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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절반이 교회 신뢰하지 않는 지금, '모두를 위한 기독교 영화제'가 필요한 이유
[인터뷰] 집행위원장 강신일 배우, 부집행위원장 최은 평론가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9.11.07 15:51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영화제 홍수 시대다. 부산·전주·부천·광주·강릉 등 개최 도시 이름을 딴 영화제에서부터, 난민·여성·퀴어·청소년·노인, 심지어 고양이 등 특정 주제를 이야기하는 영화제가 있다. 서울 국제 사랑 영화제, 가톨릭 영화제 등은 종교를 주제로 내세우는 영화제다.

이 많은 영화제에 하나를 더 보태겠다고 나선 이들이 있다. '모두를 위한 기독교 영화제'(모기영)는 12월 5일부터 7일까지 서울 종로 서울극장에서 열린다. 장편 6편, 단편 3편을 상영하며, 각 영화 상영이 끝난 후에는 '씨네 토크'를 진행한다.

영화제 이름을 확인하고 고개가 갸우뚱했다. 성경의 정신과 다르게, 지금의 한국 기독교는 '모두'를 위한 종교가 아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교회를 신뢰하지 않는다. 영화제에서 말하는 '모두'는 누구이며, '기독교'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명품 조연' 강신일 배우가 '모두를 위한 기독교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미스터 션샤인', 영화 '판도라', '작은 연못' 등 연극·드라마·영화를 종횡무진하며 존재감을 드러내 왔다. 카카오톡 캐릭터 '라이언'을 닮았다며, 젊은 세대에는 '라이언 아저씨'로 유명해졌다.

기독교 가치로 어떻게 영화를 해석하면 좋을지 연구해 온 최은 평론가가 부집행위원장 겸 수석프로그래머를 맡았다. 최은 평론가는 <복음과상황>, CBS 라디오 '광장' 등에서 영화 평론을 한다. 모기영 영화 선정 등 실무를 진행하고 있다.

제1회 '모두를 위한 기독교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은 강신일 배우(왼쪽)와 부집행위원장을 맡은 최은 평론가를 만났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강신일 배우와 최은 평론가를 11월 6일 서울 홍대 빅퍼즐문화연구소에서 만났다. 영화제 이름에 얽힌 궁금증부터, 영화제 주제, 어떤 영화들을 선정했는지, 모기영의 독특한 점은 무엇인지 들었다. 다음은 두 사람과의 일문일답.

- 영화제 이름을 듣는 사람들은 바로 이 질문을 떠올릴 것 같다. 이름에 '모두를 위한'과 '기독교'를 넣은 이유가 궁금하다.

최은 / 기독교인이면서 영화를 연구하는 모임 혹은 영화계 종사하는 그리스도인들 모임이 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교회라는 울타리 밖에 있는 사람들까지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고민하던 중 이 영화제를 기획하게 됐다. '기독교'를 붙일지 말지 오래 논의했는데 결국 붙이기로 한 것은 기독교의 의외성을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사회는 기독교를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기독교 이름을 붙이고도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기독교인이라고 다 똑같이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점, 취향이 같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가나안 성도, 기독교인이기를 포기한 사람, 비기독교인, 기독교인 모두 한자리에 모여 같은 영화를 보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영화제다.

강신일 / 처음 영화제 이름을 듣고 개인적으로 마음에 안 들었다.(웃음) '모두'라는 단어 자체도 애매한데 '기독교'까지 들어가면 폐쇄적인 느낌이 들지 않나. '모두를 위한 기독교'가 현재 한국 상황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설명을 듣고 보니, 이름은 막연하지만 확실한 목표가 있더라. 기독교가 현대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타이틀인 건 사실이다. 그렇다면 환영받지 못하는 상태로 둔 채 살아야 할까. 기독교인이라면 오히려 이 상황을 극복하고 해결하는 쪽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문화 예술을 통해 그 일을 하겠다는 게 의미가 있다고 봤다. 요즘 교회에 출석하는 사람은 줄고 있고, 스스로 기독교인이라 생각하면서도 교회 나가지 않는 사람이 늘고 있다. 사회가 개인화하는 현상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교회 혹은 교단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제도화한 교회가 희망을 줄 수 없다면 누구라도 그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끌어안아야 하지 않겠나. 개인 영성도 중요하지만 현실에서 기독교의 위치가 어떠해야 하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이 영화제는 그 고민의 일환으로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강신일 배우는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으러 오신 예수의 정신을 따라 울타리 밖에 있는 사람을 찾고 사랑하고 대화하고 싶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 강신일 배우는 대중문화 예술인이다. 특정 종교를 내세운 영화제의 집행위원장직을 수락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다.

