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전통 가족 수호'를 주장하며 동성 결혼 반대에 앞장서던 웨스 굿맨(Wes Goodman) 미국 오하이오주 하원의원. 공화당 소속인 그는 올해 33세다. 낙태 반대 운동을 하는 '생명을 위한 행진'(March for Life) 부국장 베서니 굿맨(Bethany Goodman)과 부부다. 스스로를 개신교인이라 밝혀 온 굿맨은 근본주의적 보수 개신교인들의 강력한 지지층을 기반으로 2016년 정치계에 입문했다.

굿맨은 주 하원의원 후보로 유세할 때부터 공화당 지지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30대 젊은 청년이 '백인 복음주의자'들이 좋아할 만한 발언을 이어 갔기 때문이다. 동성 결혼은 미국이 추구해 온 '전통 가치'와 맞지 않는다며 적극 반대했다. "헌신되고 자연스러운 결혼"이라는 말로 '동성 결혼'은 비정상적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게다가 부인도 낙태 반대 활동가였다.

별다른 일이 없었다면 굿맨은 2020년까지 의원직을 수행했을 것이다. 그러나 굿맨은 11월 14일 돌연 사의를 표명하고 주 하원의원에서 물러났다. 다음 날, 오하이오 지역 신문에 실린 사임 이유는 그를 지지했던 보수 개신교인들에게 충격을 줬다. <콜럼버스디스패치> 11월 15일 보도에 따르면, 의회의 누군가가 굿맨이 사무실에서 남성과 성관계하는 장면을 목격했고 이를 의회 관계자에게 알렸다.

주의회 공화당 대변인 클리프 로젠버거(Cliff Rosenberger)가 굿맨에게 확인한 결과, 이는 사실이었다. 자신을 '보수 운동의 양심'이라 소개하던 굿맨은 모든 것을 시인하고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굿맨은 각종 소셜미디어 계정, 홈페이지 등을 모두 폐쇄하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는 성명서에서 "내 행동과 선택을 진심으로 후회한다. 주민들을 실망시켜 죄송하다"고 밝혔다.

웨스 굿맨 의원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동성과 성관계한 사실이 드러나 의원직을 사임했다. 오하이오주 하원의회 홈페이지 갈무리

워싱턴 정가 보수 개신교인들
굿맨 사생활 사전 인지

이렇게 끝날 것 같던 '굿맨 사건'은 며칠 뒤 <워싱턴포스트>의 관련 보도로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 <워싱턴포스트>는 11월 17일 "보수 정치계는 굿맨이 비밀스러운 '게이 라이프'를 영위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고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굿맨의 사생활을 알고 있던 사람으로 토니 퍼킨스(Tony Perkins)를 지목했다. 토니 퍼킨스는 보수 개신교 활동 단체 '가족연구위원회'(Family Research Counci) 회장직을 맡고 있다. 퍼킨스 역시 굿맨과 마찬가지로 전통적 의미의 가족을 지지하고, 낙태를 반대하는 유명 인사 중 한 명이다. 특히 그가 대표로 있는 가족연구위원회는 관련 법들이 입법화하지 못하도록 막는 로비 활
동을 주로 한다.

퍼킨스는 2015년 10월경, 굿맨에게 성추행을 당한 청년의 아버지가 보낸 이메일을 받았다. 당시 굿맨은 오하이오주 하원의원 출마를 공식적으로 밝혔고 후원금을 모으기 위한 각종 집회를 개최하던 중이었다. 집회가 끝난 후 굿맨은 18살 청소년을 자신의 호텔 방으로 불러 성추행했다. 이를 알게 된 피해자 아버지가 퍼킨스에게 "우리는 이런 사람을 지지하면 안 된다"는 취지로 이메일을 보낸 것이다.

<워싱턴포스트>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편지를 받은 퍼킨스는 우선 피해자 아버지를 안심시켰다. 그는 아버지에게 보낸 답신에 "나를 믿으라. 이 일을 무시하거나 옆으로 제쳐 놓지 않을 것이다. 신속하면서도 신중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썼다.

하지만 퍼킨스의 행동은 달랐다. 퍼킨스는 이 일을 공론화하기보다 사적으로 해결하려 했다. 그는 굿맨에게 공화당 주 하원의원 후보 경선에서 빠지라고 권고했다. 굿맨은 퍼킨스 말을 듣지 않았다. 퍼킨스는 굿맨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이유는 명확하게 하지 않았다. 굿맨은 결국 2016년 오하이오주 하원의회에 입성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입수한 이메일과 자료를 분석해 보면, 퍼킨스 주변 그룹에서만 굿맨의 일을 의논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나중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된 굿맨의 지지자들은, 굿맨의 사생활을 알면서도 침묵한 사람들을 비판했다. 굿맨을 지지한 오하이오주 보수 단체 자비스토프스키 대표는 "뭔가를 알고도 행동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질렸다. 알고 있었다면 말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언론은 하루가 멀다 하고 굿맨과 관련한 새로운 성추문을 계속 쏟아 내고 있다. 2011년에는 어떤 남성과 전화로 음란 행위를 했으며, 남성 동료들에게 음란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거리끼지 않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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