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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헌금의 무게
극동방송과 공공성
  • 구권효 기자 (mastaqu@newsnjoy.or.kr)
  • 승인 2019.02.01 17:54

[뉴스앤조이-구권효 편집국장] 어릴 적, 목회자들이 교인들의 헌금으로 월급을 받는다는 말을 듣고 살짝 충격을 받았다. 모태신앙으로 자란 나는, 헌금은 하나님께 바치는 것이라고 교육받았고 그렇게 믿었다. 어머니는 일요일 아침마다 500원짜리를 쥐어 주시며 꼭 헌금통에 넣고 오라고 하셨다. '그런데 왜 이 돈을 목사님들이 받지?' 어린 나는 잠깐 혼란스러웠다.

머리가 크면서 목회자도 하늘에서 떨어지는 만나를 먹고 사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리고 생각해 보니 하나님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교회에 내는 헌금은 사실상 회비 성격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도 헌금을 단순히 회비로 치환할 수는 없었다. 바치는 자의 입장에서, 헌금은 물질의 주인도 하나님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신앙고백이기 때문이다.

500원짜리를 넣는 고사리손부터 폐지를 모아 연명하는 노인들까지. 그렇게 하나님께 바쳐진 돈은 그 자체로 공공성을 띨 수밖에 없다. 그런 돈으로 월급 받는 목회자들은 참 부담스러울 것 같았다. 사생활이 없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헌금으로 생활하는 이상 삶의 목적이 공공을 위한 봉사일 수밖에 없기에. 기자가 되어 교회 돈을 빼먹는 목회자들이나 큰 부를 쌓는 교회를 보면서, 저들은 과연 헌금의 무게를 느낄까 싶었다.

자산 3369억 원. 극동방송의 주 수입원도 '헌금'이었다. 북방에까지 복음을 전해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헌금을 이끌어 냈다. 그 목적을 위해 때로는 방송 장비가 필요하다며, 때로는 제작비가 필요하다며 헌금을 요청했다. 크리스천들은 기꺼이 '전파 선교사'가 되어 주었다. 그렇게 모아 극동방송은 라디오 방송만으로 국내 지상파 3사 뒤를 잇는 대기업이 되었다.

높게 쌓은 부만큼 큰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구성원들은 알고 있을까. 국가로부터 전파를 빌려 쓰는 방송사는 기본적으로 공공성이라는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게다가 복음 전파를 위해, 하나님을 위해 바친 돈으로 운영되는 극동방송은 어느 기업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의 공공성을 추구해야 맞다. 신앙적·정치적 우경화를 야기하는 콘텐츠, 그리고 '사유화'라는 의혹 속에서, 40여 년간 극동방송을 이끌어 온 김장환 목사는 어떤 대답을 내놓을 것인가.

비판의 칼끝은 언제나 자신을 향한다. 극동방송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뉴스앤조이>도 독자들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언론사다. 때로 십일조를 <뉴스앤조이>에 낸다는 후원자도 있다. 아직 열악한 환경이기는 하나, 헌금을 받는다는 것의 무게는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로 무겁다. '극동방송은 잘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곧 '우리는 잘 하고 있는가'로 돌아왔다. 다시 한 번 옷깃을 여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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