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ㅇ교회 최 아무개 목사는 여성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9월 2일 일요일 오후 12시, 3부 예배를 마치고 나온 서울 ㅇ교회 교인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감정이 격해진 교인들이 한데 엉켜 교회 정문 일대는 소란스러웠다. 이들의 손에는 '성도들에게 드리는 호소문'이라는 제목의 종이가 한 장씩 들려 있었다. 호소문 배포에 반대하는 이들은 "누가 이런 거 돌려도 된다고 했어", "자기들이 뭔데 이걸 돌려"라며 소리를 질렀다.

호소문은 'ㅇ교회성추행목사퇴진을위한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이름으로 작성됐다. 호소문에는 ㅇ교회 최 아무개 담임목사의 과도한 스킨십이 '성추행'으로 드러났다고 적혀 있었다. 이를 이유로 당회와 제직회가 즉각 사임과 설교 중지를 요구했지만, 최 목사가 받아들이지 않아 비대위를 결성하고 단체 행동에 임할 수밖에 없다고 나와 있다. 뒷면에는 최 목사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작성한 피해 내용이 실려 있었다.

피해 호소인 3명
"부적절한 신체 접촉
불쾌했지만 목사라 싫다 못해"

피해 호소인은 세 명이다. 지난해 ㅇ교회를 떠난 직원 A 간사는 피해 진술서에서, 최 목사가 부적절한 언행과 접촉을 수차례 했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불편한 주제로 대화를 시작했고, 나중에는 자신의 특정 신체 부위를 쳐다보더니, 이후에는 허벅지를 짧게 스치듯 쓰다듬고, 기습적으로 뒤에서 껴안고 볼과 이마에 뽀뽀했다고 썼다.

올해 6월 한 달간 교회에서 근무하다 떠난 직원 B 간사는 최 목사가 안수 기도를 해 준다며 담임목사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몸을 밀착해 어깨를 감싸고 손을 잡았다고 했다. 며칠 뒤에는 집에 데려다준다며 차에 태워 억지로 손을 잡았다고 증언했다.

B 간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운전면허 시험을 준비 중이라고 하니까 담임목사가 연습시켜 준다면서 내 손을 기어 위에 올리고 그 위에 자기 손을 올려놓았다. 빼려고 했는데 뺄 수 없었다"고 말했다. B는 당시 최 목사가 "손이 하얗고 부드럽다. 온몸이 하얗고 부드럽냐"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교회 청년 C는 6월 초, 교회를 마치고 최 목사가 굳이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해서 차에 탔는데, 최 목사가 세 차례나 강제로 손을 끌어다 잡았다고 진술했다. C는 당시에도 불편했지만, 담임목사이기 때문에 바로 싫은 내색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후에도 최 목사는 C에게 집에 데려다준다고 했고, C는 다른 이유를 대며 그를 피했다.

장로들은 7월 29일 A, B, C의 진술서 및 탄원서를 접수했다. 장로들은 이들의 진술이 사실에 근거해 작성했다고 판단하고, 8월 초 최 목사에게 △피해 호소인과 그의 가족에게 사죄할 것 △당회와 합의 즉시 예배 인도·축도·설교를 중지할 것 △원만한 사임을 위해 상호 협력할 것 등을 요구했다.

당회는 최 목사에게 8월 26일 정기 당회까지 입장을 표명해 달라고 했다. 약 한 달 동안, 사건은 대부분 교인에게까지 전파됐다. 다수 교인은 최 목사가 당회의 요구를 수락하기를 바랐지만, 최 목사는 결국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 목사 사임을 원하는 교인들은 9월 2일부터 집단 행동에 나섰다. 식당, 성가대, 주차 요원 등 그동안 해 오던 봉사를 멈췄다. 교인 100여 명은 같은 날 오후 열린 정기 제직회에 참석해 △사례비 50% 삭감 △자동차 회수 △2018년 12월 31일부로 사택에서 퇴거 △위임목사에게 지급하는 각종 특활비 제공 중단을 결의하면서 최 목사를 압박했다.

