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는 교계 현안에 대한 20~30대 청년의 이야기를 꾸준히 담아내기 위해 '2030이 한국교회에게'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 편집자 주

* 이 글은 유튜브 영상의 미공개 대본입니다(라는 설정입니다).
** 글에 등장하는 모든 댓글은 실제 댓글 내용입니다. 

1. 신학 유튜버의 댓글 정산

안녕하세요. 유튜브 채널 '오늘의 신학 공부' 운영자 장민혁입니다. 요즘 회사도 교회도 연말정산이 한창인 것 같아요. 한 해 동안 했던 일을 돌아보고 정리하며 새해를 준비하느라 바쁜 기간인데요. 저도 이 분위기에 힘입어 '댓글 정산'(?)을 해 볼까 합니다.

지난 1년간 숨 가쁘게 채널을 운영해 왔는데요. 지금 막 세어 보니 올해만 63개 영상을 올렸더라구요. 그중 조회수와 댓글 모두 뜨거운 반응을 보인 영상이 있습니다. 오늘은 '이 영상 보면 신학교 못 갑니다'라는 영상의 댓글을 읽으며, 신학 유튜버가 바라본 한국교회의 문제점을 살펴보는 콘텐츠를 준비했습니다. 같이 보시죠! (슬레이트)

유튜브 채널 '오늘의 신학 공부' 화제의 영상 '이 영상 보면 신학교 못 갑니다'. 사진 제공 장민혁
유튜브 채널 '오늘의 신학 공부' 화제의 영상 '이 영상 보면 신학교 못 갑니다'. 사진 제공 장민혁

이 영상은 보수적인 교회에서 신앙생활하던 청년이 신학교에 들어가 소위 '시험에 든' 경험을 소개합니다. 물론 전부 제 이야기구요. (1)성서 비평, 역사적 예수 연구 등을 접하며 받았던 충격 (2)강단에서와는 사뭇 다른 목회자 후보생들의 모습으로 뒤통수가 얼얼했던 기억 (3)사회적 감수성이 부족한 신학교 모습을 접하며 느낀 안타까운 마음을 다루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업로드한 이후, 현재 조회수 2만 2000회, 댓글 수 233개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유튜브 세계에서 큰 수치는 아니지만, 제 채널 기준으로는 역대급 반응이기도 합니다. 댓글을 살펴보면, 우선 많은 선후배 신학도가 공감한다는 내용의 글을 남겨 줬어요. 

한ㅇㅇ 님 - "신대는 다 똑같군요. 오랜만에 한참 웃었습니다. 공감 백 배입니다."

이ㅇㅇ 님 - "나만 혼란스럽고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신학생들이 대부분 겪는 과정들이었군요. 위로가 됩니다."

Dㅇㅇㅇㅇ 님 - "오잉... 신학 공부에서 제 학교생활 탐구하셨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신기하다 ^___^ :)"

교회를 떠나 신학교를 마주할 때 겪는 혼란이 저만의 문제는 아니었던 거죠. 이 영상을 접한 청년들 또한 비슷한 당혹감을 표현하기도 했어요.

징ㅇ 님 - "헐 진짜로 성경을 비평적으로 읽기 할 때 이건 예수님의 말씀이 아니라 후대의 편집이다라고 비평적으로 바라보나요?? ㅠㅠ"

진ㅇㅇㅇ 님 - "비평신학을 배우고 나서도 순수하게 성경을 믿을 수 있던가요 전도사님?ㅜ"

그리고 보다 강렬하게 신학 자체에 반감을 보이는 분도 계셨구요.

복ㅇㅇㅇ 님 - "신학은... 발로 하세요... 요즘 신학은 인본주의. 개나 소나 강단에 세우더군요!! 성령 하나님을 만나세요!!"

자ㅇㅇ 님 - "이런 거 찍을 시간이 있으면 성경 읽고 기도나 해라. 정신 빠진..."

다소 과격한 표현도 있었지만, 충분히 이해가 되는 반응이에요. 저 역시 보수적인 교회에서 성장했고, 신본주의·인본주의를 엄격히 구분하는 목사님 밑에서 신앙과 성서를 배웠거든요. 성서 문자를 하나님 말씀 그 이상의 존재로 신격화하고, 신앙과 이성을 날카롭게 구분하며, 교회와 세상을 거칠게 성·속으로 구분하는 분위기는 한국교회 전반이 지닌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이런 배경에서 신앙생활을 하던 신자들이 신학을 접한 뒤 충격을 받는 일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수순이죠.

