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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협동조합 임대주택으로 '공동체' 회복
[인터뷰] 더함 양동수 변호사 "물질주의 극대화 사회에서 교회가 할 일"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7.12.13 16:09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문재인 정부는 11월 29일 '주거 복지 로드맵'을 발표했다. 앞으로 5년 동안 주택 100만 호를 지어 부동산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정부는 주거 취약 계층인 청년·신혼부부·고령층 등을 위한 맞춤형 주거 공급도 확충할 계획이다.

이번 발표에서 주목할 만한 점이 또 하나 있다. '공공 지원 민간 임대주택'(구 뉴스테이) 사업의 공공성 확대다. 임대료를 시세보다 적게 하고 무주택자에게 공급을 우선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이다.

뉴스테이 사업은 박근혜 정부가 중산층 주거 마련을 위해 도입한 정책이었다. 정부는 민간사업자에게 전체 사업비에서 약 80%를 저금리로 빌려주고, 토지·신용·세제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한다.

이 사업은 그동안 건설사에 막대한 이익을 챙겨 준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올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한목소리로, 민간 사업자가 구 뉴스테이 사업으로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에 달하는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반면, 공공성과 주거 안정성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공공 기금과 토지로 임대주택 사업을 벌이는데, 임대료가 높고 다주택자도 제약 없이 입주하는 등 무주택자를 위한 실질적인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성 요건을 강화해 임대료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책정하고 매년 일정 기준치보다 올릴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입주 대상자도 무주택자를 우선으로 한다.

정부가 지난달 민간 임대주택 사업 규제 강화를 발표하기 전, 일찍부터 민간 임대 사업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고민한 이들이 있다. 현재 경기도 별내·지축 지구에서 협동조합형 임대주택 '위스테이'(WESTAY)를 추진하고 있는 유한책임회사 더함 대표를 맡고 있는 양동수 변호사다.

양동수 변호사는 국내 최초로 협동조합형 아파트 주택을 추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양동수 변호사는 "건설사는 사업에서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 공익을 우선으로 여기는 비영리단체 혹은 사회적 기업이 사업 주체가 된다면, 임대료를 최저치로 낮추고 주거 취약 계층을 위한 공급량을 늘릴 수 있다. 입주민을 위한 공공시설도 확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12월 8일 양 변호사를 서울 용산구에서 만났다. 협동조합형 임대주택을 지어 마을 공동체를 복원하겠다는 그의 비전을 들어 보았다.

기존 임대주택 사업은
건설사가 막대한 이익 취해
협동조합형 임대주택,
거품 줄인 저렴한 임대료

위스테이는 국내 최초 협동조합형 아파트 주택이다. 더함이 건물을 짓고 나면, 입주민으로 구성된 협동조합이 임대주택 운영에 참여하는 구조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협동조합형 임대주택이 오래전부터 시행되어 왔다. 독일은 1862년부터 국가가 공공 대지를 저렴한 비용으로 매각·임대하고 세제 혜택을 제공해, 비영리단체 사업자가 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을 펼쳐 왔다. 캐나다는 1930년대 임대형 주택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주택을 보급해 왔다.

공공 지원 민간 임대주택 사업에는, 사업자가 전체 사업비의 4~6%만 가지고 있어도 사업 진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나머지 비용은 정부가 보증하고 있는 공공 기금에서 마련해, 이후 임차인 임대료로 상환하면 된다. 더함은 주택도시기금, 대한토지신탁, 사회적 경제 조직으로부터 초기 자금 약 80억 원을 확보해 임대주택 사업에 뛰어들 수 있었다.

양 변호사는 "그동안 민간 건설사들은 이와 같은 장점을 이용해 과도한 개발 및 운영 이익을 가져갔다. 우리는 사회적 기업도 충분히 대규모 임대주택 사업을 진행할 수 있고, 주거 안전성 등 공공 이익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 더함은 이방인 같은 존재다. "처음에 정부와 유관 기관 관계자들은 우리를 사기꾼 보듯 했다"고 양 변호사는 말했다. 주택 사업에서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기존 관례와 정반대로 행동하는 더함이 비정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더함이 소개하는 협동조합형 임대주택이라는 생소한 사업 구조도 여기에 한몫했다.

"지금까지 민간 임대주택 사업자는 거의 모두 대형 건설사뿐이었다. 시공 업체도 대부분 이들의 하청 업체다. 입주자가 참여할 수 없고 외부에서 견제할 수 없는 구조라서, 건축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더함처럼 입주민을 고려하며 공사에 관여하고 건축비를 낮추려는 사업자가 없으니, 실무자들도 처음에는 우리를 이상한 자들로 취급했다."

