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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의심의 방패를 들고
신앙·정치 성향 가리지 않는 '가짜 뉴스'
  • 장명성 기자 (dpxadonai@newsnjoy.or.kr)
  • 승인 2019.10.18 18:28

*이 글에는 영화 '메기'(2018)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기자 주

"사실은 언제나 사실과 연관된 사람들에 의해서 편집되고 만들어진다고. 아빠가 그랬어요."

[뉴스앤조이-장명성 기자] 9월 26일 개봉한 영화 '메기'에서 전지적 시점으로 등장인물을 관찰하는 메기(천우희 목소리)는, 믿음과 의심 사이에서 헤매는 윤영(이주영 분)을 보며 말한다. '메기'는 간호사 윤영과 그의 남자 친구 성원(구교환 분)을 중심으로 서로 믿고 의심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 중반부, 성원은 윤영이 선물한 반지를 잃어버린다. 함께 일하는 동료를 '반지 도둑'으로 의심하던 차, 동료의 발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발견한다. 우여곡절 끝에 반지를 얻어 내지만, 자기 반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손가락에 맞을 리 없는 발가락 반지를 억지로 끼워 보려 낑낑대는 성원의 모습이 웃프게 묘사된다.

성원에게 동료의 반지는 자기 반지여야만 했을 것이다. 사실과 진실, 믿음과 의심의 의미를 묻는 영화를 보며, 확증 편향을 부추기는 한국 사회를 돌아보게 됐다. '카톡교'로 불리는 극우 개신교는 전형적 사례다. 기자 생활 1년을 겨우 넘긴 초짜지만, 가짜 뉴스를 주제로 한 기사를 쓰느라 소위 교계 반동성애 운동가라는 자들의 강연을 귀에 달고 살다 보니 이들에게 어떤 패턴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들의 발언은 사회적 약자를 향한 혐오를 조장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누군가 팩트 체크를 해서 그 메시지가 허위·왜곡·과장 정보라는 사실을 알리면, 이들은 또 다른 사례를 찾아서 가져온다. 그걸 팩트 체크하면 또 다른 사례를…. 계속해서 잘못된 주장을 강화하는 정보를 찾는다. 자기들이 틀린 데 대한 반성이나 수정은 없다.

메기를 바라보고 있는 윤영(이주영 분). 메기의 목소리는 배우 천우희가 맡았다. '메기' 스틸컷

최근에는 이런 현상이 신앙이나 정치 성향을 가리지 않고 일어나는 것 같다. 언론도 보수·진보 할 것 없이, 이슈가 될 만한 소재라면 앞뒤 가리지 않는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주도한 10월 3일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집회가 열리기 며칠 전, 소셜미디어에는 한기총이 집회에 아르바이트(알바)를 동원한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떠돌았다. 사실 떠돌던 게시물 속 공고는 주요 교단이 이단으로 지정한 '예수중심교회'의 기도회 참석 알바 공고였다. '10월 1일'이라고 날짜까지 명시돼 있었는데도, 이 게시물은 '10월 3일 알바 집회'로 규정돼 날개 돋힌 듯 퍼져 나갔다.

집회 직후엔 '헌금함'이 논란거리가 됐다. 집회 현장에서 "헌금 처분 권한을 전 목사님께 일임한다"는 문구가 적힌 통으로 헌금을 받았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그런데 보도에 사용된 사진은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 떠돌던 한기총 단식 농성장 헌금함이었다. 실제 현장에서는 노란 서류 봉투에 헌금을 받았다. 10월 3일 집회 당시 위 문구가 적힌 헌금함을 사용했다는 근거를 어느 언론도 내놓지 못했다.

떠도는 글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사진 출처를 조금만 살펴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전광훈 목사와 한기총의 행보는 거짓 정보에 근거하지 않아도 충분히 비판할 수 있다. 누구도 사실이 아닌 것을 근거로 비판받아선 안 된다.

"믿음의 검과 의심의 방패를 들고. 전진, 또 전진!" 사람들을 오도하는 잘못된 정보를 볼 때마다 성서 구절 같던 영화 속 대사를 되뇌게 된다. 온갖 가짜 정보가 난무하는 세상 속에서 진실을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믿고 싶은 만큼 성실히 의심해야겠다. 의심은 적어도 가짜 뉴스에 빠지지는 않게 도와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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