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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선'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독교인들
도시공동체연구소·한국선교적교회네트워크, 교회와 공동선 세미나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8.11.06 17:54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사람은 상호 협동하는 존재다. 개개인이 사익을 지나치게 추구하다 보면 관계가 파괴되고 공동체가 와해되기 쉽다. 그래서 강조하는 게 '공동선'(common good)이다. 공동선이란 모든 이에게 두루 미치는 선, 개인을 포함해 공동체 전체를 위한 이익을 의미한다. 다양한 구성원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대 사회가 건강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공동선이 중요하다.

사회 각 영역에서 공동선을 이루기 위해 활동하는 기독교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도시공동체연구소(성석환 소장)와 한국선교적교회네트워크는 11월 5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마실에서 제2회 '교회와 공동선 세미나'를 열었다. 박용수 센터장(광진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 민건동 센터장(고양시자치공동체지원센터), 이수진 대표(꽃다운친구들), 김종빈 이사(더함) 등 전문가 4명이 패널로 나왔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목회자·신학생 40여 명은 공동선을 하나님이 명령한 지상 과제로 여기며, 교회가 어떻게 지역 사회를 섬길지 고민했다.

빈민 위해 시작한 '무담보 소액 대출' 
사회적 기업 네트워크로 발전
"사회적 경제, 경쟁 대신 협력으로 가능"

박용수 위원장은 가난한 전도사였다. 가난을 피부로 체감하면서 빈민의 어려움을 생각하게 됐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박용수 집행위원장(광진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은 2004년 사회적 기업을 조직했다. 당시 박 위원장은 도시 빈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는 주민들과 '늘푸른협동조합'을 만들어 무담보 소액 대출 운동을 시작했다. 주민들이 1~2만 원씩 모아 기금을 마련해, 급전이 필요한 이에게 무이자·무보증으로 빌려주는 것이다.

지금은 조합원이 250여 명으로 늘어나고 기금이 2억 5000만 원 쌓였다. 늘푸른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의 금전 문제뿐 아니라 주거 문제에도 주목했다. 어느 정도 기금이 마련되자 이를 기반으로 공동체 주택을 마련했다. 이들은 쪽방 고시원에서 매달 50~60만 원씩 내고 지내는 주민들을 저렴한 비용으로 쾌적하고 넓은 공간에 살게 했다.

서울 광진구에는 늘푸른협동조합과 같은 사회적 기업이 50여 곳이다. 박용수 위원장은 광진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를 조직해 각 단체가 서로 협력해 공동 이익을 창출하도록 돕고 있다. 공동 기금을 마련해 영세한 기업을 지원하고, 각 단체가 겪고 있는 월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물을 매입했다.

박 위원장은 "처음에는 자신들의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동조합을 만들었지만, 힘이 어느 정도 생기자 공동체 전체 문제에도 나서게 됐다. 서로 경쟁하지 않고 신뢰하고 협동하면서 이익을 창출하는 게 사회적 경제의 핵심이다"고 말했다.

지금은 기업가이자 활동가로 활약하고 있지만, 한때 박 위원장은 목회자의 길을 걷는 신학도였다. 그는 가난한 전도사였다. 매달 사례비로 40만 원씩 받으며 가족들 생계를 책임졌다. 가난을 피부로 체감하면서 박 위원장은 빈민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했다. 성서에 나온 초대 교회 모습을 보며 사람들이 서로 돌보고 협력할 때 비로소 가난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국교회가 초대 교회 모습으로 돌아가 우리 주변에 있는 빈민·약자를 돌볼 수 있을까. 나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신학 공부를 내려놓고 사회복지를 공부했다. 내게는 지금 활동이 목회다. 지역에 있는 사회적 기업을 조직해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경제가 아니라 하나님이 말씀한 서로 사랑하고 책임 지는 경제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마을에서 완장 찬 목사
행정과 주민 연결하는 지원 센터 운영
"탈지역화하는 교회, 마을 공부해야"

민건동 센터장은 지역 교회가 마을을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고양시에서 마을 공동체 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 민건동 센터장(고양시자치공동체지원센터)도 박용수 위원장과 같이 신학생 출신이다. 그는 수년간 여러 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지내면서 안 해 본 게 없다고 말했다. 알파 코스, 전도 폭발, 부흥회 등 각종 프로그램과 행사를 이끌었다. 그는 그런 자기 모습을 보면서 본질은 잃어 버리고 형식과 프로그램만 좇는 목회를 하는 것 같아 회의가 들었다고 했다.

