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아프다는 이유로 퇴직금 6억 챙겨…가족들 "정신과 치료받고 회복할 수 있게 도와 달라"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대전에 있는 ㅇ교회는 2003년 A 목사 부부가 개척해 시작됐다. 지금은 자체 예배당이 있는 중형 교회이지만, 처음에는 상가 교회로 시작했다. A 목사는 50세가 다 되어 이곳에서 첫 목회를 시작했지만, 아내 B와 함께 열성적으로 목회에 임했다. A·B 부부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전도 세미나에 참가하고 전도에 매진했다.
마침 아내 B가 운영하던 회사가 사업적으로 성공하면서, A 목사는 B의 지원을 받아 전도와 양육에 아낌없이 재정을 투입할 수 있었다. 각종 전도 용품과 전도 프로그램 등 교회 성장을 위해 시간과 재정을 아끼지 않았다. 예배당 확장 및 건축도 수월했다. B는 회사에서 번 돈으로 매달 A 목사에게 약 500만 원씩 사례비를 지급했고, 사택 명의도 목사 이름으로 해 주었다. 차량도 지급했고, 퇴직금 적립과 각종 개인연금, 교회 직원 급여까지 전부 책임졌다.
성공한 사업가였지만, B는 '교회가 1번 회사는 2번'이라는 신념을 품고 살았다. 일과 시간에는 남편과 심방을 다니고, 저녁에 회사 일을 처리했다. 교회는 급속도로 성장했다. 10여 년 만에 재적 600명, 출석 300명이 넘는 교회가 됐다. 당시 ㅇ교회에서 일했던 한 직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매일같이 전도하러 다녔다. 오죽하면 노회에서 전도 프로그램을 총회에 소개해 달라고 제안할 정도였다. 그때는 정말 분위기가 좋았다"고 회상했다.
| "A 목사 주식 '증여세' 부과 통보에 지분 되돌려 놓자 돌변" 교인들에게 수차례 아내 험담 일방적으로 '다른 교회 나갈 것' 통보 |
불행은 2014년 갑자기 시작됐다. 교회에 B에 대한 악담이 퍼졌다. A 목사는 아내 B가 교회를 이용해 회사 돈을 세탁하고 거액의 돈과 부동산을 감췄다고 비방했다. B가 자신의 주식을 다 가져갔다는 등, 탐욕을 부려 죄를 짓는다고 했다. A 목사는 B가 제대로 돌보지 않아 자신의 어머니가 죽었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했다. A 목사 어머니는 91세에 노환으로 사망한 사실을 가족들이 다 알고 있는데도, A 목사는 B에게 '살인자'라고까지 했다.
<뉴스앤조이>는 B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B는 가정이 회복되기를 원할 뿐 A 목사에게 해를 끼치고 싶은 마음은 없다며 인터뷰를 꺼렸다. 하지만 교인들 앞에서도 자신을 가정에 무책임한 사람으로 묘사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아들 C가 결혼할 때 A는 교인들 앞에서 "돈이 없어 1000만 원도 보태 주지 못했다"며 울먹였다고 했다. 그러나 B는 C의 신혼집을 장만해 주고 주례하는 목사에게 사례비까지 줬다. A 목사도 이 사실을 알고 있는데도 교인들 앞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A 목사가 강단에서 이 말을 할 때 B도 예배당에 앉아 있었지만, 그 자리에서 목사에게 면박을 줄 수는 없었다고 했다. B는 "교회를 성장시키기 위해 '두 날개' 세미나를 많이 다녔다. 거기에서 목사에게, 남편에게 복종하라고 배웠다. 그런 점 때문에 교인들 앞에서 면박할 수도 없었다. 교인들도 목사에게 복종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었다"고 말했다.
A 목사가 갑자기 B를 비난한 원인은 무엇일까. B와 아들 C는 재산 문제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B가 운영하는 회사 주식 일부가 A 목사 이름으로 돼 있었는데, 이를 B의 명의로 되돌린 게 문제였다. A 목사 명의로 하려면 거액의 증여세를 내야 했기 때문이다. B는 A 목사 동의를 받아 이를 전량 회수했다. 그러자 갑자기 A 목사가 B를 비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B는 부부 사이가 악화하기를 바라지 않는다며, 주식을 갖고 싶으면 주겠다고도 했지만 A 목사는 믿지 않았다. 갈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졌다. 교회에서는 B에 대한 유언비어가 계속됐고, 담임목사 부부 사이가 좋지 않으니 교인들 앞에 서기도 민망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4년간 교회 분위기는 급속히 나빠졌다.
2018년이 되자 A 목사는 갑자기 경남 한 어촌에 예배당을 세우고 그곳에서 지내기로 했다. ㅇ교회에 출석하던 한 장로에게, 지방에 기념 교회를 세우자고 제안했다. 당분간 자신은 그곳에 살면서 주일에만 대전 ㅇ교회에 오는 식으로 목회할 것이라고 했다.
그해 3월 교회 셀 리더 모임 시간, A 목사는 경남에 지은 기념 교회를 봉헌한다고 교인들에게 알렸다. 이와 함께 B는 다른 교회로 보내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교인들에게 "사모님은 내일모레 주일까지만 예배하고 다른 곳으로 가시겠다. 그동안 사모가 고생 많이 한 것도 사실이고 건축 헌금과 십일조도 많이 했다. 도움이 없었다면 교회 성장이 절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교회가 분란이 생기고 문제가 생기면 물러나야 한다"는 이유를 댔다.
