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에 집결한 개신교인들은 목사들의 설교에 "아멘"이라 외치며 태극기를 흔들었다. 뉴스앤조이 하민지
기도회 장소 근처 세종문화회관 앞에도 인파가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인근 상가에 들어가 기도회 설교를 경청하는 이도 많았다. 뉴스앤조이 하민지

[뉴스앤조이-하민지 기자] 체감온도 영하 4℃를 밑도는 날씨 속에 극우 개신교인이 광화문광장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집결했다. 주최 측 추산 100만 명, 경찰 추산 3만 5000명이다. 이들은 3월 1일 열린 삼일절 구국 기도회에 참가해 종북 좌파를 규탄하고 하나님이 세우신 대한민국을 살리겠다고 외쳤다.

기도회 장소 광화문광장은 참가자가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건너편 세종문화회관 계단과 인근 카페까지 인파로 가득 찼다. 전국 지역 향우회, 육군 전우회 등 다양한 단체가 깃발을 들고 참가했다. 나라 사랑을 가르치고 싶어 아이와 함께 왔다는 부부도 있었고 친구·연인끼리 왔다는 젊은이도 있었다. 

교인 120명과 함께 교회 깃발을 들고 참가한 수지산성교회(황규식 목사) 한 전도사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대한민국 공산화를 막기 위해 교인들과 함께 나왔다. 교회에서 늘 기도하지만 교회에만 있을 수 없어서 집회에 참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목사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찬송가를 불렀다. 뉴스앤조이 하민지

기도회에서는 극우 성향을 띠는 개신교 목사들이 돌아가며 설교했다. 이광선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전 대표회장), 엄신형 목사(전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이태희 목사(성복교회), 홍재철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전 대표회장), 박만수 목사(한국기독교연합),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 이억주 목사(한국교회언론회 대변인)가 설교자로 나섰다.

이들은 설교에서 공통적으로 "하나님이 세운 나라 대한민국 공산화를 막아야 한다. 지금 한국은 빨갱이 국가가 되고 있으니 2000만 성도들이 힘을 모아 이 위중한 시기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만수 목사는 "파수꾼인 우리가 기도하지 않으면 하나님이 우리나라를 망하게 하실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광훈 목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임종석 비서실장을 규탄하며 "2000만 성도와 30만 목사가 대한민국 지킨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하민지

전광훈 목사는 하나님이 한국을 세울 때 기독교인에게 사명을 맡겼다고 했다. 전 목사는 "이승만 대통령은 장로고 김구 선생은 집사다. 독립운동가 여운형도 교인이었다. 건국은 우리 교인들이 해냈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을 강하게 규탄했다. 문 대통령이 "내가 존경하는 신영복 선생은"이라고 발언한 영상을 반복해 틀면서 "신영복은 간첩이다. 얻다 대고 간첩을 존경한다고 하느냐. 이 나라는 교회가 지키고 있다. 한국교회는 져 본 적 없다. 교회에 덤비는 것은 하나님에게 덤비는 것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광훈 목사는 최근 시작한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1000만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구국 기도회를 위해 헌금을 많이 하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전 목사는 "나도 기도회를 위해 우리 교회 헌금 3억을 썼다. 여러분이 내는 헌금은 허투루 쓰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교회다. 돈 들고 잠적하는 세상 단체와는 다르다"며 설교를 마무리했다.

기도회 단상 아래에는 '미국과 우리는 함께한다'는 의미의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뉴스앤조이 하민지

전광훈 목사는 기도회 마지막에 특별한 사람을 소개했다. "오늘날 목사님들이 나라·국가 사랑하는 운동에 다 나섰는데, 몇몇 목사님은 뭔 죄를 졌는지 이런 대회 못 나오고 숨어 있다. 교회 지도자들이 비굴한 이 시대에 신학생 한 명이 일어났다. 감리교신학대학교 2학년 김 아무개 학생을 소개한다"고 했다.

김 아무개 씨는 발언하며 연신 울먹였다. 그는 "이승만 장로는 감옥에서 예수님을 만났다. 그가 예수님을 만나고 먼저 한 기도는 '나를 감옥에서 꺼내 주소서'가 아니다. '주여, 이 나라를 구하소서'다. 문재인과 임종석의 정체는 빨갱이다. 빨갱이를 몰아내고 이승만·박정희·하나님이 세우신 대한민국을 지키자. 북한은 우리의 주적이다"고 외쳤다. 기도회 참가자들은 김 씨가 울 때 같이 울먹거리며 그의 발언을 지지했다.

이날 기도회는 오후 1시부터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전광훈 목사는 매주 토요일마다 구국 기도회를 진행할 것이고 3월 8일에는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대규모 기도회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기도회 단상 근처는 경비가 삼엄했다. '해병대'와 '특전사' 글씨가 적힌 옷을 입은 진행 요원들이 단상 근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했다. 뉴스앤조이 하민지
기도회 장소 뒤편에서는 참가자들이 커다란 태극기를 펼치고 목사들의 발언을 듣고 있었다. 뉴스앤조이 하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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