민 센터장은 기독교인의 사회참여에도 관심이 많았다. 지역 정당에서 활동했던 경험을 계기로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 정책자문위원이 되었다. 당시 서울시가 마을 공동체 복원 사업에 전력하기 시작하면서, 민 센터장도 마을 지원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금천구마을공동체지원센터장을 역임하고 지금은 고양시자치공동체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마을 지원 사업은 쉽게 말하면 행정과 주민을 연결하는 일이다. 행정을 주민들에게 쉽게 소개해 주고, 주민들의 필요를 행정에 반영하는 일이다. 지자체에서 주민을 대상으로 마을 사업을 공모하면, 이를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제안서 작성 등을 돕는 일도 맡고 있다. 동 혹은 구별로 행정 지역이 다른 주민을 연결해 주는 일도 하고 있다.

"지자체와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마을 공동체 운동에서 한국교회는 잘 보이지 않는다." 민건동 센터장은 성장과 부흥만을 강조해 온 한국교회가 지역 사회 현안이나 이웃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여 왔다고 지적했다. 한국교회가 지역을 품는 목회 철학을 바탕으로 마을 안으로 녹아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총회를 포함해 노회·교회가 세상을 공부하고 마을을 연구해야 한다. 교회 성장이나 부흥을 위해서가 아니다. 교회가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하나님의 사명으로 인식해야 한다. 지자체, 시민단체와 거버넌스에 참여해 공간과 재정을 나누고, 목회자들이 마을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

협동조합형 아파트 시도
개발사 이윤 낮춰 주민에게 환원
"교회 유휴 공간, 사회적 부동산으로 개발"

더함(양동수 대표)은 대안적 주거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건설 경험이 전무한 이들로 구성된 이 단체는 '협동조합형 아파트'라는 새로운 모델의 아파트를 만들고 있다. 더함 김종빈 이사는 "집이 '사는 것'(buying)이 아니라 '사는 곳'(living)이 되게 하는 것이 더함의 비전이다. 주민들이 적정 수준의 비용으로 장기간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별내에는 협동조합형 아파트 '위스테이 별내'가 한창 공사 중이다. 491세대가 2020년 입주할 예정이다. 경기도 지축에도 위스테이 착공을 앞두고 있다. 더함은 아파트 건설로 개발사가 챙기는 이윤을 평균 10%에서 2.5%로 줄여 입주자들에게 환원하고 있다. 그래서 주변 아파트 시세에 80% 정도로 저렴하고 커뮤니티 시설도 2~3배 많다. 더함이 주민들에게 기대하는 건 마을 공동체 복원이다. 입주민 사전 모임을 여러 차례 열어 공동체를 구성하고, 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함께 살지 구상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더함은 주민들이 적정 비용으로 장기간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만들고 있다. 더함 김종빈 이사. 뉴스앤조이 박요셉

"대한민국의 고질적인 문제가 부동산이다. 더함은 중산층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집중했다. 대한민국 중추 역할을 맡고 있는 이들이 전세 난민, 하우스 푸어로 전락하며 붕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이 더 이상 집에서 쫓겨나지 않고 풍족하게 살 수 있는 길을 고민하고 있다."

