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는 영화 '윤희에게'(2019),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2018), '타인은 지옥이다'(2019), '구해 줘 2'(2019)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기자 주

[뉴스앤조이-장명성 기자] 2000년대 한국 영화·드라마에서 '착한 크리스천'을 찾기는 쉽지 않다. <뉴스앤조이>는 2018년 8월, 2000년대 한국 영화·드라마 속 기독교 묘사를 종합했다. 교회와 크리스천 모습을 그린 영화·드라마 14편 중 긍정적 묘사로 볼 수 있는 작품은 '완득이'(2011)와 '1987'(2017)뿐이었다.

이후에도 스크린에서 착한 크리스천은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전 기사에서 정리하지 못한 영화 2편과 드라마 1편을 합쳐 영화 5편, 드라마 6편에 대한 내용을 새롭게 정리했다. 당시 기사는 묘사에 따라 △광신적 행태 △권력과 유착 △위선 △사이코패스 △비극 앞에 무기력 △교회의 역할 제시 등 여섯 가지로 분류했다. 이번에는 여기에서 '교회의 역할 제시'가 빠지고, '성소수자 혐오'가 추가됐다.

스크린 속 묘사는 현실의 반영이다. <뉴스앤조이>는 개신교가 대중문화에서 어떻게 묘사되는지 계속해서 기록해 보려고 한다. 혹시 기자가 놓친 게 있다면 댓글로 알려 주시길.

1. 성소수자 혐오

성 정체성을 숨기고 결혼한 윤희(김희애 분)와 딸 새봄(김소혜 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윤희에게'(2019)에는 개신교의 성소수자 혐오가 간접적으로 묘사된다. 윤희의 오빠가 운영하는 사진관 벽에는 '주사랑교회'라고 적힌 달력이 걸려 있다. 영화 끝부분에 나오는 윤희의 내레이션을 통해, 개신교 집안인 윤희네 가족이 윤희의 성 정체성을 '정신병'으로 규정하고 정신병원에 보내 치료하려 했던 사실을 알 수 있다.

'윤희에게'를 만든 임대형 감독은 지난해 11월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서 교회 달력을 '의도한 연출'이라고 언급했다. 비온뒤무지개재단 한채윤 상임이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감상평을 남기며 "사진관에 교회 달력이 걸려 있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현실을 반영하는 가장 설득력 있는 배치"라고 썼다.

2. 광신적 행태

'구해 줘 2'(2019)는 애니메이션 영화 '사이비'(2013)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댐 건설 계획으로 수몰 예정인 월추리에 나타난 외지인 최경석 장로(천호진 분). 그는 마을의 갈등을 해결한 후, 교회를 세운다는 이유로 월추리에 입성한다. 사실 최 장로는 전과 10범의 사기꾼. 그가 데려온 성철우 목사(김영민 분)도 여고생 신도와의 부적절한 관계가 들통나 쫓겨난 상태였다. 마을 사람들은 최 장로가 거짓으로 꾸민 '치유 기도회'에 현혹돼 성 목사를 맹신하고, 수몰 배상금을 교회에 갖다 바치게 된다. 최 장로는 '신앙 공동체 건설'을 빌미로 뜯어낸 돈을 강대상 밑에 숨긴다.

월추리 마을 사람들이 성철우 목사(김영민 분)를 중심으로 '치유 기도회'를 진행하는 장면. OCN 영상 갈무리

3. 권력과 유착

정치권력과 교회가 유착해 서로를 이용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작은 신의 아이들'(2018)은 20년 전 '천국의문복지원'에서 일어난 집단 변사 사건에 얽힌 음모를 밝히기 위해 분투하는 두 형사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변사 사건의 주범은 기독교계 사이비 '천인교회'. 헌금을 정치자금으로 지원하는 등 유력 정치인과 결탁한 종교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드라마 속 집단 변사 사건은 1987년 일어난 '오대양 집단 자살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블랙머니'(2019)는 2003년 일어난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을 재조명했다. 영화 속 전 총리, 고위직 검사 등과 동조해 은행을 헐값에 팔아넘기는 금융감독원 임승만 은행검사국장(서현철 분)은 '교회 장로'로 등장한다. 임 국장이 자신을 의심하는 양민혁 검사(조진웅 분)에게 "나 교회 장로입니다"라고 항변하는 장면이 나온다.

드라마 속 기독교계 사이비 '천인교회'는 20년 전 집단 변사 사건의 주범이다. 정치권력과 결탁한 모습이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OCN 영상 갈무리

4. 위선

앞뒤 모습이 다른 기독교인을 그린 영화·드라마가 가장 많았다. 집사·장로 같은 직분자로 소개되고 개신교적 용어를 입에 달고 다니지만, 실상은 잔혹한 범죄자이거나 가족에게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종교 활동에만 몰두하는 기독교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4인용 식탁'(2004)은 아이들의 죽음을 목격한 뒤로 귀신을 보게 된 정원(박신양 분)이 자신처럼 귀신을 보는 연(전지현 분)을 만나며 공포의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정원은 개척교회 목사에게 입양됐고, 연은 그 교회 교인이었다. 목사인 정원의 아버지는 심리적으로 무너져 가는 정원에게 관심이 없고, 교회 건축 빚을 갚는 데만 정신이 팔린 사람으로 묘사됐다.