위스테이는 입주민을 위한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구상하고 있다. 더함 제공

위스테이 임대료는 같은 지역 아파트보다 약 20% 저렴하다. 보증금에 따라 월세가 달라진다. 별내 지구 60㎡ 경우, 입주 시 보증금 1억 2,000만 원을 내면 월세가 32만 원이다. 보증금을 2억 1,000만 원을 낼 경우, 월세는 10만 원으로 낮아진다. 반대로, 보증금을 6,500만 원으로 낮추고 월세를 46만 원으로 높일 수 있다.

더함은 올해 5월 별내 지구 입주민(전체 491세대)으로 구성될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을 창립했다. 현재 1차 특별 모집 입주민 123세대가 조합원으로 가입했다(전체 세대의 25%). 더함은 내년 4월부터 2차 조합원(입주민) 모집을 시작한다. 2020년 4월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어린이집, 도서관, 커뮤니티 센터 등
일반 아파트보다 2~3배
아파트형 마을 공동체 조성

위스테이가 갖고 있는 또 다른 장점은 일반 아파트보다 2~3배 규모의 커뮤니티 시설이 있다는 것이다. 커뮤니티 시설로는 도서관, 놀이터, 공동 육아 센터, 크리에이티브 카페 등이 있다. 입주 전부터 조합원들이 소모임을 만들어 커뮤니티 시설의 운영과 활용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 시설들은 아파트 공동체 활성화의 중요한 거점이 된다.

더함이 추구하는 목표 중 하나가 '아파트형 마을 공동체 조성'이다.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조성하고 공동체 활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해, 마을 공동체를 복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사람들은 흔히들 '공동체'라고 하면 부담을 갖는다. 내 삶을 모두 공개하고 헌신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말하는 공동체는 그 정도까진 아니다. 입주민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안전하고 쾌적한 시설에서 오랫동안 편안하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연대'다.

삶은 중층적이고 복합적이다. 주거 문제를 해결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교육 문제, 보육 문제, 먹거리, 취미, 놀이, 의료 등. 공동체가 함께 풀어 간다면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유대감과 사회적 안전망도 확보할 수 있다. 위스테이는 이를 위한 프레임을 제공하는 역할이다."

더함은 공유 경제도 구상하고 있다. 입주민들이 필요할 때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유 자동차가 대표적인 예다. 양 변호사는 "공유 자동차를 활성화하면 입주민들이 자가용에 들이는 비용을 훨씬 줄일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고 했다.

더함은 협동조합형 아파트로 마을 공동체를 복원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양동수 변호사와 직원들. 뉴스앤조이 박요셉

개인주의·물질주의 만연
공동체 가치가 대안
"교회가 공동체 운동 마중물 역할 해야"

양동수 변호사는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그는 교회에서 배운 공동체 가치가 개인주의와 물질주의가 만연한 오늘날의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한다.

"주거난, 취업, 소득 불평등, 결혼, 육아, 의료 등 한국 사회에서 복합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를 살펴보면, 이 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풀어 가지 않으면 안 된다. 새로운 대안으로서 공동체 운동이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마을 공동체 복원이 아닐까 싶다.

가장 큰 문제는 공간과 사람의 문제다. 공간 문제는 곧 부동산 문제다. 토지는 하나님이 주신 것인데, 이게 자본주의와 물질주의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공간이 없는 개인은 소외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까. 근본적이고 혁명적으로 바로잡을 수는 없더라도 조금 더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양 변호사는 이번 협동조합형 임대주택 위스테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여러 차례 고비에 부딪혔다. 정부나 유관 기관이 양 변호사를 신뢰하지 않아 기금 대출을 거절하고, 새 정권에서 뉴스테이 사업 폐지가 거론되면서 사업이 무산될 뻔한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그가 출석하고 있는 나들목교회(김형국 목사)가 많은 격려와 힘이 되었다.

그는 "교인들이 개념도 생소하고 낯선데도, 공동체라는 가치에 공감해 줬다. 사업을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기도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인들이 입주민 입장에서, 어떤 주택 공간이 살기 좋은 곳인지 다양한 조언을 줬다고도 했다.

입주자로 나선 교인들도 있었다. 공동체 활동 경험이 있는 몇몇 교인이 위스테이별내지구사회적협동조합에 가입해 별내 지구 입주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같은 주택단지에 살면서 어떤 공동체를 꾸리고 섬겨 갈지 구상 중이다.

"어릴 때부터 교회에 출석하면서, 교회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교회는 사회를 변혁하는 공동체여야 한다. 초대교회가 그랬고, 역사 속에서 등장한 여러 기독교 공동체가 그랬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교회가 이런 모습을 잃어버린 것 같다. 세상과 단절한 채 기득권을 놓지 않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물질주의적 가치가 극대화·극명화하면서 공적 가치는 무너지고 있다. 모두가 각자 도생하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한편으로 일부 시민사회에서는 공동체 운동이 일어나는 걸 보면서, 공동체의 정수를 가지고 있는 교회는 왜 이런 일에 나서지 않는가 하는 질문이 있었다. 한국교회가 앞으로 이런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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