김종빈 이사는 "교회는 평일에 안 쓰는 공간이 많다. 더함은 교회가 보유한 유휴 공간을 사회적 부동산으로 개발해, 지역 주민이 편히 이용할 수 있는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여러 교회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1년간 방학, 꽃다운친구들
"'공부 기계' 된 아이들, 
건강한 자아 형성과 진실한 관계 회복"

이수진 대표는 딸에게 통 큰 방학을 허락해 줬다. 그 결과 꽃다운친구들이 시작할 수 있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공동선 세미나에는 사회적 경제, 부동산 영역뿐 아니라 청소년 교육 영역에서 활동하는 꽃다운친구들 이수진 대표도 참석했다. 꽃다운친구들은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 진학을 미루고 1년간 방학을 선택한 청소년과 그 가족들의 모임이다. 이들은 쉼 없이 경쟁만 강조해 왔던 지난 모습을 반성하며, 1년간 휴식을 통해 인생과 사회의 방향을 재설정한다. 

이수진 대표가 꽃다운친구들을 만들게 된 건 딸을 통해서다. 어느 날, 중학생 딸이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엄마는 아이에게 1년간 '방학'을 허락했다. 처음에는 아이가 늦잠만 자고 빈둥거리는 모습을 보며 걱정도 들었지만, 서서히 자기만의 속도와 방향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며 불안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아이들은 굉장히 비정상적인 환경에서 자라고 있다. 선생님도 부모들도 일단 닥치고 공부하라고 강요한다. '공부 안 하면, 대학 못 가면 너는 루저가 돼'라며 아이들에게 불안을 주입한다. 꽃처럼 한창 웃고 삶을 즐겨야 할 꽃다운 아이들이 '공부 기계'가 되고 있다."

이 대표의 자녀 이야기를 들은 지인들이 언스쿨링을 문의하면서 꽃다운친구들이 정식 결성됐다. 올해까지 3기를 배출했고 현재 2019년 멤버를 모집하고 있다. 이 대표는 "요한복음을 보면 주님께서 우리에게 풍성한 생명을 약속했다고 말씀한다. 아이들은 풍성한 삶을 누리고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실천이 필요할지 고민했다. 경험해 보니 '방학'을 주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꽃다운친구들에서 얻는 것 중 하나가 '자발성'이다. 모임 초반 여행 계획을 짜 보라고 하면 "그냥 선생님이 정해 주면 안 돼요?" 하던 아이들이, 모임 후반에는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계획하게 된다. 늘 선생님이나 부모의 선택과 강요에 길들어져 있는 아이들이 1년간 방학으로 자기 주도성을 찾게 된 것이다.

"아이들이 많이 성장하고 변화한다. 다양한 아이들과 협업할 수 있는 경험도 얻는다. 성격이 다양하고 성장 환경이 다른 10여 명이 모이니, 안 부딪힐 수가 없다. 갈등을 극복하고 서로 어울리는 법을 배우게 된다."

도시공동체연구소, 한국선교적교회네트워크는 정기 포럼을 통해 목회자, 신학생이 연대하고 협력하기를 바라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도시공동체연구소(성석환 소장)와 한국선교적교회네트워크는, 교회가 지역 사회 현안이나 사회문제 해결에 동참하는 사례를 알리기 위해 수년 전부터 세미나와 포럼을 열어 왔다. 지난해부터는 '공동선 세미나'라는 이름으로 여러 영역에서 활동하는 기독교인 전문가를 초청하고 있다. 목회를 하고 있는 목사, 개척을 준비하고 있는 신학생 등이 세미나에서 사역과 관련한 아이디어와 사례를 배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미나에서 추가로 기대하고 있는 효과는, 행사에 참석한 목사·신학생들이 네트워크를 이루는 일이다. 마치 사회적 기업이 서로 경쟁하는 대신 네트워크를 형성해 상생을 도모한 것처럼, 개척 교회들이 각자도생하지 않고 협력하고 연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벌써 지난해 포럼에 참석했던 목회자들이 자발적으로 교회 개척 준비 모임을 만들어 자체 세미나도 열고 있다.

한국선교적교회네트워크 실행총무 한용 목사(높은뜻하늘교회)는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가졌던 기대 중 하나가 목회자들이 서로 네트워크를 이루는 일이었다. 벌써부터 비슷한 사역을 하고 있거나 준비하는 분들이 모임을 만들어 연구소가 이들을 돕고 있다. 앞으로 한국교회가 서로 협력하고 연대하는 일이 많아지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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