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장명성 기자] 경상남도교육청(박종훈 교육감)이 9월 11일 발표하고, 10월 18일 입법 예고한 '경남 학생 인권조례'에 보수 개신교계가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한효관 대표)·경남동성애동성혼반대연합(원대연 대표) 등 반동성애 단체들은 경남 지역 보수 단체들과 '학생인권조례제정반대경남연합'(인권조례반대연합)을 결성해 경남 학생 인권조례 제정 반대에 나섰다. 박종훈 교육감이 학생 인권조례안을 발표한 직후인 9월 13일에는 박 교육감에 대한 주민 소환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들이 10월 29일, 창원KBS와 경남교육청 앞에서 연 인권조례 제정 반대 집회에서는 허위·과장 정보가 쏟아져 나왔다. 경남미래시민연대 차정화 사무국장은 인권조례가 제정되면 경남이 이슬람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교는 빈곤, 장애, 한부모 가정, 조손 가정, 다문화 가정, 북한 이탈 주민 가정, 난민 가정, 운동선수, 성소수자, 학업 중단 위기 학생 등이 그 처지에 따라 요청되는 권리를 적정하게 보장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는 인권조례 제30조를 문제 삼았다.

"(인권조례를 제정하면) '처지에 따라 요청되는 권리'를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무슬림들이 학교에 이슬람 기도실 설치를 요구하고, 급식으로 할랄 식품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인권조례 때문에 경남에 대한민국 최초·최대의 이슬람 문화권이 생길 것이다. 한국을 다문화·다민족 국가, 국민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도시로 만들려고 하는 위험한 발상을 저지해야 한다."

길원평 교수는 경남 학생 인권조례 반대 집회에서 "인권조례를 제정하면 학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은 지난 7월 NAP 반대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길 교수. 뉴스앤조이 장명성

<한겨레>가 가짜 뉴스 유포자로 지목한 한효관 대표와 길원평 교수(부산대)도 이날 집회에 참석했다. 한효관 대표는 "학생 인권조례는 '사탕 조례'다. '염색해도 된다', '휴대전화 안 걷는다'며 아이들에게 좋은 것을 준다. 그런데 사탕을 많이 먹으면 어떻게 되겠나. 이가 썩는다. 학생 인권조례를 제정하려는 이들은 학생·교사를 위한 척 하고 있지만, 철저한 계급투쟁 속에서 자기들이 원하는 사람의 인권만 챙기려는 편향된 사람들이다"고 말했다.

길원평 교수는 인권조례 속 '차별 금지 사유'에 동성애가 들어 있는 것은 동성애 옹호 교육을 하겠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권조례 내용을 보고 너무 놀랐다. 지금까지 나온 학생 인권조례와 비교해 봤을 때, 독소 조항이 가장 많이 포함된 조례였다. '동성애 차별 금지'는 결국 동성애 옹호 교육을 통해 우리 자녀들을 동성애자로 만들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인권조례를 학력과 연관 짓기도 했다. 길원평 교수는 "인권조례를 제정하면 성적이 떨어진다. 광주에서 학생 인권조례가 만들어지고 난 후 서울대 진학하는 학생이 줄었고, 학력이 떨어졌다.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한다. 만들고 나서는 어떻게 할 수 없다. 앞으로 두 달 동안 열심히 반대하고, 또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 악한 조례를 만들려고 하는 데 맞서서 일어나자"고 말했다.

경상남도교육청은 학생 인권조례안에 대한 안내문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경남교육청 홈페이지 갈무리

'난민 수용', '동성애 옹호' 의도?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하도록
나이 어려도 존중하자는 것"

인권조례반대연합이 가장 문제 삼는 조항은 제17조 '성 인권 교육'이다. "학교는 학생의 성 인권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여야 하며, 교육과정에 성평등의 가치를 적용하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성 인권 교육을 "동성애·성전환·낙태를 자신이 결정할 성적 권리로 가르치는 교육"이라고 주장한다.

제16조 '차별의 금지'도 문제 삼는다. 나이와 성별은 물론, 출신 지역·국가·민족, 장애, 피부색, 인종, 성 정체성, 성적 지향, 임신·출산 경험 등에 의해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조항이다. 인권조례 제정 반대 단체들은 이 조항을 "동성애와 음란을 조장"하는 조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학생들의 인권이 너무 보장되면 교권이 침해당한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인권조례는 제4조에서 '기본 원칙'에서 "학생은 다른 학생과 교직원의 인권·권리를 존중해야 하며, 다른 학생의 학습권과 교원의 교육·연구 활동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상남도교육청은 9월 11일 학생 인권조례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조례안을 발표하고 있는 경상남도 박종훈 교육감. KBS뉴스 유튜브 영상 갈무리

경남 학생 인권조례 담당자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반대 의사를 충실히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대 집회가 열린 것을 여러 번 봤고, 반대 전화도 꾸준히 오고 있다.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교육감이 참여하는 행사 장소까지 직접 집회하러 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11월 20일까지는 의견 수렴 기간이기 때문에 (집회나 전화도) 다양한 방법의 의사 표현이라고 생각하면서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인권조례는 동성애를 옹호하고 조장하려는 의도가 전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성적인 문제로 고민하는 소수 학생이 있을 수 있다. 그런 학생들이 교육받을 기회까지 차별당해서는 안 되지 않나. '임신·출산 장려'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성교육을 통해 신체의 소중함을 알려 주고,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도록 지도해 나간다는 의미다. 우려하는 바는 이해하나, (동성애) 옹호·조장은 아니다"고 말했다.

'경남이 이슬람 문화권 된다'는 주장도 확대해석이라고 했다. 그는 "초등학교·중학교는 의무 교육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이나 중도 입국자 자녀가 학교에 오면 받아 주게 돼 있다. 인권조례 제30조는 국적과 인종이 다른 아이들을 차별하지 말자는 의미다. 이슬람 난민을 의무적으로 받자거나 (경남 지역에) 다 오도록 조장하는 건 아니다. 사립 고등학교의 경우는 재단에 따라 종교적 특성을 적용할 수도 있겠지만, 공립에서 '기도실 설치' 같은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인권조례는 말 그대로 '아이들을 인정해 주자'는 의미다. 나이는 어리더라도, 아이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게 아이들을 먼저 존중하자는 것이 인권조례의 목적이다. 학생들이 민주주의를 체험하고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변화를 주려는 목적으로 만든 조례다"고 말했다.

경남교육청은 10월 31일, 창원·진주·김해 지역 중·고등학교 학생회 임원단 180여 명과 함께 인권 친화적 학교 문화를 위한 간담회를 진행했다. 인권조례 담당자는 "진지한 대화가 많이 오갔다. 조례에 따라 학교에서 인권 교육을 진행한다면 전체적으로 인권 감수성이 풍부해지고, 자연스레 학교 폭력도 줄어들 것이라는 논의도 나왔다. 간담회에 참석한 학생들 사이에서 '인권조례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경남교육청은 조례안을 발표한 9월 11일부터 이에 대한 의견을 서면, 온라인 설문, 이메일, 토론·설명회 등 다양한 경로로 수렴하고 있다. 11월 20일에는 학생·교사·학부모와 경남도민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연다.

경남교육청은 의견 수렴과 공청회를 거쳐 최종 수정한 조례안을 12월께 도의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조례가 제정되려면 경남도의회 교육상임위원회와 본회의에서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조례가 시행되면 이행 강제성이 생겨, 경남 지역에 속한 모든 학교는 이를 따르게 된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