'도가니'(2011)는 청각장애인 학교인 광주 인화학교에서 실제 일어난 아동 성폭행 사건을 바탕으로 한 <도가니>(창비)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영화 속 '자애학교'에서 아동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해 온 교장(장광 분)은 교회 장로로 나온다. 그는 체포돼 끌려가는 순간에도 "나는 예수를 섬기는 사람이다"고 말한다. 교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자 교인들이 재판정에서 찬송가를 부르는 장면도 나온다.

학교 아동들을 상습 성폭행한 교장(장관 분)의 재판이 열리는 법원 앞에서 교회 장로인 교장의 무죄를 호소하는 교인들의 모습. 영화 '도가니' 갈무리

지상파 방송 역대 최고 시청률(23.7%)을 기록한 드라마 'SKY 캐슬'(2018~2019)은 한 사립대 정교수만 입주할 수 있는 '스카이캐슬' 명문가 사모들의 입시 전쟁 이야기를 다뤘다. 스카이캐슬의 자랑 영재(송건희 분)네 가족은 기독교 가정이다. 영재는 서울대 의대에 합격했지만, 가정의 불화와 사육이나 다름없는 강제 교육에 못 이겨 가출한다. 자신을 찾아온 어머니 명주(김정난 분)에게 "지옥에서 살기 싫다. 당신 아들로 사는 것이 지옥이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상실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명주의 묘비에는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는 요한복음 말씀이 새겨져 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2019)은 미혼모·고아, 술집 사장으로 숱한 편견을 몸에 지니고 살아가는 동백(공효진 분)의 이야기를 그렸다. 동백을 보육원에 버렸다가 수십 년 후 찾아 나선 친모 정숙(이정은 분)은 동백을 입양한 가정이 목회자 가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교회로 찾아가게 된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라'는 문구가 보이는 교회당에서 두 여성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목사 아내는 "술집 여자 아래서 큰 게 찝찝했다. 피는 못 속인다"는 이유로 동백을 파양했다.

현재 방영 중인 '사랑의 불시착'(2019~2020)은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세리(손예진 분)와 그를 발견한 북한군 장교 리정혁(현빈 분)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극 초반, 세리는 대기업 삼복그룹 후계자로 지목된다. 후계자 경쟁에서 밀려난 장남 세준(최대훈 분)의 아내 혜지(황우슬혜 분)는 기도 모임에서 "남편의 자리를 노리는 누군가가 있다"며 중보 기도를 요청한다. 모임을 진행하던 중 세리의 실종 소식을 듣게 된 혜지가 반색하며 "기도를 시작도 안 했는데 바로 응답을 주셨다"고 말하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그려진다.

'사랑의 불시착' 속 기업 후계자 경쟁에서 밀려난 장남 세준(최대훈 분)의 아내 혜지(황우슬혜 분)가 진행하는 기도 모임 장면. 모임 진행 중 세리의 실종 소식을 듣게 된 혜지가 "기도를 시작도 안 했는데 바로 응답을 주셨다"고 말하고 있다. tvN 영상 갈무리

5. 사이코패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타인은 지옥이다'(2019)는 '에덴고시원'에 입주하게 된 종우(임시완 분)와 고시원에 살고 있는 수상한 이웃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고시원을 운영하는 엄복순(이정은 분)은 자신을 '교회 집사'로 소개하지만, 실은 고시원에 사는 잔혹한 살인마 중 한 명이다. 길거리에서 자신을 전도하려 한 여성을 납치해 약을 먹이고 잔인하게 죽이려 하는 장면이 나온다.

'타인은 지옥이다' 속 에덴고시원 건물 전경. 공교롭게도 두 교회와 같은 건물에 있다. 고시원을 운영하는 복순은 자신을 '교회 집사'로 소개한다. OCN 영상 갈무리

6. 비극 앞에 무기력

'사바하'(2019)는 이단·사이비 연구소를 운영하는 박웅재 목사(이정재 분)가 신흥 종교 '사슴동산'을 파헤치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박 목사가 여러 종단 후원금을 타내기 위해 이단·사이비 문제를 파헤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신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사람이다. 영화에서 박 목사가 아프리카에서 선교 활동을 하다 가족을 잃은 친구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사실은 과거 자신이 아내와 자녀를 잃은 비극적 경험이다. 그가 신의 존재에 의심을 품고 신앙에 회의를 품은 계기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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