강신일 / 불특정 다수인 대중을 상대로 활동하는 사람인데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을까에 대한 염려가 나에게도 없는 건 아니었다. '대중문화 예술인은 종교나 이념, 계층 등을 다 뛰어넘어 활동해야 하는데, 어느 한쪽에 치우쳐 있다는 느낌을 주면 편협해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처음에는 주저했다.

현재 한국 사회는 양극화, 진영 논리 등 적대적인 현상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기독교도 한쪽에 편승해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기독교의 원래 정신, 예수의 정신은 그게 아니지 않은가. 예수님은 우리 안에 있는 99마리 양을 위해 온 게 아니고 한 마리 잃어버린 양을 위해 오셨다.

같은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만을 위한 세상이 아니고, 울타리 밖에 있는 사람을 찾고 사랑하고 그들과 대화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세상과 담을 쌓아 온 것에 대한 자책과 책임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이 영화제를 통해 담을 허물 수 있다면, 또 사회적으로 대립하고 혼란스러운 가운데 소통하고 화해하는 일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수락하게 됐다.

- '혐오 대신 도모, 배제 대신 축제'라는 영화제 캐치프레이즈가 눈에 들어온다.

최은 / 지금 한국 기독교 상황에서 '혐오'와 '배제'라고 하면 떠올릴 수 있는 이슈들이 있다. 10년 전 '혐오'의 의미와 지금은 많이 다르다. 이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을 때 우리 영화제가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영화들을 보면서 혼란스러웠던 점,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궁금했던 지점 등을 함께 이야기 나누자는 것이다.

매해 주제를 정하면 그 주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올 것 같다. '기독교인은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기독교인으로서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까' 고민했던 주제일 수 있을 것이다. 혹은 기독교인들은 이 주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올 수도 있고. 그래서 모든 영화 상영 후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한 시간 배치했다. 영화제임에도 영화만으로가 아닌 토크로 한 시간을 채운다는 것은 우리가 그만큼 대화와 소통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대화를 통해 어떤 결론을 이끌어 내려는 것은 아니다. 모든 문제에 정답을 얻을 수 없고 뭔가를 해결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같이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덜 절망적일 것이다. 영화를 보며 '이 주제로 이런 이야기도 오갈 수 있겠구나'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그래서 영화와 기독교를 이어 주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강신일 / 독재 정권을 거쳐 오면서 하나님 이름으로, 자신의 신앙을 근간으로 민주화 운동에 앞장선 기독교인들이 있다. 하지만 이후에는 기독교가 사회 여러 현상에 무관심했고 개인 영성만 강조한 게 사실이다. 그 사이 교회는 점점 비대해지고 부는 축적했지만, 사회 현상에 너무 귀 닫고 눈감고 있는 것 아닌가 싶었다. 이번 영화제가 그것을 조금이라도 허물고,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하고 성찰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종교와 상관없이 서로 소통하고 화해하고 축제를 만들어 가는 영화제가 되면 좋겠다.

최은 평론가는 '모두를 위한 기독교 영화제'가 추구하는 것은 '소통'이라고 말했다. '모두를 위한 기독교 영화제' 페이스북 갈무리

- 제1회 모두를 위한 기독교 영화제 주제는 '하루'다.