최 목사의 사임을 원하는 교인들이 나눠 준 호소문. 뉴스앤조이 이은혜

"평소 남녀 가리지 않고 스킨십 많아,
간사들과 당시 오해 풀었는데
이제 와서 문제 제기는 배후 있는 것"

소란스러웠던 주일이 지나고 다음 날 아침, 기자는 ㅇ교회에서 최 목사를 만났다. 최 목사는 먼저 자신의 행동이 성추행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남녀 가리지 않고 스킨십을 자주 하는 성격이라, 상대방이 성추행으로 받아들일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런 자기 생각을 해명할 틈도 없이, 자신을 '성추행 목사'로 몰아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피해 호소인들이 작성한 진술서에도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예를 들면, A 간사는 기습적으로 뒤에서 끌어안고 뽀뽀했다고 썼는데, 자신은 그러지 않았다고 했다. 최 목사는 "끌어안은 게 아니고 수고하라고 토닥여 준 것이다. 몸을 밀착하거나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다. 진술이 과장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제직회의 요구대로 사임할 생각이 없느냐고 묻자, 최 목사는 "지금 사임을 받아들이면 나는 '성추행범'이 된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곳 가서 목회하라'고 하지만, 성추행범으로 낙인찍힌 사람을 누가 받아 주겠나"라고 되물었다.

이미 교회를 떠난 간사들에게 진술서를 받고 그것을 문제 삼는 배경도 의심스럽다고 했다. 최 목사는, A 간사는 근무 당시 문제를 제기해 사과하고 오해도 풀었다고 했다. 그는 "어느 날 그가 찾아와 그동안 내 행동이 불편했다고 하더라. 나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사과했다. 그 뒤로는 그 간사와 마주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B 간사도 자신에게 스킨십이 불편하다는 메시지를 보내와서,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명하고 끝냈다고 했다. 최 목사는 "이미 그렇게 이야기하고 나갔는데, 이제 와서 떠난 사람들의 진술을 받아 문제 삼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최 목사와 만나는 자리에 동석한 교인 D 집사는 최 목사를 반대하는 교인들이 제직회 등에서 최 목사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률사무소에 자문을 받았는데, 목사님의 행동은 법률적으로 강제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사회 법에서 판결을 받은 것도 아닌데 목사님을 성추행범으로 몰아가는 발언은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D 집사는 그동안 목사와 좋지 않은 관계에 있던 교인들이 '미투'를 이용해 목사를 내쫓으려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절차를 지키지 않고 있다. 설령 목사님이 성추행했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건 안 된다. 저들은 '절차는 중요하지 않고 하나님의 뜻이 어디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그러면 교단법은 왜 필요한 것인가"라고 말했다.

의도 없었으면 성추행 아닐까
전문가들 "반복적으로 발생했다면
의도 없다 해도 문제 소지 있어"

교인들은 최 목사가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즉각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최 목사는 누군가를 일부러 성추행하겠다는 의도는 없었고, 상대가 불쾌감을 표했을 때 사정을 설명하고 사과했기에 사임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어떻게 진단할까. 이들은 최 목사의 행동을 성추행으로 볼 소지가 있다고 했다. 피해자가 한 명이 아니고, 비슷한 행동을 반복했다는 점, 그런데도 최 목사가 자신의 행동을 고치려 하기보다 '원래 스킨십이 많은 성격'으로 해명하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최 목사 사건이 사회 법의 판단을 받게 됨에 따라, ㅇ교회 내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성폭력 전문 상담사 E는 "자기 행동에 누군가 불쾌함을 느껴 반복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고 치자. 그렇다면 그 뒤로는 조심해야 하는 게 맞다. 한 번이었다면 실수라는 해명을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최 목사의 경우 피해 호소인이 세 명이나 된다. 의도가 아예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을 줬다면 단순히 '의도가 없었다'고 얘기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행동을 고쳐야 하는 게 상식이다"고 말했다.

교회 여성 인권 운동가 F 목사도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 해도 상대방이 불쾌하게 여기면 문제가 된다. 반복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에 의도가 아예 없었다고 할 수도 없다. 예전에는 이런 행동을 '목사들의 나쁜 습관' 정도로 얘기했는데, 그게 바로 성추행이다"라고 말했다.

F 목사는 사과를 요구하는 교인들에게 '나는 떳떳하다'고 나오는 목사의 태도가 화를 돋운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목사가 미안하다고 하거나, 몰라서 그랬으니 앞으로 배우겠다는 태도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면, 상황이 지금과는 다르게 전개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목사가 '나는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말한다. 그러면 갈등은 더 깊어지고 교회 분쟁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목사 사건은 결국 사회 법으로 가게 됐다. B 간사와 C는 최 목사가 자신들을 강제 추행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9월 3일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제출했다. 최 목사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피해 호소인들이 고소를 진행한다면 성실히 수사에 임해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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