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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냉전 시대의 좀비
꿈틀대는 극우 개신교, 그들의 목표는
  • 구권효 기자 (mastaqu@newsnjoy.or.kr)
  • 승인 2019.02.09 13:10

[뉴스앤조이-구권효 편집국장] "황교안 전 총리는 관 뚜껑 열고 나온 냉전 시대의 좀비다." 황교안 전 총리가 자유한국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자, 민주평화당이 1월 29일 내놓은 논평 제목이다. 이 논평은 짧지만 단어 하나하나가 촌철살인이라 언론에 많이 회자됐다. "무덤에서 채 깨어나지 못한 좀비답게 꺼내 드는 무기라곤 저주와 반공이 난무하는 색깔론, 민주 인사를 때려잡고 간첩을 조작하던 공안 검사에서 한 치 벗어나지 못한 퇴행이다."

죽어 없어져야 할 것이 산 것처럼 돌아다니는 게 좀비다. 종북이니 주사파니 철 지난 색깔론으로 상대방을 낙인찍는 행태는 냉전 시대와 함께 사라졌어야 할 구시대의 죄악이다. 이것은 보수와 진보의 차이가 아니다. 반공 프레임을 이용하는 자들은 기회주의자일 뿐 보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마녀사냥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냉전 시대 이념 갈등으로 기득권을 챙긴 반민주·반평화 세력뿐이다.

안타깝게도 냉전 시대 좀비 무리 중 한 축을 이루는 게 극우 개신교다. 전광훈 목사는 사분오열된 태극기 부대를 하나로 모아 개신교를 중심으로 '보수 대통합'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그가 주도한 삼일절 기도회와 광복절 집회에서는 "주사파 빨갱이 30명이 청와대에 들어가 있다", "문재인이 김정은에게 나라를 통째로 넘기려 한다"는 온갖 막말이 쏟아졌다.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고 말했던 고영주 변호사도 "대규모 집회를 성공하려면 애국 기독인이 중심이 돼야 한다"며 전 목사를 지지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이 된 전광훈 목사의 목표는 명확하다. 총선이다. "내년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 200석 이상 얻지 못하면 나라가 해체된다. 교회라고 여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는 한기총 대표회장에 출마하면서 차별금지법 반대, 종교인 과세 반대 등으로 대정부 투쟁을 공약했다. 최근 한기총은 한국교회연합(한교연)과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힘을 합쳐 정계를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가짜 뉴스의 온상' 반동성애 단체들도 언제든지 힘을 행사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들의 논리는 한결같다. 동성애 반대 →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하려는 현 정부 반대. 이런 논리도 있다. 동성애 → 성 정치 → 네오마르크시즘 → 현 정부는 공산주의 빨갱이 → 교회 파괴. 말이 되든 안 되든, 이미 각종 인권조례 제정을 좌절시키고 퀴어 축제를 무산시킨 이들의 실력만큼은 검증된 상태다.

'요셉과 같은 총리'라는 찬사를 받으며 정계에 발을 디딘 전도사 황교안. 노골적으로 내년 총선을 겨냥해 정부를 압박하겠다는 극우 개신교. 정치인들을 압박해 원하는 것을 따내는 데 숙련된 개신교 반동성애 세력. 이들은 무엇을 노리는 걸까. 무덤에서 없어졌어야 할 썩은 프레임을 가지고 나와 '장로 대통령'을 넘어 '전도사 대통령'을 만들어 볼 심산인가. 동성애자를 이교도처럼 구축驅逐하는 크리스텐덤을 만들 작정인가.

어렵게 찾아온 한반도 평화의 시대에 교회가 도움이 되지는 못할망정 발목을 잡는 좀비가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영화에 나오는 좀비에게 물리면 그 사람도 감염이 되지만, 냉전 시대 좀비에게 물리면 그냥 짜증만 난다. "2019년 대한민국에 냉전 좀비가 서식할 곳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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