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미국연합감리교회(UMC) 소속 현직 목사 및 신학생들이 자신을 성 소수자(LGBT)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한두 명도 아니고 무려 111명이다. 이들은 5월 9일 UMC 안에서 성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화해사역네트워크(Reconciling Ministries Network)에 공개편지를 띄웠다. 이후 화해사역네트워크 홈페이지는 접속이 폭주해 다운됐다.

공개서한은 5월 10일부터 시작하는 UMC 총회를 겨냥했다. 일부 언론은 이들의 행보가 전략적이라고 분석했다. UMC는 4년마다 전국 총회를 개최한다. 교단 관계자 800여 명이 모여 교리서 개정 등을 논의하는, 교단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모임이다.

목사·신학생 111명은 공개편지에서 자신들이 커밍아웃하는 이유를 밝혔다.

"우리는 여전히 교단을 사랑하고 교단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 (중략) UMC 교단을 적대시하는 LGBT 청년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커밍아웃한다. 이 젊은이들은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서 정죄하는 말을 듣기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을 위험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 우리는 그들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은 측량할 수 없다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해 커밍아웃한다."

▲ 미국연합감리교회(UMC)는 5월 10일부터 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총회가 열리기 전 교단에서 성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화해사역네트워크(RMN)는 "변화를 위한 때가 됐다"며 교단 내 성 소수자 목회자와 후보생 111명의 커밍아웃을 이끌어 냈다. (화해사역네트워크 홈페이지 갈무리)

이들의 단체 행동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5월 1일 뉴욕연회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다. 뉴욕연회 소속 목사와 후보생 15명은 "전국에 산재한 UMC 소속 LGBT 목사 및 후보생에게 우리와 함께할 것을 요청한다. 우리는 교단에서 성 소수자에 대한 조직적인 억압을 거부하고 이번 총회에서 불의와 맞서 싸울 것을 전국의 UMC 교인에게 요청한다"고 공개서한을 띄웠다.

UMC는 미국성공회, 미국장로교(PCUSA), 루터교, 연합그리스도교회 등 성 소수자를 인정하는 다른 교단과 다르게 성 소수자를 인정하지 않는다. 지난 2012년 총회에서도 성 소수자를 교인으로 인정할지 논의했지만 다수의 동의를 받지 못했다. 올해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2015년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50개 주 전 지역에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는 판결을 내리는 등 제도·문화적 변화가 있었다.

그동안 UMC 내에서는 목사가 개별적으로 동성 결혼을 지지하거나 본인을 성 소수자라 밝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LGBT 자녀를 둔 목사 아버지가 자녀의 결혼에 주례를 섰다 파면당하기도 했다. 설교 시간에 자신을 성 소수자라고 밝혔다가 교단 재판을 앞두고 있는 여성 목사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공개적으로 동시에 커밍아웃한 경우는 처음이다.

111명의 목사들은 총회 결정에 따라 목사직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위험하지만 감수해야 하는 일을 했다고 말한다. 앤서니 파타(Anthony Fatta) 목사는 "편지를 발표하는 것이 UMC에 종사하는 모든 목사에게 LGBT의 존재를 알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고 <Think Progress>에 밝혔다.

지난 총회와 비교할 때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지만 성 소수자 목회자들 바람대로 지위를 인정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언론도 있다. CNN은 500만 명의 교인을 두고 있는 아프리카감리교회와 관계를 언급하며, 결혼에 있어 전통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그들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 봤다. 아프리카감리교회는 지난 9월 교회라면 결혼을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밝혔다.

소수자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때문에 그들의 의견이 대세인 것처럼 비쳐진다고 보는 언론도 있다. <Think Progress>는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이라는 전통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목사 및 교인들은 4년 전에도 그랬듯 조용히 반대 의사를 밝힐 것이라고 예측했다.

UMC 총회는 5월 10일부터 열흘 동안 미국 서부 오레곤 주 포틀랜드 시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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