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충청남도 인권조례 폐지 운동을 이끄는 지역 개신교계가 개최한 기도회는 정치적으로 극우 성향 집회와 다름없었다. 기도회에 참석한 목사들은 "이 땅의 민주주의를 너무나 쉽게 친북 좌파에 내어 줬다", "이 나라를 공산주의로 적화하려는 악한 무리의 손에 넘어가고 있다"고 발언했다.

충청남도기독교총연합회(오정설 회장)와 도내 15개 시·군 기독교 연합회에 속한 개신교인 5000여 명은 1월 28일, 천안시 천안삼거리공원에서 열린 '충남 인권조례 폐지를 위한 도민 시국 집회 및 기도회'에 참석했다. 주일 오후, 각 교회에서 예배를 마친 교인들이 교회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등 교회 단위 참석자가 많았다.

이날 집회는 자유한국당 소속 충청남도 도의원 23명이 상정해 심리를 앞둔 '충청남도 인권조례 폐지 조례'를 지지하기 위해 열렸다. 그동안 충남 개신교계는 충남 인권선언문에 기재된 차별 금지 사유 중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을 문제 삼아 인권조례 폐지를 강력 주장해 왔다.

개신교 단체들은 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옹호하고 조장한다는 이유로 폐지를 주장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으로 상관없음). 뉴스앤조이 이은혜

인권조례 폐지 촉구 집회에서는 동성애 반대는 물론, 현 정부가 공산주의를 지향한다는 듯한 발언도 다수 나왔다. 집회 중간중간 기도를 인도하는 목사들은 대한민국이 공산주의로 가는 길목에 있다고 했다.

"하나님 이 땅의 복음과 민주주의를 너무 쉽게 친북 좌파에 내어 준 이 국민의 무지함을 용서해 주시옵소서. 교회가 이끌지 못했습니다. 하나님이 없다고 하고, 북한이 주적이 아닌 협력의 대상이라며 초등학교, 청소년을 이끄는 이 공산주의 사상, 주님 용서해 주시옵소서." - 김진태 목사(충남기독교총연합회 사무총장)

"이 나라가 풍전등화와 같은 위기 속에 있습니다. 이 나라가 사회주의 국가가 되고, 공산주의로 이 나라를 적화하려는 악한 무리 속에 넘어가고 있습니다. (중략) 자유주의 시장경제 제도를 해체하고 사회주의·공산주의 국가로 만들려고 합니다. 하나님께서 이 악한 손에서 (대한민국을) 건져 주십시오. 청와대가 비워지게 하시고, 이 나라에서 물러가서, 이 나라가 하나님이 세운 나라 복음을 전파하는 귀한 민족의 나라로 세워 주시옵소서. 사회주의 정권, 이념이 이 나라를 다스리지 아니하고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 펼쳐질 수 있는 복지 국가가 되게 해 주시옵소서." - 강정규 목사(예산군기독교연합회 서기)

정부가 주도하는 개헌 논의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해 미래목회포럼 대표를 역임한 박경배 목사(퍼스트코리아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연합)는 "헌법에 명시된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빼는 건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기 위해서"라며 극우 진영 해석을 그대로 언급했다. 박 목사는 "기독교와 공산주의는 같이 갈 수 없기 때문에 기독교를 핍박하는 거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개헌되지 않도록 깨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집회에는 자유한국당 전·현직 의원들도 대거 참석했다. 내빈 소개를 맡은 박진홍 목사(예산군바른인권위원장)가 공개적으로 호명한 자유한국당 관계자만 해도 14명이었다. 국회의원 박찬우(천안 갑)·이명수(아산 갑)를 비롯해 전·현직 시도의원 등이 참석했다.

충남도의회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자신들이 제정한 인권조례를 자신들 손으로 폐지하려 하고 있다. 1월 29일 행정자치위원회에서 본회의 상정을 결정하면, 2월 2일 본회의에서 인권조례 폐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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