 여성 안수를 허용하지 않으니까, 당연히 이사도 안 된다는 거죠.

- 그런데 목사와 이사는 다르죠. 이사는 성직자가 '아니니까'요. 총신대가 동네 주일학교도 아니고(실제로 동네 주일학교도 이렇게 하지 않지만…) 4년제 종합 사립대학인데, 헌법과 사립학교법 등 관련 법령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고요. 헌법이 양성평등을 규정하고 있고, 정부의 지원과 감독을 받는 고등교육기관에서 '여성은 임원을 못 한다'고 선언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거죠. 

- 예장합동처럼 여성 안수를 반대하는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조차도, 정관상 여성의 고신대 이사 선임을 원천 차단하지는 않았거든요(현재 여성 이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요). 예장합동 논리대로라면 여성도 이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고신대는 신학적 정체성이 훼손된 건데, 현실은 그렇지 않죠. 결국 총신대의 차별적 정관이 문제인데, 남성 목사들 밥그릇 빼앗긴다고 화풀이하는 셈이에요.

그럼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

- 이번 총신대 이사 선임 논란은 여성을 차별하고 이를 정당화하는 예장합동 내부 정서를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보여 줬어요. 이사 선임 소식과 예장합동·총신대 반응을 본 많은 독자가 "그러면 그렇지(…)"라는 냉소적 반응을 보였고요.

- 총신대 신대원 여동문회는 "우리는 교단과 학교가 말하는 개혁주의 정신에서 여성이 차별받고 배제되는 상황을 보고 있다"며 "총신대와 예장합동은 절박한 사회적 요구를 수용하고 여성을 시대의 동반자적인 지도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성명을 2월 26일 발표했어요.

- 부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총신대와 예장합동이 한 발짝 나아가면 좋겠네요. 각종 차별적이고 불합리한 관행과 규정도 정비해서 더 평등하고 더 건강한 대학으로 거듭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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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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