최은 / 하루 24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것이다. 하루 동안 일어나는 일 혹은 하루를 주요 테마로 한 작품을 선정했다. 다양한 국가, 장르의 작품 여섯 편을 선정했다. 이탈리아 감독 난니 모레티의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는 작품에는 '지연된 하루'라는 이름을 붙였다. 새로운 교황으로 선출된 추기경이 교황직을 거부하고 도망가면서 벌어지는 일에 관한 내용인데, 소명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선정한 영화들은 꼭 '기독교 영화'라는 틀에 들어맞지는 않는다. 보고 나서 할 이야기가 많은 영화를 위주로 선정했다. 이스라엘 감독 아사프 폴론스키의 '일주일 그리고 하루'는 '애도'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아들을 잃은 부부가 일주일 애도 기간을 지나 일상으로 복귀하는 첫 하루를 블랙코미디로 다뤘다. 최근 애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이 영화도 그런 면에서 좋은 울림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스페인 영화 '어 퍼펙트 데이'는 '뒷감당의 하루'라고 이름 붙였다. 이 영화는 보스니아 내전이 있던 마을에 갑자기 평화협정이 선언된 뒤, 마을을 수습하는 NGO 단체 이야기를 담았다. 내전 상처와 후유증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갈등하는 상황을 그렸다. 진정한 평화가 뭔지 고민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미국 작품 '에브리 데이'는 로맨스 영화다. 사랑 이야기도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겠나.(웃음) 매일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는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다. 이건 딱 하루의 이야기가 아니라 하루'들'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겉모습을 사랑하는 것인지, 정체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다.

이란 영화 '하루'는 한 남성 택시 기사가 임산부를 도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하루를 그렸다. 원치 않는 방법으로 타인의 인생에 뛰어들게 되고, 그 과정에서 모욕과 수치를 당하기도 한다. 낯선 타인을 대하는 윤리적 태도를 묻는 영화다.

마지막으로 '신은 존재한다 그녀의 이름은 페트루냐'는 한국에 배급사가 없어 프랑스 파리에 직접 연락해 가지고 온 작품이다. 그리스정교회에서 하는 행사가 있다. 물에 던진 십자가를 건진 사람은 한 해 동안 행운과 번영을 약속받는데, 십자가를 건질 자격은 남성에게만 있다. 주인공 페트루냐가 십자가를 건지고 내놓는 것을 거부하면서 발생하는 이야기다. 마케도니아 영화인데 고학력 비혼 여성이 가족과 사회의 억압에서 어떻게 자유로워지는지 볼 수 있다.

'신은 존재한다 그녀의 이름은 페트루냐'는 프랑스 파리에 직접 연락해 가져온 작품이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 영화 리스트를 보고 '이게 무슨 기독교 영화제냐'고 물을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강신일 / 물론 '기독교 영화'라는 장르를 필요로 하며 목말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성서적 내용이어야 하고 신앙고백이 들어가야 하고 영성이 담겨 있어야만 기독교 영화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이미 많이 있으니, 우리는 벽을 허물고 낮추고 나누어진 선을 조금씩 지워 가는 이야기를 해 보고 싶은 것이다. 누구든지 한 영화를 통해 기독교적 정신이나 가치를 공유할 수 있게 된다면 그 작품을 기독교 영화라고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 이번 영화제가 한국교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길 바라는지.

강신일 / 우선 많은 기독교인이 편견 없이 이 영화제를 봐 주셨으면 좋겠다. 오셔서 영화를 보시고, 오히려 '이게 어떻게 기독교 영화제냐'고 문제를 제기해 주셔도 좋겠다. 기독교인이든 비기독교인이든 다양한 의견이 나와야 비로소 토론이 가능한 것 아니겠나. 보고 혼자만 생각하지 마시고 짧게라도 이렇다저렇다 말해 주시고, 함께 토론을 통해 새로운 장을 만들어 가는 영화제가 되면 좋겠다.

최은 / 첫해니까 큰 욕심을 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아, 기독교에서 이런 이야기도 가능하구나' 정도만 알아주시면 좋겠다. 무엇보다 예매를 많이 해 주시는 게 중요하다.(웃음)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통해 사전 예매 중이니 많은 관심 가져 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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