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남부 플로리다 주 올랜도 시 게이 클럽 '펄스'에서 무차별 총격 사건이 벌어졌다. 범인은 오마르 마틴(Omar Mateen)으로 그는 현장에서 경찰과 총격전 끝에 사망했다. 마틴은 반자동소총을 사용했으며 49명이 사망했다. (사진 출처 구글 이미지)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6월 12일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 시 게이 클럽 '펄스'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은 2000년 9·11 테러 이후 최악의 인명 피해를 냈다.

사건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한 미치광이가 저지른 일이라고 결론짓기에는 사안이 그리 간단치 않다. 이 사건은 미국 사회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는 여러 갈등을 한 번에 표출한 사건이다.

첫 번째는 이슬람 테러의 가능성이다. 범인 오마르 마틴(29)이 사건 당시 이슬람 극단주의와의 연계를 나타냈다는 것이 이 주장에 무게를 싣는다. 두 번째는 동성애 혐오다. 게이 클럽에서 벌어진 사건이기도 하고, 오마르의 아버지는 그가 얼마 전 시내에서 두 남성이 키스하는 장면을 보고 괴로워했다고 증언했다. 세 번째는 총기 소유 문제다. 오마르는 반자동소총으로 사람을 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사건을 '테러이자 혐오 범죄'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기독교인들은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일으킨 테러라고만 표현한다. 무슬림들은 종교 문제가 아니라 범인이 동성애를 혐오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한다. 총기 규제에 반대하는 이들은 범행에 사용된 총기를 언급하지 않는다. 

테러인가, 혐오 범죄인가

'동성애자를 혐오해서 일어난 범죄'라는 평가에 미국 보수 기독교인들은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슬람과의 연관성을 강하게 주장한다. 평소 동성애 반대에 앞장서던 보수 기독교계는 이번 사건에 거의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동성 결혼 합법화를 막지 못한 미국 보수 기독계는 '성 소수자 차별 조례'라는 분야로 눈을 돌렸다. 이미 미국 남부 '바이블벨트'에 위치한 노스캐롤라이나·미시시피 주 의회는 '종교 신념에 따라 성 소수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권리'를 포함한 조례를 통과했다.

이를 주도한 미국 남침례교단 총회장 로니 플로이드(Ronnie Floyd), 가족연구위원회 토니 퍼킨스(Tony Perkins), 신앙과자유연맹 랄프 리드(Ralph Reed) 등 보수 기독교계를 대표하는 지도자들도 이번 사건을 '성 소수자 혐오' 범죄라고 지칭하지 않는다.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아들 프랭클린 그레이엄(Franklin Graham)은 사건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슬람 이민자들의 미국 입국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레이엄은 그동안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고 총기 소유를 규제하려는 오바마 정부를 비판하면서, 이슬람 출신 이민자를 받지 말아야 한다는 트럼프 미 대선 후보의 정책에 동의했다.

▲ 에디 커프홀츠 목사는 올랜도 총기 난사 사건 이후 교회가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번 사건 이면에는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 있지만, 교회라면 그 문제 뒤로 숨기보다 예수님의 손과 발이 되어 슬픔당한 사람들과 함께 슬퍼해야 한다고 했다. (에디 커프홀츠 목사 홈페이지)

교계 주요 인사들이 침묵하거나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일으킨 범죄'에 초점을 맞추는 가운데, 올랜도 지역에서 목회하는 에디 커프홀츠(Eddie Kaufholz) 목사는 지역 신문 <올랜도 센티널>에 글을 올렸다. 그는 '당신이 교회에서 듣지 못하는 펄스에 대한 설교'라는 글에서 자신이 걱정하는 것은 올랜도가 아닌 기독교 전체라고 지적했다.

"많은 기독교인이 예수님의 삶을 따라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이렇게 끔찍한 일이 일어났을 때 교회가 정말 예수님의 말씀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가. 올랜도의 대량 살인은 터지지 않은 지뢰밭처럼 잘 포장돼 있다. 목사 각자가 동성애, 자동소총, ISIS에 대한 의견이 다르기 때문이다. 각자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교회는 움직이지 않는다.

교회는 하나님의 사람들을 사랑하는 곳이다. 교회여, 문을 열고 슬퍼하는 자들과 함께 슬퍼하라. 이 공격으로 희생당한 사람들에게 무료로 장례를 베풀고, 음식을 만들어 병원으로 가져가라. 교회 차량에 교인들을 싣고 헌혈 장소로 달려가라. 예수님의 손과 발이 되어 할 수 있는 일이면 무엇이든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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