2. '이놈 아저씨', 신학 유튜버가 바라본 한국교회 문제

유튜브를 운영하며 가장 안타까웠던 것 역시 한국교회 내 만연한 이분법과 진영 논리의 문제입니다. 성서는 이미 66권의 다양한 목소리를 정경 안으로 품어 냈고, 2000년 기독교 전통은 창조 세계만큼이나 다채로운 모습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기독교가 지닌 공간의 넓음과 시간의 깊음은 흑백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총천연색 색감을 보여 주고 있지만, 한국교회의 프레임 안에는 잘려 나가고 왜곡된 기독교 전통만이 남아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어요. 아군으로 인정한 전통 외에는 모두 적으로 취급하는 상황은 더욱 슬픈 일이구요.

적을 만드는 이 해결책이 무서운 점은, 아주 간편하고 효과적이라는 데 있어요. 저도 아이를 키우며 수시로 이런 유혹을 느끼는데요. 예컨대 지하철에서 아이가 시끄럽게 굴 때 "떠들면 저 아저씨가 이놈 한다!"고 말하고 싶어집니다. 그러면 적어도 지하철에서 내릴 때까지는 조용하게 올 수 있거든요. 아이에게 상황을 이해시키고 지하철 예절에 관한 대화를 시도하기보다는, 손쉽게 상황을 통제하고 싶은 욕망이 발현되는 거죠. 하지만 겁에 질린 아이의 모습과 얼떨결에 '무서운 이놈 아저씨'가 된 무고한 승객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쩌면 한국교회가 진영을 나누고 적을 만들어 온 이유가 '이놈 아저씨'의 변형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급속도로 변화하는 사회·문화의 흐름 앞에서, 기독교 신앙이 나아가야 할 바를 붙잡고 씨름하는 지난한 과정을 지레 겁먹고 포기해 버린 게 아닐까요? 신학교에서 논의되는 담론을 신자들 눈높이에 맞춰 전달하려 노력하기보다, 통제하기 쉽고 말 잘 듣는 대중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 아닐까요?

하지만 성서의 증언에 귀를 기울이면, 우리는 늘 "좁은 길을 따르라"는 음성을 듣게 됩니다. 저는 손쉬운 이분법과 진영 논리를 넘어서는 일 또한 우리가 걸어야 할 '좁은 길' 중 하나라고 믿어요. 다양성을 포용하는 일은 그만큼 품을 넓혀야 하기에 불편하고 낯설 수밖에 없죠. 입장이 다른 이들과 대화하는 것 역시, 서로의 언어와 문법을 배우고 한마디씩 번역해 가는 지치고 지루한 작업이 되겠죠.  좁은 길이란 게 원래 좀 불편하고, 낯설고, 버거운 길 아니겠어요?

3. 한국교회의 연말정산

2020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한국교회가 연말정산을 꼼꼼히 잘 해내면 좋겠습니다. 올 한 해 수많은 이를 '이놈 아저씨'로 만들지는 않았는지, 겁에 질린 신자들이 질문하기를 포기하게 된 것은 아닌지 살펴보면서 말이죠.

또 사회적 이슈와 교계 문제들에 있어, 한국교회의 태도는 어떠했는지도 수익(+)과 손실(-)을 따져 봐야 해요. 한국교회가 이 사안들에 어떤 목소리를 냈는지, 그 목소리는 단성이었는지 화음이었는지, 하나의 음악으로 조율해 가는 너그럽고 인내심 있는 과정을 거쳤는지, 혹시 묵음 처리된 목소리는 없었는지 정직하게 돌아보면서 말입니다. 한국교회의 연말정산을 응원하며 다음 문장을 영수증 처리합니다.

"공평하지 않은 차별의 논리는 그리스도인 공동체에 가장 큰 위협입니다. (중략) 약하고 보잘것없는 사람들, 겉보기에 전혀 쓸모없어 보이는 사람들을 그리스도인의 생활 공동체에서 축출하는 것은, 정말이지 가난한 형제 안에서 문을 두드리고 계시는 그리스도를 내쫓아 버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디트리히 본회퍼, <성도의 공동생활>(복있는사람), 56쪽]

장민혁 / 학부에서 신학을 전공했다. 어려서는 레고 만들기를 좋아했고, 지금은 글·음악·영상 등 잡다한 것을 만들며 지낸다. "하나님을 아는 일, 하나님을 그려 내는 일"을 함께하는 기독교 크리에이티브 팀 '오레브'(O.LAB) 대표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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