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마다 번민함은 사랑 없는 연고요 / 측은하게 손을 펴고 사랑받기 원하네 / 어떤 이는 고통과 근심 걱정 많으니 / 사랑 없는 까닭에 저들 실망하도다 / 사랑 없는 까닭에 사랑 없는 까닭에 / 사랑 없는 까닭에 저들 실망하도다" (찬송가 503장)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정직 2년.' 이동환 목사(영광제일교회) 재판 선고 현장을 취재하러 간 후배가 편집국 채팅방에 남긴 짧은 메시지를 보고 이 찬송가가 생각났습니다. 사랑을 담아 성소수자의 삶을 축복해 준 대가가 이토록 가혹하다니요.

이 재판은 수많은 성소수자 그리스도인 역시 숨죽이며 결과를 기다렸을 겁니다.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축복한 목사가 종교 재판의 희생양이 되는 모습을 보며,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예전에 만난 한 성소수자 그리스도인이 떠올랐습니다. 그는 모태신앙 감리교인으로, 교회에서도 커밍아웃한 사람이었습니다. 기독교 사회운동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교회에도 잘 다니던 그는, 느닷없이 탈기독교를 선언하고 기독교 신앙을 버렸습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가 2016년, 교단 헌법 교리와장정을 개정하면서 동성애에 찬동 및 동조할 경우 최대 출교에 처할 수 있는 조항 - 예, 이동환 목사를 징계한 근거 조항입니다 - 을 넣은 직후였습니다. 그는 감리회가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문구를 교단법에 넣었는데, 자신이 따르던 목회자가 이를 보고도 아무 반응이 없는 모습을 보며 그동안 믿어 온 모든 것에 회의를 느낀다고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교회를 떠난 성소수자 그리스도인은 수없이 많을 것입니다. 이동환 목사의 '죄목' 중 하나는 성소수자에게 안전한 교회를 만들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늘 혐오에 노출된 그들이 간신히 붙잡고 있는 신앙의 끈마저 교회는 어떻게든 색출해서 끊으려고 합니다. 이러고도 "동성애는 죄이지만 동성애자는 사랑한다", "죄는 미워하지만 죄인은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니오. 반동성애 개신교인들은 성소수자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명백한 혐오입니다. 조건 없는 사랑을 내세워 한국에 뿌리내린 개신교가 이제는 기득권이 되어 사랑할 사람, 축복받을 사람을 고르는 종교가 되었습니다. 한국교회가 무너지는 많은 이유가 있겠으나, 결국은 찬송가 가사처럼 '사랑 없는 까닭'이 아닐까요. "사랑 없는 까닭에 저들 실망하도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