담임목사 부부 불화로 교회에 덕이 되지 않으니 물러난다는 취지지만, 정작 B와는 전혀 상의하지 않은 내용이었다. 셀 리더 모임 현장에 있던 B는 "A 목사는 나를 만나서 이 교회를 개척했다. 나는 못 떠난다. 사모가 목사 곁에 있어야 한다. 목사님 떠날 때 나도 떠나겠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교인들은 그동안 A가 퍼뜨린 루머를 오래 접해서인지 대부분 목사 편을 들었다. 그날로 B는 개척하고 16년간 물심양면 헌신해 온 ㅇ교회를 떠나야 했다.
B와 아들 C는 A 목사가 왜 시골에 교회를 세우고 그곳에 가려 하는지 알지 못했다. 경남에서 살겠다는 것은 별거한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는데, A 목사는 이혼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그는 2019년 정식으로 ㅇ교회를 사임하고, 정 아무개 목사를 2대 담임목사로 세웠다. A 목사는 ㅇ교회 전도목사로 신분을 바꿨지만, 실제로는 지방에 새로운 교회를 세우고 목회하고 있다.
한편, A 목사는 교회를 떠나기 전 ㅇ교회에서 거액의 퇴직금을 수령했다. 그는 교인들에게 딸 D가 우울증에 걸렸다며 지방에 데리고 내려가 살며 치유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교회에서 6억 원을 받았다. 그러나 B와 아들 C에 따르면, D는 우울증에 걸린 적도 없고 아버지와 같이 경남에 내려가 살기로 논의한 적도 없었다.
| 아들 C, 노회에 탄원서 제출 "교인들 앞에서 거짓말로 어머니 험담" 노회는 '전도목사 연장 청원' 불허 |
B와 가족들은 A 목사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허언과 거짓말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며, 대화가 아닌 치료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들은 A 목사가 회복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노회에 요청했다. 목사를 관리하는 권한이 노회에 있으니, 노회가 나서 달라는 것이었다.
아들 C는 올해 6월 노회에 탄원서를 보냈다. 그는 탄원서에서 "(어머니) 회사가 없었다면 오늘날 ㅇ교회는 없을 것이다. 부족한 것 없이 가족과 ㅇ교회 뒷바라지를 했는데, (아버지는) 어머니가 괴롭혀서 목회 못 한다고 거짓말하고 어머니를 교회에서 쫓아내고 가출했다. 지금까지 가족들과 연락 두절이다. 어머니는 고생만 했는데 이제 편히 살 만하니까 가출해서 죄를 짓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같이 살 수 있도록 노회가 도와 달라"고 썼다. C는 아버지가 지속적인 거짓말로 어머니를 죄인으로 만들고, 없는 사실을 지어내 의심하고 망상하고 있다며, 아버지가 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도 했다.
노회원들은 처음에는 A 목사 말만 믿고 B가 교회를 사업에 이용하거나 돈세탁을 하는 등, B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아들의 탄원서를 보고 문제를 바로 파악하게 됐다고 했다. 노회원들은 기자와 만나 "아들의 증언이 없었다면 우리는 B에게 문제가 있다고 계속 생각했을 것이다. 아들이 탄원서를 낸 것을 보고 A 목사에게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 확실히 A 목사가 정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 목사는 노회에 ㅇ교회 전도목사로 신분을 바꿔 달라고 청원했다. 노회는 청원을 받아 주면 목회자 부부 별거를 정당화하는 것으로 판단해, 불허하기로 결론 내렸다. 노회는 10월 20일 열린 가을 정기회에서 A 목사 신상에 관해 달리 논의하지 않았다. A 목사는 타 노회로 이명하려고도 했으나 스스로 철회했다. 이로써 A 목사는 공식적으로 무임목사가 됐다.
노회 한 목사는 기자에게 "노회가 할 수 있는 것은 목사의 신분에 관한 사항밖에 없다. 교단법상 무임목사 3년이면 해직 처리하게 되어 있다"며 경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들은 A 목사를 데려와 가정을 회복하고 치료를 받도록 도와 달라고 요청했지만, 노회는 가정사까지 간섭하기는 어렵다며 난감해했다.
<뉴스앤조이>는 A 목사 입장을 들으려 전화를 걸었으나 그는 취재를 완강히 거부했다. A 목사는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할 얘기가 없으니 찾아오지 말라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거듭 취재를 요청했지만 "죄송하지만 만나지 않겠다. 내 개인사를 많이 아는 느낌인데, 누가 보낸지 알겠다. 어떤 일이 있어도 만나지 않을 것이니 전화, 문자, 방문 등 다 거절한다. 할 말이 없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뉴스앤조이>는 A 목사에게 △함께 개척한 아내 B를 일방적으로 교회에 나오지 말라고 한 이유 △B의 회사 주식 문제에 대한 입장 △돌연 교회를 사임하고 시골로 간 이유 △실제로는 전혀 아프지 않은 딸의 건강을 이유로 퇴직금을 수령한 이유 등에 대한 질문을 메시지로 보냈으나 그는 답하지 않았다.
A 목사 측근들은 그에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ㅇ교회 후임자로 부임한 정 목사는 2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A 목사님은 몸이 안 좋아서 내려가신 것뿐이다. 이에 맞춰 사모님도 다른 교회로 가셨다. (노회가 청원을 받아들이지 않아) A 목사님은 1년간 무임으로 있어야 하지만 내년에 다시 요청할 것이다. 노회에서 일부 목사님이 잘못된 정보를 듣고 오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퇴직금 부당 수령 등에 관한 이야기를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누가 제보했는지 모르겠다며 불쾌해했다.
A 목사와 함께 시골 교회를 개척한 E 장로도 27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목사님은 몸이 좋지 않으셔서 내려가셨다. 목사님 부부가 회복하기를 바라지만, 그건 가정사다. ㅇ교회 교인 대부분은 지금도 모두 A 목사님을 존경하고 따르고 있고, 찾아뵈러 자주 내려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